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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픽션이다. 1920년 9월 월가(Wall Street)에서 일어난 테러를 바탕으로 쓰인 추리(?) 소설, 죽음본능. 프로이트 박사와 퀴리부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히스토리와 픽션이 묘하게 섞인 작품이다. 작가인 러벤펠드는 '살인의 해석'이란 책도 집필했다는데, 죽음본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틀모어 형사와 영거 박사는 모두 전작에 이어 두 번째 등장이라고 한다.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직접 비교는 못하겠다. 잡담으로, 영거 박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리틀모어 형사는 자기가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살인의 해석', '죽음본능'이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대충 짐작이 간다.

생각해보니 생일에 선물로 받았던 책이더라. 내가 직접 골랐는데, 처음에는 좀 호러 소설인 줄 알았다. 갈라진 벽 틈으로 튀어나온 눈알, 그 앞 침대에 엎어진 시체가 그려진 표지와 죽음본능이라는 낯선 제목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뭐 어쨌든 생일에 죽음본능이라는 책을 골랐더니 좀 기분이 묘했다. 책 중간에 죽음본능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기분이 한 층 더 묘해졌었다.

작가는 등장인물인 두 남자와 히로인 콜레트, 그리고 몇몇 악당과 테러 사건에 대한 해석만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며, 나머지는 모두 실존한 인물과 사건이라고 밝혔다. 몇몇 악당이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존해선 안 될 사이코패스고, 악역으로 나오는 국회의원과 그 반대의 국회의원, 로비스트 등은 모두 당시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긴장 고조 등의 큰 사건도 실제 그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활자 속에 역사적 타임 라인에 맞춰 치밀하고 빈틈없이 이어져 있어서 읽다 보면 과학사(史)를 읽는 듯한 착각도 든다. 앞에서 히스토리와 픽션이 묘하게 섞였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로 그렇다.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활자로만 가득 차다. 삽화가 필요하다면 직접 찾으면 된다. 등장인물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실제 인물사진이나 사건 당시의 사진이 나온다. 흥미로웠다.

표지는 공포스러웠다. 도입부의 번역은 좀 난해하다. 나만 그렇게 느꼈나. 어쨌든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달랐다. 친구가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추천한다고 하겠다.


 

죽음본능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제드 러벤펠드 (현대문학,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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