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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제 본격 타이완 체류시작.
타이완에서의 첫 큰 행사였던 컨퍼런스도 끝난 후의 월요일.
이제 내 발을 밟겠다는 기세로 다가오는 스쿠터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위에서 운전자와 나누는 교감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새벽 6시반. 내가 이제부터 머물며 일할 학교의 선생과 접선할 장소로 내 매니저 저카이와 함께 이동했다.
여기서 짧게 그를 소개하면, 영어이름 Andy로, 나보다 세 살 어리고, 키는 190정도 쯤으로 보이는데 몸은 호리호리하다. 신주출신 외동아들. 고등학교때 만나던 여친과는 대학 진학 후 결별. 여친이 타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접선지에 도착. 큐브만한 크기의 하얀색 스즈키에서 덩치 좋은 아줌마가 내렸다.
나: "니하오"
묵묵무답의 아줌마. 아니 선생님이다. 저카이와 작별하고 나는 스즈키에 올랐다. 차가 움직이고 운전하던 선생이 말을 건다. 짧은 영어. 벌써 3주 전이라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화는 몇 마디만에 끊겨 학교까지 조용히 왔었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종종 구글맵으로 이 학교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왔었다. 신주와의 거리. 타이베이와의 거리 들등등. 상상속의 학교는 그냥 교외 산지에 있는 작은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즉, 내 세상에서는 어느때라도 시내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그런 학교.
이 느낌을 품고 조용히 창문 밖을, 시간과 풍경의 흐름을 느꼈다.
접선지에서 30분 정도를 달려 창문으로 보이는 건 대부분 산이었다.
15분을 더 달리자. 100m마다 있던 거 같은 세븐일레븐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줄 모르는 스즈키. 조금 더 가자 길거리에 강아지 조차 없는 산길.
왠 골프장이 나타났다. 골프장 1.
골프장 2.
무너진 집
무너진 집
농장
요양병원
골프장3...
[학교는 어디냐고!!!!]
속으로 외쳤다.
선생: "다왔어 (ㅇ^^ㅇ)"
아, 그렇습니까!
조용했다. 너무나도 조용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었단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학교 앞에 파출소가 하나 있지만 이 사치스러운 건물은 이미 오래 전 문을 닫은 듯 보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야... 내가 내리자 일단 가방을 내리고, 방을 보여주겠다고 '기숙사'로 이동. 이때 한 남자가 동행한다.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 살이 너무 없어서 얼굴의 골격이 정직하게 보이는 남자.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 수위로 일하는 시골청년인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소개는 다음 번에...
어찌됐던, 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입구에 자전거가 6대 정도 있어서 창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 문 같이 보이는 게 2개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있었다. 참으로 다행. '시골청년'의 방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확인한 건 화장실! 이십 몇 년을 살았지만 아직 수세식 변기에 약하다. 대만에 오고 거의 60% 정도의 변기가 수세식인 것에 놀라고 숙소에도 그렇진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다행히 양변기였다. 가슴 쓸어내린 순간.
학교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그냥 쭉 이런 느낌.
산은 높아서 그 끝에 구름이 내려와 있다. 산속에 고립된 마을에는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생기조차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이따금 벤츠나 렉서스가 엠블럼을 반짝이며 위화감 충만한 속도로 구부렁길을 달려가던가 하는 걸 보면 마을은 더 삭막했다. 그다지 좋지 않았던 첫인상.
이러면 안되는지 알면서 이 말을 뱉고 말았다.
"아... 왜 왔지"
알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무지하게 반가운 얼굴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이 형님.
생활중적붕우 유덕화 형님
평생 중국어 배워보지 못한 자가 자가 봤을 땐 대충 '생활 속의 친구'란 뜻 같다.
반가워요~
첫 일주일은 정말 정신 없이 보냈다...
태어나서 선생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자는 큰 깨닮음을 얻었다... 이건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는 걸.
아이들을 보면 어렸을 때 내 모습이 보이거나,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선생님들, 미안해요.
일주일의 화상
1학년? 2학년? 어쨌든 수업 후 칠판. 시간 때우기는 그림 그리기로...
수업 후 내 손. 분필은 원래 손을 건조하게 만드는 건가. 손이 터서 피가 난다. -_-
정직한 점심. 챠오메인 (燒麵). 볶음 국수? 맛 있는데 싱겁다...
도시에서 몰래 반입한 산업화된 맛을 가해. 오른쪽 하단에 소스가 챠오메인과 잘 어울렸다.
아, 참고로 이 소스들은 세븐일레븐에서 먹고 싶은대로 가져올 수 있다.
어느 날은 저녁을 먹으러 가까운 야시장에 갔다. 가장 가까운 야시장이 시속 60km로 20분.
그러면 어떻게 갔을까......
물론,
스쿠터의 나라답게, 스쿠터.
먼저 소개한 수위와 그의 스쿠터와 함께.
태어나서 스쿠터에 올라 본 적도 없는 남자가 있다. 그는 인생의 반을 뉴질랜드에서 양들과 함께 살아왔는데, 그 나라에서는 스쿠터 뒤에 사람이 탈 수 없다. 그런 남자가 타이완에 와서 맞닥들인 첫 위기. 스쿠터 뒷좌석 탑승. 착석. 느낌은 단지 시트 꼬투리에 똥꼬를 걸치는 느낌이었다. 남자로서 스쿠터를 운전하는 자의 허리를 감을 수도 없다. 죽지 않기 위한 나의 선택. 뒷자리 손잡이? 모르겠다. 어쨌든 뭔가 잡을게 있었다. 스쿠터 뒤에 타 본 사람은 분명 알 것이다.
(나중엔 무릎에 손을 올리고 타게되었다. 스스로 대견함)
여하튼 그렇게 찾아간 야시장.
메뉴는, 니우파이(牛排):스테이크.
산 같이 쌓인 스파게티...면과 소고기 덩이, 계란후라이.
...
오... 맛있었다.
이렇게 100원. 야시장에서 가장 비싼 메뉴. 한국 돈으로 약 3500원. 저렴해 저렴해!
스테이크 먹기 전 서비스로 나온 차와 수프. 차가 묘하게 맛있었다.
홍차였을까? 싸구려 맛이 나는 맛있었던 티. 다시 먹어보고 싶다.
변태의 개념을 알기 시작한 6학년. 어째선지 제일 귀여운 한 명은 보이지 않지만, 전원은 5명. 귀여워
일주일 내내 나는 이것을 기다렸다.
이것이 마무리.
매일매일의
점심.
맛있엉 //( ~_~)//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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