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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때는 눈에 띄지 않다가, 그것을 알게 되면서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드레퓌스 사건도 그 중 하나이다. 1894년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실제 일어났던 1906년을 넘어 지금까지 책과 뉴스기사 등에서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지구의 반대쪽인 한국에서도 N지식인에 올라온 이 사건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반증한다. 게다가 거의 매년 '현대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주장되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까이로는 2009년부터 이어진 한명숙 전 총리 스캔들이 그것이다.
에밀 졸라(Emil Zola)
소설가 에밀 졸라(Emil Zola)의 '나는 고발한다(J'Accuse)'는 이 사건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문헌 중 하나이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된 에밀 졸라의 시론들을 모은 책인데, 자극적인 제목과 더불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또렷한 글들을 모아놓았다.
인간 사회는 1894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보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만연하다. 더러운 언론의 '인간몰이', 그렇게 형성된 여론 뒤에 숨은채 언론에 의지하는 '국가'. 자신의 목소리에 가족들까지 매장되는 비열한 연좌제. 대학가 프락치. 인종차별. 진실과 암살.
이 사건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기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 사건은 여전히 지나치게 유효하다.
기억에 남는 구절.
"사람들이 걱정하는 외교적 마찰, 그것은 구경꾼들을 향한 공간일 뿐이다...... 우리는 가장 가증스러운 언론 캠페인에 의해 오도된 여론, 흥분한 여론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물론 언론은 필요한 힘이다...... 언론이 악행보다는 선행을 더 많이 한다...... 그러나 몇몇 신문은 그래도 역시 범죄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한쪽에게는 광기 어린 열정을 주고 다른 한쪽에게는 극도의 공포를 줌으로써 스캔들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밀고가 횡행하는 까닭에 가장 순수하고 사장 용감한 사람들조차 흙탕물이 튈까 두려워 의무를 다하기를 꺼리고 있다."
"방탕을 암시하는 제목을 (큰글자)로 넣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저속한 신문들은 어둠 속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매춘부와 다를 바 없다...... 가판대 상단에 자리 잡은 인기 있는 신문들, 자금줄이 든든한 신문들, 대량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들, 대중의 여론을 주도하는 신문들을 보았고...... 그들의 선의를 믿고 싶다. 그러나... 대중의 양심을 흐리게 하고 민족 전체를 방황하게 하는 범죄를 저지른 저 인간몰이꾼들, 노회한 논쟁가들, 광기 어린 선동가들, 협애한 애국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된다."
21세기, 여전히 낯설지 않은 언론의 모습. 소설가 에밀 졸라는 신문의 소설에 대항하여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방탕을 암시하는 제목을 (큰글자)로 넣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저속한 신문들은 어둠 속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매춘부와 다를 바 없다...... 가판대 상단에 자리 잡은 인기 있는 신문들, 자금줄이 든든한 신문들, 대량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들, 대중의 여론을 주도하는 신문들을 보았고...... 그들의 선의를 믿고 싶다. 그러나... 대중의 양심을 흐리게 하고 민족 전체를 방황하게 하는 범죄를 저지른 저 인간몰이꾼들, 노회한 논쟁가들, 광기 어린 선동가들, 협애한 애국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된다."
"생각해보라! 자기 자식의 무죄를 믿는 부모라면 당연히 자신의 피와 재산을 그에 바칠 권리가 있고, 심지어 의무가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도덕을 배우며 살았고 어떤 신을 섬기며 살았기에, 가족 중 한 사람의 잘못을 전체 가족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일까?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관용 정신에 비추어 이보다 더 저열하고 이보다 더 비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드레퓌스의 형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는 신문들은 진정 프랑스 언론의 수치다."
연좌제.'로로르'에 실린 '공화국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졸라는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 포르씨에게 보내는 편지'에 사건의 개요와 처벌 받아야 할 자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를 외친 용기있는 행동.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드레퓌스 사건의 전말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한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의미있는지 볼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드레퓌스에게는 12년이 걸렸다. 사회 분열과 암살 등 희생도 뒤따랐다. 하지만 1906년의 프랑스는 1984년과 달랐다. 우리가 오늘 우리나라를 위해 행동한다면 2022년의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상원과 하원, 문민 권력, 군부 권력, 거대 신문, 거대 신문이 중독시킨 여론 등 모든 것이 저에게 적대적입니다. 제 편으로는 오직 하나의 관념, 즉 진실과 정의의 이상만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정녕 우리나라가 거짓과 불의 속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오늘 여기서 저는 유죄 선고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나라)가 자신의 명예를 구해준 데 대한 제게 감사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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