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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집에 갈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프리나우(Freenow)'를 불러서 공항으로 향했다.
 
프리나우에서 온 차는 중국 BYD의 전기차였다. 눈으로 보는 것도, 탑승도 처음이었지만 이질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외관은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적당히 섞은 모양이었고, 내부는 그냥 전기차스러웠다.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 요소들이 있었지만 (예를 들면 문 하단 수납이 고무줄로 고정된 부분), 그래도 조용하고 넓었다.
 

The first experience with a Chinese EV was quite impressive.

 
게다가 놀랍게도 회생제동 때문에 생기는 멀미감 같은 걸 느끼지 못했는데, 이점은 아이오닉 5보다 나았다 (어쩌면 이건 한국 택시 운전수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한국에도 정말 저렴하게 출시된다면 상업용으로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는 인/아웃바운드 모두 붐벼서 다른 사람의 옷깃을 스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정도였다. 아주 긴 줄에 서서 기다린 끝에 속 터지는 짐검사를 받고(낡은 엑스레이 기계가 자꾸만 가방을 뱉어냈다) 서야 좀 풀렸다.

면세점에서 마지막으로 위스키 한 병을 샀다. 파워스코트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퍼컬렌 싱글몰트. 바로 내가 머물렀던 파워스코트가 맞다. 가든 옆에 양조장이 있었다.
 

Jameson과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고른 Fercullen 21-YO Single Malt Irish Whiskey

 


 
귀국 편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KLM 항공을 탔다.
 

KLM B737-800

 
이번에도 탑승브리지는 없었고, 밖으로 나가 계단으로 타야 했다. 비가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는데, 아침에 호텔을 떠날 때만 해도 맑았던 하늘에 그 사이 제법 내렸는지 활주로와 비행기가 모두 젖어있어서 혹시 비가 내릴까 걱정했었다. 비에 젖은 채로 비행기 의자에 끼워지는 건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작고 낡은 비행기의 창가에 앉아서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비는 더 내리지 않고, 갈라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 비행기가 하늘로 잘 올라오고 좌석벨트 사인이 꺼지자 음료와 샌드위치가 서빙됐다. 'Vegetarian Selection'이라고 써진 샌드위치는 호밀빵 사이에 버터와 치즈만 들어간 단출한 구성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이 출근할 때나 여행길에 챙겨가는 스낵이라는 스토리텔링도 적혀있었다. 적당히 먹고 남겼다.
 

 
⬇️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창문으로 해안선이 보였고 이내 도시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해수면보다 7미터 아래에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이었던 것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글로만 보다가 직접 땅과 물이 거의 같은 높이에 위치한 모습을 보는 건 생각 이상으로 신기했다. 도시 곳곳으로 반듯한 물길이 뻗어 있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쓸만한 물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might come back just for this city.

 
⬇️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은 활주로 위치가 특이했다. 비행기가 하강할 때 동쪽으로 큰 공항이 있었는데 너무 멀어 보여서 또 다른 공항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공항은 하나였고, KLM이 착륙한 'Polderbaan'라는 활주로가 공항 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진 농지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일본 나리타의 34R 활주로만큼이나 특이한 활주로라고 생각했다.
 

 
⬇️ 미피의 고향답게 면세점 한쪽에서 미피 굿즈만 파는 곳도 있었다. 보리스 조명은 우리집에도 있는 거라 반가웠다. 동시에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Boris, woo ri jip soo yoo deung

 
⬇️ KLM 크라운 라운지. 환승시간이 짧아지는 장소였다. 여기서 더블린에서 노는 동안 밀린 업무도 처리하고, 점심도 먹고, 샤워도 하고 바쁘게 보냈다. 술을 좋아한다면 이곳에 마련된 바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좌) KLM 크라운 라운지 / (우) 라운지 내의 샤워실

 
환승 대기 시간이 거의 6시간에 달해서, 비행기 탑승 전 라운지에서 목욕재계를 했다. 샤워실은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절차는 어렵지 않았지만 시스템이 좀 바보 같았다 (long story short, 결국 4시간 기다렸고 라운지에서는 미안하다고 바로 비어있는 칸을 열어줬다).
 
샤워실은 지금 생각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3미터는 족히 넘었던 거 같다. MSG 없이 이곳의 샤워실보다 높이는 2배 넓이는 2.5배 컸다. 레인샤워가 너무 높이 있어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피부가 따가웠다 (이건 MSG). 샤워실의 어메니티는 모두 Rituals의 제품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정말 산뜻한 몸과 마음으로 탑승구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마지막 선물로 예쁜 틴케이스에 담긴 네덜란드 와플과자(중간에 시럽이 발라진)와 Tony's 초콜릿을 여러 개 샀다.
(Tony's는 하도 호평이길래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안 맞았다)
 
이 중에서 틴케이스에 담긴 와플과자가 호평이었다. 사실 과자 자체는 서울에서도 너무 흔하게 살 수 있어서 고민했는데, 네덜란드 델프트블루로 예쁘게 꾸며진 케이스는 본토에서만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마음을 정했다. 다행히 좋은 선물이 되었다. 특히 이 과자를 받은 60대 분들이 과자도 맛있다며 너무 좋아하셨는데, 옆에서 한입 먹어보니 한국에 수입된 동일 제품보다 이상하게 더 맛있었다.
 

