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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원제 'The Remains of the Day')과 함께 시작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기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영국 고택의 노련한 집사인 주인공 스티븐스. 그의 독백은 명예와 위대함, 후회와 상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그의 독백을 듣···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두 번째였다. 이전에 읽었던 '나를 보내지마'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아 있는 나날'에서 조금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강렬함은 작가의 문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기 보다, 글이 보여주는 '풍경'에서 오는 것 같다. 언젠가 탔던 런던발 콘월행 기차에서 내다 본 창밖의 풍경처럼 잔잔한 글이다. 잔잔하지만 놓칠 수 없고, 깊은 인상이 남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나 영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인데도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스토리는 주인공인 스티븐스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지난날 귀족의 집사로써 자신보다 주인과 그 고택을 우선하는 삶을 살았다. 책을 읽다보면 그가 자신의 젊음마저도 불사르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의 주인 귀족은 2차 대전을 겪으며 자신의 실수로 모든 명예를 잃어버리지만, 스티븐스는 그때에도 그의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안쓰러울 정도다. 가족도, 젊음도, 사랑도 모두 희생한 노년의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아 있는 나날'은 아름답고 잔혹한 소설이었다. 명예와 위대함, 후회와 상실.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무지함을 그린다. 물론 마지막에 희망은 남겨져 있다. 


번역은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덕분에 속도감 있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추천한다.

이 포스팅의 처음에 한 해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 같다고 했지만, 사실 어느때나 읽어도 좋은 책 같다. 추천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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