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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떨어지는 금리와 격량에 빠진 주식 때문에 내 계좌 돌보기도 버거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지정학적 리스크들도 산재한다. 이런 와중에 지구 반대편 브라질 아마존의 재앙 같은 화재에는 눈길이 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냥 관심을 끌 수 없는 것은, 한반도 주변 리스크와 브라질 아마존 화재가 내 계좌와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아니겠나.



시그널의 저자 피파 맘그렌[각주:1]은 일반 독자들에게 일상에서 신호(시그널)를 알아채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제의 방향을 예측하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이 카피라이트처럼 '잡지표지, 슈퍼마켓, 항의시위' 등에서 보는 신호들을 훑어보는 다소 '가벼운 내용'일 거로 생각하며 집어 들었다. 요즘 주변의 거대한 이슈들에 지쳐서, 일상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는 욕구가 반영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이 카피라이트 역시 지렁이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이 나쁘다거나, 번역이 불량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하겠다. 출판사 소개처럼 슈퍼마켓이 어쩌고 잡지표지가 저쩌고 하는 건 이 책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500페이지 가깝게는 거대하고 깊은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세와 세출, 책임과 고통의 할당으로 이루어지는 사회계약,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세계금융, 통상(또 지정학이다!!) 같은 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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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인 맘그렌이 물가안정이야 말로 자본주의체제의 지상과제로 주장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반대한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저축하기보다 소비하게 하여[각주:2]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의 도구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물건 가격이 오르면 부가세도 올라가고, 사람들 임금도 오르니 소득세가 올라가는 메커니즘이다). 책의 카피라이트에 나왔던 초콜릿바 이야기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많은 식품회사가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보다 가격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용량을 줄이는 것을 살펴보라고 한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정직하지 못한 과세 방법이라고 보는듯 했다. 그는 여러 국가의 '퍼주기' 정책이나, 농산물 또는 에너지 가격을 관리하는 게 결과적으론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고 비판하면서도, 미국정부가 양적완화를 통해 돈의 가격을 조작하는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각주:3]



이어서 금리의 인위적 인하가 어떻게 사회계약을 파괴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이어진 저금리가 자산가격의 폭등을 불렀고,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하여 사회계약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파트 크기가 줄어드는 신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 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았다. 한편, 나는 이것은 마이너스 금리가 작동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은행은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에 저축을 맡긴 사람들은 은행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저축이 사라진 은행은 망하게 된다. 은행이 망하면 경제시스템을 돌아갈 수 없다. 결국 돈이라는 지폐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얘기 말고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 있다.

책의 초반에는 왜 덜떨어진 공직자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그 이유를 백악관에서의 자기 경험에 비추어 추측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가 인용했던 글이다.

"무결점 이력을 가진 사람만 공직에 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업무운영 능력에서 귀감이 될 만한 인사는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지저분한 일에는 손도 대지 않으려는 아주 부유한 인물이나, 숨길 것도 보여줄 것도 전혀 없는 재미없는 인물이나, 아니면 과거 기록을 덮는 데 능숙하고 발각될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는 야심 찬 거짓말쟁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p.134-135). 한국이나 미국이나, 예수가 와도 공직자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직업여성과의 스캔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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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반인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네이버 백과사전과 함께했다.

가벼운 경제서적을 찾는가면 비추, 시간 내 읽을 경제서적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1. Pippa Malmgren;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 뱅커스 트러스트의 수석 통화전략가, UBS의 글로벌 전략 부수석을 역임했다. [본문으로]
  2.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오늘 쓰자는 심리가 발동한다고 본다. [본문으로]
  3.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시기를 보면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는 의도였을 수도 있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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