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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 타이완[각주:1]에 도착해, 대만에 머문지 어언 2주가 넘어가고 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입에 달고 지낸 일주일을 넘기고 맑은 정신으로 타이완 체류기를 남겨보려 한다.

시작.



1. 어떻게 타이완에 오게 되었나?
일 하러 왔다. 돈을 받는 일은 아니다. AIESEC[각주:2]에서 주관하는 해외인턴으로 오게 되었다. 나름 까다로운 서류심사, 면접도 봤다.

2. 그래서 무슨 일을 하나?
만약 '해외인턴'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다국적회사에서 일 한다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나는 현재 타이완 산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보조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봉사활동이라고 해도 될 듯.

3. 왜 타이완인가?
처음에 여러 나라가 선택지로 나와있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오대양육대주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타이완도 그 중 하나였는데, 마지막까지 중국 상하이와 경합을 벌였다 (물론 내 머릿속에서). 결국 타이완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동아시아의 마지막 나라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타이완에 오게되어 20세기 중후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각주:3]'를 모두 방문하게 됐다. 어쩐지 의미가 있다.

4. 구체적으로 타이완의 어느 지역에 있나?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타오유안(桃園)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신주(新竹)가 있다. 신주시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관시(關西)란 읍이 있고 그곳에서 또 다시 20분 정도를 가면 위산(玉山)이란 마을이 있다. 바로 이 위산의 국민소학교[각주:4](玉山國小)가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다.

5. 유산소학교는?
산간 벽지의 작은 학교다. 전교생은 40명을 넘지 않고, 5학년의 경우 정원이 2명이다. 나는 학교 건물 구석진 곳에 마련된 '기숙사'에 머물며 일하고 있다. 내 방 옆에도 방이 하나 있는데 여기엔 '존'이라는 타이완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심각한 저체중으로, '공익'으로서 이 학교를 지키는 것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다.

학교 복도좋아하는 과일!비슷하다!

6. 그나저나 타이완의 첫인상은 어땠나?
타이완의 첫인상이라... 좋고 싫고를 떠나서, 중국, 홍콩, 일본, 더 나아가 싱가폴도 조금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나중에도 계속 얘기하겠지만, 예를 들어 한 건물을 보면, 중국의 규모, 일본식 공법으로 마감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밤거리의 정신 없음은 마치 홍콩 같았고, 시내 조경(타이베이)은 싱가폴 같았다.

며칠 있다보니 나는 타이완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타이완 인구 중 원주민을 제외한 대부분은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중국인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을 줄 알았다. 여기부터 잘못된 선입견이었던 것이다. 그 중 몇가지를 보면...

이완 사람들은 인사성이 바르다. 예전 중국에 갔을 때 기본적인 인삿말을 외워 갔었다. 물론 감사의 인사와 사과하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가자마자 들은 말은,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심각한 컬쳐쇼크를 받았었다. 그 기억을 갖고 타이완에 왔다. 나는 '대만사람 =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두 같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도착 후 공항에서 나는 또 다른 쇼크를 받게된다.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 사람이 '뚜에이-부-치(미안합니다)'라고 하는게 아닌가? 여긴 중국이 아니다

- 국음식은 자극적이다. 내가 모든 중국 요리를 먹어본 건 아니지만 흔히 먹는 북경요리, 광동요리만 봐도 상당히 기름지고, 맛이 강하다. 한국에서는 중국음식이 미원투성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타이완 음식도 같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만음식은 뭐랄까, 그냥 대만 음식이다. 매 끼니마다 밥, 국, 반찬이 나온다 - 중국과 다르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잡곡밥도 똑 같다. 국은? 짠걸로 치면 한국 것이 너무 짜서 못 먹을 지경이다. 그 정도로 싱겁다. 그냥 물에 재료를 넣고 끓였다고 해도 될 정도 (역시 국은 한국이 전문). 반찬은... 싱겁다. 싱겁다. 정말 싱겁다. 밖에서 사먹어도 밍밍하다. 야채는 거의 생으로 먹지 않고 찌거나 볶아 먹는다. 한국사람은 꺼리는 요소도 고루 갖췄다. 고수(Coriander)라는 향초를 많이 쓰고, 기름기가 있지만 밍밍해서 우리나라 사람은 그저 느끼하다고만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사람 입맛에 맞을 음식도 많이 있다!! (나는 아직까지 입맛에 안맞는 걸 찾지 못했다)

- 국대중문화가 깊숙히 들어와 있다. 내가 있는 벽지의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Sorry Sorry', '노바디'를 알고, 대학생들은 'Gee'까지 이렇게 3개의 곡을 거의 필수로 알고 있다. 테레비 드라마도 별 무리 없이 찾아 볼 수 있다...

한가지 짜증났던 점. 개들이 많다. 다들 온난한 날씨 때문에 늘어진건지 하도 사람과 살아서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건지 길바닥에 누워있거나 어슬렁 거리는 게 전부지만, 손바닥만한 새끼 개도 달갑지 않은 나로선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 꼬리는 좀 내려줬으면 한다.




하오. 이렇게 타이완 체류기는 시작된다.


  1. 타이완/臺灣. 한자를 우리말로 읽으면 대만이지만, 앞으로 올릴 체류기에서는 타이완으로 통일한다. [본문으로]
  2. 우리나라에선 '국제리더십학생단체'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본문으로]
  3. 'The Four Tigers of Asia'란, 우리나라 대한민국, 홍콩, 싱가폴 그리고 타이완을 모아서 지칭하는 말이다. 이 네 나라를 비교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본문으로]
  4. 국민소학교는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같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교육제도가 흡사한데, 모두 일제시대 때 정비된 제도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리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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