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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떠나기 하루 전은 온전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서 트램을 탔다. 티켓은 호텔 앞 정거장의 키오스크에서 8유로(약 12,000원)를 결제하고 '24시간 패스'를 끊었다. 티켓으로 그냥 영수증 종이가 한 장 나왔는데, 이걸 검수기에 아무리 찍어도 반응은 없었던 걸로 봐서 그냥 종이였다. 트램을 타고 내릴 때 검사하는 사람도 없어서, 이용자의 양심에 의존하는 시스템 같았다. 혹시 검사당할지 몰라서 지갑에 잘 넣어두었다. 
 

Lucky I didn't get the room next to the tram track

 
트램에서 내린 곳은 오코넬-GPO 정류장(O'Connell - GPO)이었다. 트램에서 다음 역 이름의 안내방송이 아주 작은 소리로 나왔던 거 같은데 솔직히 기억이 흐릿하다. GPO는 Grand Post Office의 줄임말이고 한국말로 하면 중앙우체국쯤 될까.
 
🔽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도리아 양식 기둥이 서있는 건물이 GPO이고,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GPO 뒤쪽에 밀집한 상점가에서 집에 가져갈 선물을 사기로 했다. 이곳에서 백화점과 장난감 가게 등에 들렀다. 
 

트램 트랙은 자동차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

 
첫 번째 스팟은 Arnotts. 구글맵은 이곳을 백화점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막상 선물로 할만한 건 찾지 못했다.
 

 

 
벽돌로 쌓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보였다. 뉴욕 브루클린이랑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 놀랍게도 대형 장난감 매장이 아직도 있었다. 아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물건도 많아서 놀랐다. 장난감 유통의 헤게모니가 인터넷으로 옮겨간 세상에서 미국의 토이저러스마저 파산해 버렸는데, 아일랜드라는 크지 않은 나라에서 여전히 제대로 영업 중인 장난감 매장을 찾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런 매장이 한 곳이 아니었다.
 
계산대에서 우는 아이를 보니, 이곳에 혼자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아직도 이런 장난감 가게가 있음에 놀랐다

 


장난감 가게를 나와서는 다시 리피 강을 건너갔다. 목적지는 좀 좋은 물건을 판다는 '브라운 토마스(Brown Thomas)'라는 백화점이었다.  
 

리피 강(River Liffey)의 이북에서 바라본 템플바

 
리피 강은 바이킹 시대부터 무역로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 강물로 기네스 맥주도 만들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You can't avoid this corner.

 
⬆️ 이놈의 템플바는 하루라도 안 지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 네오클래식 양식이 돋보이는 Bank of Ireland. 이름 보고는 중앙은행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예금하고 대출받는 상업은행이었다. 
 

The T-shirts were prewashed with rainwater. No thanks.

 
잠깐 날리는 빗방울에 티셔츠 가판대에는 우산이 걸렸다. 약간 젖은 옷을 사는 건 아일랜드에서 빅딜이 아닌가 보다.
 
티셔츠 가판대에서 조금 더 걷자 브라운 토마스 백화점이 나타났다. 백화점이 접한 도로 이름은 Grafton Street였는데,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브라운 토마스 1층 에르메스에서 선물을 몇 가지 샀다. 놀랍게도 더블린의 에르메스 매장에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특유의 큰 목소리로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며 이게 잘 어울리니 저게 잘 어울리니 바쁘게 논의하고 있었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분이 택스 리펀드까지 잘 챙겨주었다. 바로 옆에는 디올 매장이었는데, 마찬가지로 거의 중국인 손님만 보였다. 디올에서 코리안의 지갑은 잘 봉인되어 있음을 아는지 나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아시안 여행객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공항에서 극동으로 가는 직항 항공기는 전부 중국이 행선지였다. 중국과 아일랜드가 이렇게 긴밀한 관계인지 몰랐었다.
 

 
비가 그치고 공기가 더 투명해졌는지, 가판대의 꽃의 색이 더 또렷하고 꽃잎도 날카롭게 보였다. 아내 생각이 났다. 
 


 
켈트의 서를 볼 수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도 근처에 있었다. 
 

 
⬆️ 이 출입문을 지나서 들어가면, ⬇️ 이렇게 캠퍼스로 이어진다. 가운데 탑에서 오른쪽이 켈트의 서가 보관된 도서관: The Long Room이었다.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대학 기능도 제대로 될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성서의 채색에 쓰인 안료들.

 

The first and maybe the last encounter with the 'Gaia'.

 
드디어 롱룸이다. 반듯하게 서있는 서가와, 흉상, 그리고 중간에는 거대한 지구 모양의 조형물 '가이아(Gaia)'가 걸려있는 곳이다. 
 

 
⬆️ 가이아는 실제로 봤을 때 크기가 더 압도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지구가 '풍선'임을 보여주는 접합선이 확실해서 만약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라고 안심했다.
 
롱룸의 끝에는 켈스의 서가 전시되어 있다. 왜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 서가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와 과학자의 흉상이 서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부터 프랜시스 베이컨까지 거의 2천 년 세월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 트리니티 칼리지를 나와서 트램을 타러 가는 길에 오래된 서점이 있었다. 호지스 피기스(Hodges Figgis)는 1768년에 개업해서 256년째 영업 중이라고 한다. 점점 서점이 업어지는 세상에서, 이렇게 오래된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공간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많아서 실내는 붐비고, 계산대에는 줄이 길게 서있었다. 
 

현재 위치(56 Dawson Street)에는 1979년 자리 잡았다고 한다

 



더블린에서 마지막으로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우버를 불러 공항으로 갔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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