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지금 당장 2015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무언가를 추천해야 한다면, 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 교수의 '바른 마음 (The Righteous Mind)' 일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편할 것이다. 작년에 읽었던 '생각에 관한 생각'만큼 난독증을 유발하는 번역이 안 그래도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더 그렇게 만들었다. 그것을 핑계로, 한 학기라고 하는게 어울릴만한 다섯 달 동안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마치 이 책으로 하이트 교수에게 한 학기 강의를 받은 기분.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조금 더 지혜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의 한글판 부제는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이며, 원문인 미국판 부제는 'Why Good People Are Divided by Politics and Religion'이다. 원문을 해석하면 '이 좋은 사람들이 왜 정치와 종교로 대립하는가?'라는 것 같다. 우리말과 영어의 두 가지 부제를 함께 보면, '나는 옳은데 왜 저놈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가, 또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가'라는 질문이리라. 

 

원어판 부제에서 종교와 정치를 콕집어낸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보다 언성을 높아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이 문제들은 명절날 가정파탄은 물론 동족상잔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극을 몰고다니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하이트 교수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말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실천하지 않는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수 많은 논점 중에 한 가지는 우리의 이성과 직감에 대한 재평가이다. 하이트 교수는 우리가 이성을 직감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오늘날의 '최신 믿음'에 대해 의심 해본다. 가령,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왜 상대편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가'라는 말을 하는데, 인간의 사고가 원래 논리적으로 생각하게끔 설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동성결혼은 합당한가'와 같은 윤리적인 질문을 한 후, 답변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고 두뇌를 스캔을 한다. 이때 응답자의 답변이나 뇌파의 패턴을 보면 질문에 대한 '결론'이 먼저 도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단다. 그리고 논리는 그 결론 자체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성된다. 즉, 논리를 통한 결론이 아니라, 직감을 통해 결론이 난다는 말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동성결혼보다 조금 더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가령 - 왜 생닭과 섹스를 하면 안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 거의 대부분은 잘못되었다고 대답하지만, 그중 아무도 자기 대답에 대하여 설명은 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자기 직감(느낌)에 기반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어 이러한 느낌이 유전과 생활 환경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음을 지적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 길거리로 나가 '박근혜는 일을 잘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성향에 기반한 직감(느낌)에 따라 대답할 것이다. 반면 그 이유를 설명하라면 성향과 관계 없이 모두 머뭇거리며 생각할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혹은 답변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은 수 많은 논점들을 통해 도덕에 대한 개념을 넓히고 있다. 후반부에 쓰인 리더십과 종교의 도덕에 대한 내용은 생닭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웠다. 저자는 하라/마라의 도덕이 아니라, '왜'의 도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 아직 그의 이론이 고목의 뿌리처럼 단단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의 이론이 어쩌면 도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서 후속 연구나 관련 핑퐁이 많지 않아서일텐데, 앞으로 그의 연구가 더 확장되었으면 한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이자 성배는 인간인 만큼, 조금 더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응형

'eonlog > 도서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좌파·우파는 태극기 음양과 같아"  (0) 2015.03.06
장미의 이름 : Il nome della rosa  (0) 2015.03.03
쓰가루 백년식당  (0) 2014.10.28
보통날의 파스타  (0) 2014.10.11
뉴스의 시대 : The News, A User's Manual  (0) 2014.08.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