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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오전에 바쁘고 중요한 일정들을 쳐내고, 호텔 옆 ‘파워스코트 하우스’란 곳에 가봤다.

이 오래된 석조저택은 예순여덟 칸의 방으로 구성된 거대한 맨션으로, 1730년에 착공하여 1741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 조선은 영조가 통치하고 있었다. 

우중충한 하늘

 
맨션이 건설되기 전 파워스코트 영지에는 중세 성이 있었는데, 13세기부터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18세기에 지어진 저택에 카페와 상점, 극장 등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이 건물을 통해 네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3위 정원이라는 파워스코트 가든에 입장할 수 있다 (한편, 이 저택은 세계에서 손에 꼽는 맨션에 올라있다). 이날은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구경할 수 없었다.

수평으로 긴 형태가 인상깊은 건물.

 
저녁식사는 더블린 시내로 자리를 옮겼다. 아일랜드에 온 후 처음으로 더블린 시내를 밟게 된 것이다.

대낮같았던 오후 7:00


더블린에 가기 전 구글맵을 봤을 때 철도가 보여서 지하철이나 전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지에서 본 철길의 정체는 트램 레일이었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도로를 자동차와 트램이 공유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렌트카를 반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본격적인 트램은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수송량은 높지만 속도가 느리고, 도로의 돌발상황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3-17 Dawson St, Dublin / 인상적으로 화려한 메뉴판


저녁식사 장소는 ‘The Ivy Dublin’이란 이름의 식당으로, 화려한 실내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컬러풀한 내부 만큼이나 메뉴판도 예뻤다. 더블린의 잿빛 하늘 아래에서 더욱 대조되는 발랄한 분위기였다.

 
작은 글씨로 빼곡한 메뉴판을 한참 들여보다가 피쉬앤칩스를 골라버렸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회사 사람들이 진심이냐고 물어봤지만 이때는 다른 것보다도 피쉬앤칩스가 땡겼다. 피쉬는 추운 바다에서 잡은 대구살이 탱글탱글했다. 피쉬의 배터는 느끼하지 않고 적당한 두께로 잘 튀겨졌었다. 칩스, 즉 감자튀김은 정말 일품이었는데, 이 자리에 가족과 함께였다면 분명 추가로 더 시켰을 정도다.

적당한 양의 피쉬 앤 칩스


피쉬 앤 칩스의 양이 적당해서 평소에는 물리는 디저트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위스키 크림 브륄레


디저트는 위스키 크림 브륄레로 픽. 아일랜드는 어떤 음식이든지 위스키나 기네스를 섞는 것 같다. 여하튼, 크림 브륄레는 맛이 좋았다. 특히 더블리너 위스키를 섞었다는 비닐라 커스터드가 많이 달지 않고, 시원해서 혓바닥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The Ivy를 나와서는 같은 테이블에 있던 일행과 '템플바'를 가기로 했다. 구글맵을 보면 다운타운 한쪽 큼지막하게 'Temple Bar'란 지명이 보이는데, 이 중간에는 또 'The Temple Bar'라는 펍이 보인다. 이 둘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더블린의 최고 명소 중 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 템플바를 향해가던 길.

 
결론적으로, 이날 The Temple Bar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사람이 정말 공기밥의 쌀알처럼 빼곡한 공간에서 맥주는 커녕 사진 한장 찍을 수 없었다. 함께 간 미국인들은 안 그래도 자기를 중심으로 'safe zone'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나보다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이전날 대화했던 독일사람이 '아일랜드 사람들은 좀 touchy해요'라고 묘사했는데, 템플바에서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여하튼 이날은 템플바에서 처절하게 퇴각했지만, 다른날 다시 시도하게 된다.
 


템플바 대신 찾아간 곳은 'The Mint Bar'였다. '칼리지 그린 호텔'의 지하에 있었는데, Mint란 이름과 어울리게 지하 금고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매지가 보이지 않는 천장도 기억에 남는다. 가격은 비싼 편이었지만, 복잡한 템플바를 떠나 조용하게 2차를 하기에는 좋았다.

The Mint Bar

 


 
다음날은 파워스코트 가든을 구경했다.
 

다시 찾은 파워스코트 하우스

 

파워스코트 가든입구를 알려주는 표지판

 
파워스코트 하우스 뒷편으로 나오면 넓직한 테라스가 펼쳐져 있다(사실 이곳이 테라스인지 잔디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곳 테라스에 서서 멀리 바라보면 '슈가로프 마운틴'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라도 사진에 담아보고 싶은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좌) 석상의 시선이 슈가로프 마운틴을 향해 있다 / (우) 파워스코트 하우스의 뒷편

 

Pepperpot Tower

 
약간 놀이기구 같았던 Pepperpot Tower (페퍼팟 타워). 파워스코트 영주의 식탁 위에 있던 후추통을 모델 삼아 만들어서 페퍼팟 타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타워 안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탑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볼 수 있다. 
 

탑의 꼭대기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이 모두 초록이었다

 
다음은 일본 정원('Japanese Garden')으로 이어졌다. 1908년에 파워스코트 자작과 자작부인이 일본풍으로 지었다는 정원이다. 파고다와 시냇물과 그 위를 잇는 좁은 다리가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이 즈음 유럽에서 유행한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 같았다. 
 

 
일본 정원을 지나면 트라이튼 호수('Triton Lake')가 이어졌다. 

 
트라이튼 호수 중간의 분수는 하늘 높이까지 물을 뿜고 있었다. 
 

뭔가 오래돼 보이는 기념석

 

 
마지막은 이 가든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240년) 담장 속 정원('Walled garden')이었다. 여러가지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가 코끝에 와닿았다. 
 

 
가든을 한바퀴 크게 돌고 다시 파워스코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이곳의 잔디밭은 모두 네모반듯했는데, 멀칭에 별다른 장치 없이 땅을 살짝 파놓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보통 플라스틱으로 만든 분리대를 쓰거나 하는데, 이곳에서 그런건 찾아볼 수 없었다. 반듯하게 땅을 몇 미터고 파 놓은 것도 신기했는데, 이곳에 잡초 하나 보이지 않는 건 더 신기했다. 보통 정성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소한 점 덕분에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로케이션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파워스코트 하우스를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서 따뜻한 플랫화이트와 소세지롤로 간단히 배를 채웠다. 값도 크기도 내 기억 속과는 차이가 좀 있었지만, 맛만큼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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