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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카산드라의거울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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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 책을 몇 권 가져왔다. '카산드라의 거울'도 그 중 하나. 
한국에서 어쩌면 볼테르나 루소보다 더 유명한 프랑스인일 것 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카산드라의 거울은 그의 신작이다. 그의 책은 한국에서 유명하다. '개미', '신' 등등. 뭐, 문학적으로 절대 빈곤한 나는 다 완독 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책을 가져갔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다. 어느 한가했던 주말에 2권을 모두 완독 해버렸다. 시간이 많았다는 것도 완독할 수 있었던 요인이지만, 책 자체의 내용과 흡입력은 내 손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오래간만에 몰입된 독서를 즐겼다.

그런 독후감.

***다시 스포일러 경고***

한국인들은 아직도 '국가'와 '민족'이란 구시대적 사상에 굉장한 집착을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사실을 파악했는지, 이 소설에 한국인을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시킨다. 비록 탈북자지만. 게다가 쓰레기장에 사는 탈북자 (그래도 괜찮다. 주인공의 남자친구니까).
베르베르는 알고 있다, 이 책에 한국인 등장인물이 나오는 한, 모든 국가에서 이 책이 망할지언정 한국에서는 잘 팔릴 것임을. (기사에는 그가 사회의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려고 그리했다고 밝혔다)

***다시 스포일러 경고***

소설에서 주인공 카산드라는 동명의 고전 인물 카산드라와 같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꿈에서 본다. 반면 자신의 과거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폐아로 나오는데, 선천적 자폐아가 아니라 부모가 그녀를 자폐아로 만든 것이다. 그 방법이 신기한데,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좌뇌에 의한 우뇌 지배가 시작돼, 두뇌의 잠재된 능력을 억제한다고 그려진다. 과연 실제 가능한 일일까? 카산드라의 부모는 그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9살이 될 때까지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데, 언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우뇌가 발달해 특정분야에 재능을 살릴 수 있지만 대신 자폐아와 다를 바 없이 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작가는 자폐인들에 대한 편견과 거부를 깨보려고 한 것 같다.

작가는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인민과 극빈층 사람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도 해소되길 바라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을 무조건 미화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추잡한 모습도 들춰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이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카산드라를 도와 미래의 테러행위를 막는단 점에서 그들이 공공의 안녕을 바라는 '보통사람'과 다를 것이 없음을 시사한다.

그는 또 지나치게 발달한 의료기술과 출산의 자유가 인구팽창을 일으켜 이 행성을 죽이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러면서 카산드라의 꿈을 통해 '이상적인' 미래상을 그려보는데 이것은 내가 보기에, 적어도 내가 보기엔 너무나 극단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인구가 적은 지구다. 적은 인구가 300세 이상 산다는 세상. 극 저출산이라는 '욕망의 억제'와 초장수라는 욕심, 엄청나게 모순된 두 요소가 존재하는 세상. 한편, 현재 사회가 도달하게 될 미래로는 자원이 고갈되고 쓰레기가 세상을 덮고 모두가 거지같이 사는 세상을 그렸다. 작가는 이렇게 이땅에 번성하라는 세계의 지도적인 종교를 적으로 돌리고, 환경문제에 대한 무심과 무지에 일격을 가한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을 내 뇌가 인식하고 싶은 대로 인식했고, 그것을 적어보았다. 귀찮아서 좀 간단히 썼다. 동화책처럼 쭉 읽고 끝낼 수도 있지만, 책의 단어 하나하나 곱씹어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카산드라의 거울'은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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