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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끝나가는 2013년이다.
뜨겁게 시작한 올 해, 차갑게 마무리 한다.
1월 3일 '무지개 곶의 찻집'을 시작으로,
12월 19일 베르베르의 '웃음'까지. 60권.
그중에서 함께 나누고픈 책들이다...
아주 짧은 세계사 (Very Short History of the World; 제프리 블레이니, 휴머니스트)
인류 200만년의 역사를 480쪽 정도에 담아낸 책이다. 작가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통 역사학자들은 자기 나라, 그 나라가 속한 대륙을 중심으로 역사를 써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주/오세아니아는 (200만년의 관점에서)워낙 쓸게 없다보니 여기저기의 이야기를 골고루 섞은 느낌이다. 맛있게 섞였다. 홈플러스 식품층에서 먹은 시식용 미숫가루 맛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걸음 물러난 곳에서 세계사를 흝어본다는 느낌이 좋았다. 한 걸음이지만 시야는 많이 달라지더라.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 (How to Disappear; 프랭크 에이헌, 씨네21북스)
제목 그대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누군가를 죽였거나, 죽어도 갚을 수 없는 사채를 갖고 있어도 죽기 싫다면 이 책을 보고 따라하면 된다. 나 같은 보통인간에게 주는 메세지는? 아마도 21세기 OECD국가에서 흔적 없이 살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라는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대니얼 카너먼, 김영사)
이 책은 문제 투성이다. 제목도 내용과 별 연관이 없고, 번역도 엉망이다. 탈자도 있었고, 오자도 있었다. 나 같은 보통인간이 봐도 딱 보일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필독할 것을 추천한다.아니, 나만 알고 싶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결론은 이거다 -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멍청하다.
배를 엮다 (舟を編む; 미우라 시온, 은행나무)
대한민국에서 내가 이 책을 한 50 번째로 읽었을 것이다. 우연히 잡은 책인데 완전히 빠져들어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또 읽었다. 그후에 언론에서도 언급되고, 가수 김동률씨가 이 책을 언급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그런 주제로 이렇게 잔잔하면서 흥미롭고, 흡입력 있는 글을 지어내는지 모르겠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2014년 첫 책으로 추천한다.
단, 사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일본어가 등장할 때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겠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조지 오웰, 문학동네)
이 책으로 [조지오웰=동물농장]이란 등식은 내게서 지워졌다. 작가가 젊었을 때 접시닦이, 노숙 생활 등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그 당시 파리 시내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한 살인적인 노동여건과 불결함이 생생한 유머로 묘사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건, 오늘날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이 왜 그 책에서 보이냐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만큼 조금 더 많이 유명해져야 할 책이다.
그 외에도...
박경철 원장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도 좋았다.
2014년에도,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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