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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조식은 라운지에서 가졌다. 가짓수는 1층의 메인 조식보다는 적었지만 테이블과 음식의 거리가 짧아서 아이를 챙기면서 먹기에는 편리했다. 또, 현란한 스킬로 계란요리를 해주는 셰프가 상주하고, 1층에는 없는 RTD 스무디 음료가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라운지 한쪽은 선텍시티와 ‘Fountain of Wealth’가 보였다. 개미굴처럼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 선텍시티는 시원하고 여러모로 편리했지만, 쇼핑과 식사를 이곳에서만 해결한다면 여행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MI: 하지만 놀랍게도 여의도 IFC몰이 약 84,400㎡로, 83,900㎡인 선텍시티보다 넓다!?)
 



조식을 다 먹고 호텔 수영장에 갔다. 이날은 구름이 잔뜩 껴서 물이 아직 차가웠다.
햇빛이 비추면 금방 따뜻해질 텐데, 🌥️끝까지 구름 속에 숨은 채 나타나주지 않아서 몸을 찬물에 적응시켜야 했다.

수영장 한쪽에는 실내 행사장이 있었다. 이날은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 오후에는 날이 맑아져서 화려한 결혼식이 되었을 것이다. 신부가 도망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선베드 이용은 무료.

 



수영하고 방에서 쉬다가 점심을 위해 미리 한국에서부터 예약해 둔 칵테일바로 향했다. ‘ATLAS’란 곳인데 아내가 어디서 들었는지 한참 전부터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틀라스는 세계 순위권 칵테일바로, 또, 하이엔드 애프터눈티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는 저녁에 입장하지 못하니까 건전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보기에 호텔에서 아틀라스까지 그렇게 멀지 않아서 걸어갔다 (실제로도 멀지 않았다. 더운 것이 문제)


예약시간이자 오픈시간인 12시가 되기 전에 도착해서 주변을 좀 구경했다. 마침 아틀라스 건물 맞은편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있어서 사진도 찍고 아이에게 크리스마스트리가 뭔지 한참 설명도 해줬다. 싱가포르가 너무 더워서 자꾸 잊어버렸지만 이 날은 크리스마스로부터 딱 한 달 전이었던 것이다. 이 트리 말고도 도시 곳곳 크리스마스 데코가 없는 곳이 없었다.

ATLAS는 Parkview Square의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아틀라스는 포스트 아르데코 양식이 돋보이는 24층짜리 오피스건물 - '파크뷰 스퀘어'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진한 그레이와 골드톤 어우러진 외관의 고급스러움이 아틀라스가 표방하는 럭셔리 칵테일바라는 이미지랑 잘 어울렸다. 20세기 초 맨해튼에 지어진 어느 건물 같지만 (겨우) 200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아틀라스 간판


우리가 찾아간 점심에는 드레스코드가 프리했는데,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저녁에는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일단 남자는 발가락과 다리털을 가리는 게 기본이므로, 싱가포르에 여행 간다면 (사실 세계 어느 곳이라도) 적어도 긴 면바지 한 벌과 얌전한 운동화 정도는 챙겨야 한다(여성에게는 슬리퍼와 반바지를 피해달라고 한다고 적혀있다).
 

3층 높이의 진 캐비넷이 인상 깊다. 이미지 출처: 아틀라스 공홈

 
예약은 이곳에서 하면 된다. 방문 9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듣기로는 애프터눈티가 인기여서 한 달 전에 예약해도 늦다고 한다. atlasbar.sg/contact

 

Atlas Bar

Atlas Bar

atlasbar.sg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아틀라스의 내부는 외관보다 더 화려했다. 3층 높이까지 뻥 뚫린 천장과 벽을 감싼 실내장식의 절제된 화려함, 그리고 웅장함이 공기를 덮고 있었다. 다음에는 어두울 때 와야지.

구석구석 오래돼 보이는 코카콜라 포스터처럼 조금은 키치한 장식도 있었다. 
 

코카콜라 먹고 힘내기

 

내가 마신 칵테일. 이름은 잊어버렸다.

