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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한 소설을 발견했다. '쓰가루 백년식당' - '津輕百年食堂'이 제목이다. 작가인 '모리사와 아키오'는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무지개 곶의 찻집'의 작가이기도 하다. 슴슴한 육수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데, 전에 읽은 '배를 엮다'같았다.

 

벚꽃이 빛나는 표지

 

책은 일본 '쓰가루'지역에 속한, 혼슈 북부의 '히로사키'라는 지역에서 100년간 맛을 지켜 온 오모리(大森)식당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메이지유신으로 일본 전역에 철도건설 붐이 일어났던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총 4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대서사시일 것 같지만, 가볍고 담백한 분량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4대째인 요이치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도쿄에서 고향인 히로사키를 떠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곳에서 우연히 나나미라는 동향 출신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연애를 시작한다. 함께 전개되는 이야기로는 오모리 식당의 창업자인 1대 업주 겐지와 그의 아내가 되는 (그리고 요이치의 증조할머니가 되는) 도요의 이야기가 있다. 겐지의 모습은 자신의 일만큼은 전력을 쏟으면서도 사랑에 있어서는 서툰 남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주변에 흔히 있는 그런...

 

 

책을 다 읽은 후에 찾아본 일어 원문판 표지그림. 한국판 표지도 굉장히 뛰어나지만, 책을 읽은 후의 따뜻함은 원문판 표지가 더 잘 담아낸..?

 

한편 오모리 식당 자체의 이야기도 특유의 흡인력이 있다. 일본인의 장인정신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그것이 가장 잘 전달되는 무대가 바로 이런 작은 식당같다. 김이 자욱한 시골의 작은 식당이 연상되는 오모리 식당에서 국수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진지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묘사력도 뛰어나고, 번역가의 실력도 십분 발휘되었다.

 

결론은, 따뜻한 책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메밀국수가 먹고싶은 건 덤이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 중 하나인 벚꽃이 만개한 히로사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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