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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족 여행 마지막 이틀의 이야기.
 
귀국 하루 전은 가볍게 보내기로 하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둘러보기, 귀국 선물 쇼핑과 이층 버스에서 오차드로드의 크리스마스 루미나리아를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가볍게'라고는 썼지만, 싱가포르의 습도 때문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이하 '가든스')만 가도 힘들었다. 물론 이제 와서는 좋은 기억만 남아있지만 말이다.


  

콘래드 베어와 멍멍이의 투샷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마침 호텔 앞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까지 가는 더블데커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106번, 133번)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정류장으로 나갔다. 버스는 금방 도착해서 우리를 태워갔다.

이날은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가든스'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승하차 시에 접고 펼 때 시간이 좀 걸려도 부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영연방🇬🇧 대중교통의 느긋함이 싱가포르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호텔 앞에서 133번 이층버스를 타고 출발

 
운 좋게도 2층 맨 앞자리가 비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앉았다. 가는 길에 랜드마크인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보고 다리도 건너고 바다도 보여서 어린 승객의 텐션은 마구마구 올라갔다. 사실 가든스 정문까지 택시를 타고 편안히 갈 수도 있었지만, 더블데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모두가 행복한 결정이었다.


 

마리나베이샌즈에 도착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든스'로 이어지는 육교(Marina Bay Overpass)로 올라가면 싱가포르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슈퍼트리가 보인다. 여기서 천천히 10분 정도 더 걸으면 우리의 목적지인 가든스의 매표소에 도착한다. 

밤에 본 슈퍼트리. 이미지 출처: https://www.gardensbythebay.com.sg/en/things-to-do/attractions/supertree-observatory.html

 

육교를 따라 걸으면서 보는 풍경.

 
가든스 정문에 있는 코인로커에 돈을 넣고 유모차를 넣으려고 했는데, 대형칸인데도 잘 들어가지 않아서 이용을 포기하고 환불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환불 기능이 없는 무인키오스크에 요금을 지불한 상태여서 난감한 차에 때마침 지나가는 직원에게 "이놈이 내 돈을 먹었어요"라고 하니까 매표소 한쪽으로 가서 환불을 해주었다. 단, 카드 결제 취소는 안 된다고 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어쨌든 땡큐.
 


 
가든스 입장권은 이용 당일 새벽에 '마이리얼트립'에서 구입했다. 성인 2명에 99,992원. 원래 이렇게 비쌌나?싶은 가격이었다만 값어치는 한다. 일단 한 나라의 랜드마크를 경험하는 거니까. 게다가 세계 최대의 온실이라고 하는 곳이니까.
(공홈의 해외관광객 요금은 성인 $59, 어린이(3~12세) $45. 화폐단위는 싱가포르 달러)
 

이 시기에는 아바타를 테마로 한 데코레이션과 액티비티가 마련되어 있었다.


먼저 클라우드 포레스트라는 세계 최대 온실 중 한 곳에 들어갔다. 입구부터 거대한 영화 아바타의 사인보드가 관람객을 반겨주고 있었다. ‘온실’이라고는 하지만, 내부는 시원하다. 식물들도 열대의 싱가포르 날씨에는 당할 수 없는 것이다. 추가로, 바로 옆 ‘플라워 돔’이라는 또 다른 온실은 오히려 추워서 긴팔을 입어도 될 정도다.

뉴질랜드 재신더 총리가 기증한 마오리 쿠와하(목각門)


온실 입구 주변에 뉴질랜드에서 선물한 ‘타네 테 와이오라 쿠와하’가 서 있었다. 예전에 없었던 건데라고 보니 2022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생명의 태양빛을 의인화한 마오리 목각문으로, 태풍에 쓰러진 2,500년 이상된 토타라木으로 제작되었다. 이태원의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도 보지 못할 마스터피스였다.

멀쩡한 사람을 아바타 노예처럼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바타에 나온다는데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다


아바타 관련 전시물이 식물들 사이사이에 숨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바타를 보고 왔으면 찾아보는 재미가 더 했을 텐데,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영화라….. 2024년 7월 현재까지도 보지 않았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액티비티를 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바타 필터 사진기는 온 가족이 한 번씩 찍어보면서 재밌었고, 몸으로 컨트롤하는 게임도 있어서 생각보다 오래 관람했다.