 

2023년 11월의 다이닝 메뉴(좌)와 어린이 메뉴(우)

 
먼저 주문한 칵테일을 홀짝이며 메뉴를 천천히 살펴봤다. 한 페이지뿐이라 선택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진 않았다.
메뉴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적으면서 공홈에 올라온 최신 메뉴를 찾아봤는데, 일부 메뉴가 변경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가격은 동일했다.

 
왼쪽부터, 어른 메뉴 1 : 팡그라타토와 비스크, 체리토마토를 곁들인 새우 스파게티 (Prawn spaghetti, cherry tomato, bisque, zucchini, chili, basil, pangrattato). 새우로 만든 비스크가 끼얹어 있었는데 고소한 맛이 꽤 괜찮았다. 보기보다 양이 많았다. 가격은 약 38,000원.
 
두 번째 어른 메뉴: 훈제 골수버터를 곁들인 스테이크와 스트링 감자튀김 (steak frites - smoked bone marrow butter, shoestring fries, jus, watercress). 버터를 아낌없이 썼는지 느끼한 맛이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억난다. 맛있게 느끼했다. 메를로 와인이 생각나는 텍스쳐였다, 평소에는 전혀 즐기는 음료가 아닌데도 말이다. 가격은 약 48,000원. 
 

어린이 메뉴(좌)와 기대 이상의 크렘 브륄레(우)

 
어린이메뉴는 닭가슴살 튀김과 감자튀김(crispy fried chicken breast, pomme frites)을 시켰다.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구색 맞추기 또는 자릿세 개념의 메뉴구성으로 보였다. 가격은 약 16,000원.
 
아쉬운 마음에 주문한 디저트: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로 만든 크렘 브륄레. 뜻밖에 훌륭한 크렘 브륄레를 만나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틀라스를 잘 심볼화한 로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마리나베이샌즈를 찾았다. 쇼핑몰 중앙의 출입구부터 실내 운하를 따라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매달려있었고, 트리마다 디올 로고가 걸려있었다. 공중에 줄지어 걸린 여러 개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지져스 크라이스트' 대신에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다.

주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디올의 공세가 대단했다.

 
그나저나, 원래 싱가포르에 중국 관광객이 이렇게나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건물 가득이었다. 다른 나라 여행자도 많았지만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무슨 연휴를 맞아 왔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그 많은 식당이고 어디고 줄을 서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다지 유쾌한 환경은 분명 아니었다.
 

에르메스 기차에 사로잡힌 그

 
에르메스 매장의 크리스마스 데코. 하필 기차 장식이 주인공이 되어서 사진의 인물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었다. 나가자고 하니 바닥에 주저앉아서 안 가겠다고... 하여 강제연행을 했다 (다행히 우리 집 자동차보다 비쌌을 에르메스 기차는 비매품이었다).
 

저녁으로 먹은 베트남 쌀국수. 이것도 20분은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쇼핑몰보다는 실외가 더 나았다. 마리나베이샌즈와 클락키 사이의 마리나베이에서는 레이저 분수쇼를 볼 수 있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좌) 마리나베이를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가 또 줄이어 있었다. 주변 기업들의 도네이션으로 마련된 것 같다. (우) 마리나베이 애플스토어. 꼭대기에 사과 꼭지까지 달아주면 좋겠다.

 

헬릭스 브리지에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오른쪽에 보이는게 팬퍼시픽.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바람이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걸었다. 싱가포르의 인도와 횡단보도는 유모차를 밀면서 이동하기 편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이게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모르지만, 이후에는 어딜 가던지 살펴보게 된다.
 
콘래드까지 가는 길은 간단했다. 마리나베이샌즈 북쪽의 헬릭스 브리지(Helix Bridge)를 건너면 래플스 대로 또는 래플스 불라바드(Raffles Blvd)가 나온다. 대로의 오른편에 위치한 마리나 스퀘어 건물로 들어가면 팬퍼시픽 호텔 아래층의 쇼핑몰을 지나서 콘래드까지 갈 수 있다. 
 

반가운 신호등 점멸기. 뚕뚕뚕 소리가 그리웠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호텔.
이렇게 3일 차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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