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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긴 시간에 성공적으로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왔다. 8시간의 시차(아일랜드 12시는 한국의 새벽 4시)와 심야 초행길 운전은 심신을 지치게 했다. 그렇지만 객실의 화려함을 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화장실에는 더블 바니티와 대형 욕조가 있었고, 변기와 샤워가 분리되어 있는 사치스러운 구성이었다. 타일과 대리석 마감도 고급스러웠다. 화장실 맞은편은 드레스룸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우리집 화장실보다 넓어서 여유로웠다.

두꺼운 몰딩이 눈에 띄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넓은 방이었다. 킹사이즈 침대는 적당히 푹신했고 공조기도 제대로 작동했다. 6월의 아일랜드는 전혀 덥지 않고 오히려 쌀쌀한 날도 많았기 때문에 에어컨은 거의 켜지 않고, 오히려 히터를 한 번 켰었다.

그나저나, 객실에서 영연방 가정집처럼 약간 눅눅한 버터냄새 같은 게 났다. 보통 특급 호텔에서는 시그니처 향을 공기 중에 깔아 두던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서 의아했다. 



다음날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곧장 공항으로 돌아가 렌터카를 반납했다. 간밤에 온 길을 그대로 돌아갔는데, 아침 말끔한 정신으로 보니 여길 어떻게 지나왔지 싶었다. 고속도로까지 오는 길이 정말 비좁았다.

자동차 반납은 수월했는데, 선지불 조건이 아니라서 내가 이용한 시간 등을 계산해서 재정산되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렌트 자체가 비싸서 처음부터 택시를 탔어야 했음을 후회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Aircoach’란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Bray를 향했다.

더블린 그랜드 카날


Bray에 내리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비는 갑자기 오고 또 그렇게 멈춘다고 하는 말이 생각나서 날이 곧 개이리란 기대를 하며, 정류장 앞에 있던 슈퍼마켓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지방의 슈퍼마켓이 흡사해서 정겨웠다.

비를 피해 들어간 수퍼마켓

 
⬇️ 시내 중심이 아닌데도 불닭볶음면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풍경이 여전히 신기한걸 보니 옛날사람인가 보다.

이런 곳에도 불닭볶음면

 
라면보다도 신기한 건 대우전자의 수프메이커였다. 대우전자가 아직까지 존재했다니…

천천히 마트를 구경하면서, 스페인산 블루베리 한 통과 초콜릿 무스, 단백질 강화 요거트를 샀다. 스페인산 블루베리가 정말 맛있었는데, 산지에서 가까워서인지 땅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흐르는 물에 씻어서 보울에 담아 호텔방 커피카운터에 올려놓고 오며가며 한줌씩 먹다 보니 이틀 만에 바닥을 봤다.



슈퍼마켓을 나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에니스케리(Enniskerry Village)로 가는 차를 탔다. 정류장에는 에니스케리로 가는 사람이 많았다.

버스에서 내려 약 500미터 정도의 급한 경사로를 오르면 Powerscourt 영지(?) 정문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1,500미터를 걸어가면 호텔 정문에 닿았다.

오른쪽 차도는 분명히 왕복 2차선인데 우리 동네 인도보다도 좁다.

 
에니스케리에서 모두 2km 정도 걸어서 도달한 호텔 정문. 공기는 선선해서 상쾌했지만 몸에는 땀이 좀 났다. 저녁식사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서 씻고 낮잠을 잤다.

다시 돌아온 호텔

 



이날 저녁에는 주최사에서 저녁식사를 마련했다. 호텔에서 케이터링한 뷔페식이었는데, 화려한 맛이라기보다는 수수한 맛이었다. 영국 음식에 담긴 약간의 화려함을 걷어내면 아일랜드 음식이 될 것 같다.

감자 리크 수프

수프로 시작.

기억나지 않는 이름의 음식들

 
⬇️ 샐러드, 두부요리, 카프리제, 쿠스쿠스, 매시드 포테이토와 대구요리를 먼저 먹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쿠스쿠스가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기억난다.
 


두 번째 접시에는 쿠스쿠스(더 많이), 소 볼살 조림, 치킨 수프림을 가져왔다. 소 볼살은 맛있었다. 닭가슴살로 만든 치킨 수프림은 너무 퍽퍽해서 반 정도 먹고 포기했다.
 

 


 
다음날 아침은 새벽 4시쯤 깬 거 같다. 시차 때문이었을 것이다. 티비도 볼 게 없어서 운동을 하러 왔다. 우리동네 헬스장보다 넓고 기구도 많아서 새벽부터 즐거웠다.

 

세계 3대 정원의 일부를 보면서 사치스럽게 달리기

 


 
둘째 날 저녁도 캐이터링 식사가 제공됐고, 어쩌다 세컨라운드 그룹에 휘말려서 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펍이라는 조니 폭스(Johnnie Fox’s)에 갔다.

그냥 봐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건물이었다.


1798년(정조 22년)에 개업했다고 한다. 건물도 그대로인지는 모르겠다. 이듬해 부산 용당포에 영국 군함이 닿았는데, 이 펍이 개업 즈음에 출항했던 배였을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서양식 인물중심 구도

 

 
다시 한번 조니워커님의 얼굴도 보고,

 
조니폭스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는데, 실내의 모든 벽(화장실 포함)과 구석구석에 걸린 사진과 그림, 신문 스크랩이 유구한 역사를 뽐내고 있었다. 유명인사들도 여럿 찾아온 듯해서, 재임 시절의 빌클린턴, 모리 요시로의 방문 인증이 있었고, 오래전 의약품으로 쓰였던 헤로인 약병이나 정신병 치료제도 전시되어 있어서 신기한 마음으로 구경했다..

조니폭스에서 아이리시 커피와 기네스와 제임슨 몇 잔씩을 먹고 즐거운 기분으로 호텔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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