월요일의 가든스는 한가한 편이라고 하는데 관람객 수는 적지 않았다. 정말 싱가포르에 오는 여행객은 모두 이곳에 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것도 아바타


클라우드 포레스트 관람 이후에는 바로 옆 플라워 돔에 갔다. (사진이 없네) 이때는 아들이 유모차에서 잠들어버려 조용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실내 온도가 쌀쌀한 정도라 조금 속도감 있게 구경을 마쳤다.
 

플라워돔 내부. 이미지 출처는 또 가든스 공홈.


플라워 돔을 나왔을 때는 2시를 넘긴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점심을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 거 같아서 매표소 옆에 보이는 쉐이크쉑 버거를 먹기로 했다.

아니 근데 주문을 하는데 익숙한 로고와 멘트. 
"해피포인트를 적립하시겠습니까?" 

해피포인트잖아


SPC 해피포인트를 적립하겠냐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쉐이크쉑 싱가포르 사업권을 SPC에서 받았다고 한다. 신기했다. 그건 그렇고 한국에서 쓰는 해피포인트 앱은 적립이 안 된다. 환율 때문에 어려운가요.

맛은 한국과 기가 막히게 똑같았다.


SPC 말고도 한국 프랜차이즈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타국의 신비감이 떨어지기도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열거해도 두끼떡볶이, 고피자, 등등등.

슈퍼트리 (아직 한 번도 안 올라가 봤다)


가든스를 떠나 다시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몰로 돌아왔다. 적당한 에어컨 바람이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줬다. 얕게 깔린 에어컨 냄새*를 맡으면, 내가 쪄죽을 일은 없겠다고 안심이 된다. 싱가포르의 초대총리 리콴유(였나 다른 사람인가)는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한다. 완전하게 동의한다.

*이 냄새를 나리타 공항에서 어떤 여성이 "낡았는데 깨끗한 냄새"라고 표현했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로비에 서있던 대형 트리


쇼핑몰 안에는 작은 운하도 있는데, 여기서 아들과 함께 곤돌라를 탔다. 마리나베이샌즈 회원이라서 얼마쯤 할인을 받았는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난다. 성인끼리만 여행한다면 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뱃사공 아저씨와 동요만 아는 승객

 


곤돌라는 디올 트리 밑을 유유히 지나갔다. 어째선지 아낌없이 돈을 쏟은 듯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덕분에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이날 마리나베이샌즈의 바샤커피에서 귀국선물을 샀다. 이 매장의 한국인 여자직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영업방식으로 우리를 홀려서 과소비를 이끌어내고 말았다.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귀국했을 때 서울에서는 바샤커피가 ‘커피계 에르메스’라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를 갖고 바이럴을 타기 시작했었다  (맛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덕분에 우리 과소비의 결과물이 좋은 선물로 쓰였다.


 
저녁은 돌고 돌아 선텍시티 송파(쏭퐈) 바쿳테였다. 싱가포르에 왔다갔다한 15년 만에 처음 먹은 바쿳테. 이런 음식이 있다는 것도 코로나 시절에 본 ‘스트리트 푸드피이터’ 덕분인데, 너무 내 입맛이랑

잘 맞아서, 바쿳테 키트를 사고 말았다. 집에서도 몇 번 끓여 먹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돈다.

아씨. 너무 맛있어.


바쿳테 키트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산 돼지등갈비와 마늘을 넣고 끓이면 거의 똑같은 맛을 낸다.


 
어느덧 마지막 날의 이야기.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줄 대한항공 KE648편은 오전 11시에 떠나 오후 6시 45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싱가포르와 서울의 시차는 1시간이니 비행시간은 6시간 45분.
 
아침 일찍 간단히 조식을 먹고, 패밀리 그랩을 불러 공항으로 출발했다. 또다시 찾아온 터미널 4. 외딴 터미널이라 역시 주얼은 갈 수 없었다.
 
면세점은 구경만 간략히 하고, 라운지에 갔다. 새로운 터미널이라 라운지도 쾌적했다. 아침부터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락사 한 사발 먹으니 탑승 시간이었다. 집에 갈 시간.

컨펙셔너리 면세점에 있던 자동차 놀이터(?)에서 안 떠나겠다고 해서 한바탕 하고…

 

시내보다도 화려한 바샤커피 매장이 입점해 있었다. 구매는 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

 

그래, 저거 타고 갈거야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비행 내내 취침하는 효도를 베풀어주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쉽지는 않지만 계속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유가 뭘까란 질문에 답을 찾으며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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