See you in Incheon

 
⬆️ KLM855편에 앞서 출발한 대한항공. 
 
⬇️ 게이트에 도착하자 바로 탑승이었다. 좌석은 중간 좌석으로 밖을 볼 수 없었는데, 하필 좌석이 사선으로 배치되어서 이륙 전 택시 중에 살짝 멀미가 났었다. 이럴 땐 정말 창문 자리가 절실하다.
  
어메니티 파우치 또한 델프트블루로 꾸며져 있었다. 에어프랑스 파우치가 개인적으로는 더 예뻤지만 실용성은 KLM의 승리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7월 베트남에 갔을 때 이 파우치를 쓰고 있는 서양인을 두어 명 마주쳤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하늘에 올라오자 어김없이 식사시간이 시작됐다.
 

 
⬆️ 먼저 음료. 땅에서 살짝 멀미했던 터라 알코올 대신 탄산수를 받았다. 함께 제공된 치즈는 그냥 물리려다가 한 입 먹었는데, 두 입이 되고 세 입이 되고 바닥을 봤다. 이 집 치즈가 재밌었다.
 

 
⬇️ 애피타이저로 나온 연어 큐브와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사이드 샐러드. 
 

Salmon with poppy seed and asparagus, fried capers, pea salad served with Hollandaise sauce and dill / Mesclun salad with pine nuts, sweet pepper drops and olives served with Italian balsamic vinaigrette

 
⬇️ 메인코스는 [또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한 KLM의 시그니처 디쉬. 주요 재료가 동일한 애피타이저와 비주얼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메인코스는 따뜻했고 (애피타이저는 차가웠고), 소스가 진했다(rich). 
 

Asparagus a la Flamande with ham

 
유럽 음식은 이런 거구나.
 

Almond bavarois with coconut, glazed pineapple topped with chocolate crumble as dessert

 
⬆️ 디저트 - 아몬드 바바루아(바바리안 크림). 맛있었다.
30대 후반의 남자는 디저트를 안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한국인 승무원이 '디저트는 안 드시죠?'라고 하길래 먹겠다고 했다. 선입견을 버려주세요.

 


 
KLM의 서비스에는 두 가지 면이 공존했다. 하나는 터프함. 다른 하나는 아기자기함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매력적이었다.  
 
먼저 아기자기함. 
 
⬇️ 기내 화장실에 튤립 한 송이가 꽂혀있었다. 물론 조화인데, 아마 검역 문제 때문에 생화는 어렵겠지. 별거 아닌데 화장실에 갈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응가하면서 흔들리는 가짜 꽃잎에 집중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보는 건 안 좋다고 한다.
 

 
그다음은 터프함에 대하여.
 
먼저, 기체가 웬만큼 흔들거려서는 좌석벨트 사인이 켜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갑자기 엉덩이가 흔들흔들거려서 '아, 곧 벨트 차라고 할 테니까 화장실은 이따가 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벨트 사인이 켜지지 않았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그대로 갔다. 다른 항공사였으면 화장실도 못 가게 했을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이어서 좌석벨트 사인이 켜졌을 때는 얼마나 흔들릴지 문득 겁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살아서 인천까지 왔다. 
 
또 하나, 위에서 적었듯이 이날 중간 좌석에 앉게 된 바람에 창밖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한 번은 화장실 앞에 있던 비상구 창문 밖을 홀린 듯이 보고 있었는데, 고모 느낌이 나는 베테랑 승무원이 오더니 저기가 어딘지 아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승무원 님 - 갑자기 수화기를 들더니 콕핏을 호출해 지금 어디를 지나는지 물어보고 톈산이라고 알려줬다. 캡틴과 입사동기일지도 모른다. 와우. 
 

Tengri Tagh or Tian-shan. It was something.

 

대충 이 위치

 


 
비행기가 중국 중원으로 들어올 때쯤 아침식사가 제공됐다. 
내가 선택한 계란요리와 콜드컷 햄과 치즈가 나왔다. 치즈 중에 큐민치즈가 있었는데 (KLM 라운지에서도 두 번 세 번 먹었던), 너무 입맛에 맞았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사 오지 않을 걸 격하게 후회했다. 아쉬운 대로 이마트에서 보이면 사보려고 한다.
 

 
⬇️ 착륙 전에 비즈니스석 기념품인 '델프트 블루 하우스'를 나눠줬다. 집모양 도자기 안에는 네덜란드진(酒)이 들어있다고 한다. 아마 굴뚝의 고무마개를 때고 쪽쪽 빨아먹는 형식으로 보인다. 1950년대부터 KLM의 기념품으로 지급되었다고 하며, 집의 형태가 아주 많아서 이것을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집 선반에 장식되어 있다

 


 
유럽이 조금은 궁금해진 기회가 된 것 같다. 언젠가 파리와 암스테르담의 공항 밖으로 나갈 기회도 있기를 바라며
 

>2024년 아일랜드 출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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