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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는 제국 -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글항아리 / 2017년 7월 5일 출간



미국이란 국가가 인간이었다면 아마도 심각한 다중인격의 정신병자일 것이다(물론 나는 친미사대주의자다).

그러면 미국이 '다중인격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 읽은 '분열하는 제국'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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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국에 대한 개념정리: 보통 미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 혹은 프랑스처럼.  

거기에 지식이 조금 보태지면, 미국의 full name이 '미합중국'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이 합중국이 조금 특이한 연방제 체제이고, 각 주(州)는 사실상 한 국가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주 방위군, 치안, 복지, 조세 등등. 

한편 우리가 일컫는 미국 정부(즉 대통령의 정부)인 연방정부는 연방군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살신성인하고, 연준을 통해 달러를 찍고 그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한국은 반도의 해안선과 압록강이 선명한 경계를 그어주었고, 그다음에 팔도가 생겼다. 반면 미국은 식민지 국가들(지금은 '州'의 범주에 들어가는)이 먼저 난립하고, 이후 그들끼리 모여 미합중국의 간판을 세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사람들은 "너 미국에 언제 오니?"라고 묻지 않고 "너 '우리 州'에 언제 오니?"라고 묻는다. 나는 그들 나라가 넓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선 그들이 사실상 다른 국가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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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콜린 우다드: Colin Woodard)는 이 책에서 미국 각 부분의 탄생과정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각기 다른 초기 식민지들의 성향이 이후 미국 역사에 어떻게 작용했으며, 오늘날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저자는 탐구한다. 나는 이 책에서 자신의 무지를 자각했다. 가령, 나는 모든 미국인의 조상이 메이플라워를 타고 도해한 최초의 개척자인 줄 알았다. 그리고 미국은 독립전쟁 때 영국에 맞서 모두 똘똘 뭉쳐 싸웠으며,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으로, 이후 모두 평등이란 가치에 순응했다고 생각했으나,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독립전쟁 중에도 정쟁이 있었고, 남북전쟁은 남부연합을 힘으로 굴복시킨 것이고 그들은 여전히 옛 향수를 기억한다.


저자에 따르면, 북동부(뉴욕, 메인 등이 속한)의 양키덤은 영국의 개혁파가 자리 잡고, 그 아래 타이드워터(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속함) 지역은 왕당파가 왔다는 것이다. 한편 개인적으로 가장 친근하다고 생각되는 미국 동부의 디프사우스(Deep South) 지역은 캐리비안 플랜테이션 농장주들이 확장해 온 것이라고 한다. 이외 다른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득이다. 여하튼, 각각의 지역은 각자의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북부, 즉 양키덤 등은 강력한 중앙 정부, 자본 권력에 대한 감시, 환경 보호 등에 가치를 두지만, 남부로 가면 정확히 이에 반대된다고 한다.


책 읽는 내내 이 지도를 옆에 끼고 있었다

이렇게 '성장배경'도, 가치관도 다른 지역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멀리서 얼핏 보면 이러한 목소리들이 '미국'이라는 하나의 입으로, 하나의 몸짓으로 터져 나오기 때문에 미국은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더욱 강력한 슈퍼파워를 보게 될지, 분열된 제국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 저자는 미국(혹은 북미)의 일부 지역이 독립할 거라는 관점을 피력한다. 한 예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아리조나, 뉴멕시코를 거쳐 텍사스에 이르는 지역은 멕시코 북부와 같은 문화 및 인종을 공유한다. 이 지역을 엘 노르테라고 하는데, 이쪽 여기서 가까운 미래에 독립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멕시코 장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이 지역 독립의 싹을 자르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장벽이 엘 노르테 지역권의 허리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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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특이한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단, 저자가 약간 분리주의자같은 면을 보일 때도 있어서(어느 책과 같이) 그런 부분은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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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및엄마부대등등에게 성조기 대신 남부연합기[각주:1]를 추천한다. 그들의 가치는 미합중국보다는 남부연합과 더 좋은 케미를 보일 것 같다. 그들이 매번 성조기를 들어서 우리 미국을 욕되게 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목사들도 노예제의 본고장인 그쪽 지역에서 많이 공부한 걸로 알고 있다. 가령 밥존스대학[각주:2] 말이다. 그분들도 남부연합기가 더 익숙하지 않을까? 성조기는 정의와 정복을 위해 휘날리도록 내버려주시길.


정직한 앞 표지. 단 쉽게 거뭇거뭇해지는 재질이다.


지막으로 책 덧싸개에 대해 한마디. 맨 위에 올린 이미지는 덧싸개, 즉 서점에서 이 책이 우리를 만나는 모습이다. 책 제목의 '분열'이란 강한 단어와 트럼프 대통령의 실루엣이 어쩐지 그 때문에 미국이 분열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이 책에는 트럼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없다. 심지어 그가 대통령 후보도 되기 전인 2011년에 원어판 기준으로 퍼블리싱 되었다. 출판사의 마케팅 의도는 알겠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트럼프는 어쩌면 미쳐가는 미국의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1. https://www.istockphoto.com/kr/%EC%82%AC%EC%A7%84/%EB%82%A8%EB%B6%80%EC%97%B0%ED%95%A9%EA%B8%B0-gm177701797-24138831 [본문으로]
  2. 이 학교는 1971년까지 흑인 입학을 불허했고, 2000년까지 인종 간 연애나 결혼을 금지했다. 한편 그분은 어떻게 결혼에 성공했는지 궁금해졌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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