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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쳤다'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며 든 생각이다.


채사장 작가의 신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에 대한 한 줄 평이다. '지대넓얕'이라는 큰 제목을 달고 나온 5년 만의 책으로,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38억 년, 우주가 탄생한 시간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간이다. 감히 이 상상조차 어려운 시간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것도 겨우 550페이지로 말이다 (보통 550페이지가 넘어가면 책은 무거워지고,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만큼 커진다. 그러나 138억 년을 담기엔 부족해 보였다).


채사장 지음 _ 웨일북(whalebooks) _ 2019년 12월 24일 출간 _ 정가 : 19,800원


우주의 탄생과 그 모습에 대한 가장 최신의 과학적 이론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이어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명체의 탄생과 그 인간이 이룬 문명에 대해 논한다. 이후에 이르러서야 작가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의 거대 사상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즉, 베다, 도가, 불교, 서양철학과 기독교 사상을 살펴보며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그 결론은 책에 나와 있다.


특별히 상호 관계가 약해 보이는 주제들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예를 들면 우주와 예수 같은 주제 말이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마지막 장을 읽고 있었다. 처음에 '휘몰아쳤다'고 느낀 이유가 그것이다. 그것은 웅장하다기보다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휘몰아치는 바람 같았다. 


잘 읽히는 책이었다. 그것은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채사장 작가는 어떤 주제라도 극도로 간결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도 그것이 십분 발휘된 것 같다. 그 기술은 한편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그것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재정리하여 설명하는 방법인데, 책에서 작가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지적한 대로 독자(주로 한국인일 것이다)들의 사유가 이분법에 익숙하여 그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인간도 컴퓨터와 같이 0과 1로 이루어진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숨은 주제'였을 수도 있겠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 읽기 편해서 좋았다. 오히려 이분법이라는 도구가 그의 텍스트에 추진력을 주는 '연료'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작가의 책에 대해 인스턴트 지식이라는 비판도 꽤 있다고 알고 있다. 뭐, 따지고 보면 비타민 캡슐도 인스턴트 식품이지 않은가?


내년 시작에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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