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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계획은 No Impact 생활을 하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지를 쓰는 것이었는데... 게으름과 여러가지 일들을 핑계로 6일차 이후로는 아무것도 쓴게 없다. 꽤나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기억조차 흐릿하다. 그 흐릿한 기억을 짜내어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애초에 3주 계획으로 아래의 목표들을 갖고 출발했다.

- 개인 수저를 들고다니고
이 목표는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가방에 수저를 챙겨다니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목표였다. 하루는 일본라면집에 갔는데 종업원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지나치게 자연스레 가져왔다. 난 그걸 필요 없다고 물리고,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냈다. 마주앉아 있던 한 후배가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너도 해봐 ^^"

- 수퍼마켓에 튼튼한 장바구니를 들고다니고
이 목표도 성공적이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장바구니도 있었지만 결국 그것들도 비닐봉투의 친척뻘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TradeAid란 곳에서 파는 지푸라기로 만든 장바구니다. Tradeaid란 제3세계 국가의 사람들이 만든 물건들을 공정무역방식으로 판매하는 단체의 이름이자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의 상표다.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단체 같다. 이곳에서 구입한 장바구니는 공정무역상품답게 고가였다. 허나 크기도 크고 튼튼함이 발군이라 만족스런 지출이었다.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고, 행여나 장바구니가 없을 때에는 비닐봉투에 넣는 대신 그냥 가방에 넣고 온다.

- 포장이 없는 식재료를 살 것이다 / 일회용 용기에 담겨지는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이게 제일 힘들었다. 일단, 슈퍼마켓에 가면 신선코너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비닐로 예쁘게 포장되어있다. 심지어 신선코너의 채소, 과일들도 고급화란 명목으로 개별포장이 되어가는 시점에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포장이 되지 않은 물건을 사기란 정말 난코스였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떠올리면 더욱 심각한데, '고급 사과'란 이름으로 금띠를 두르고 비닐 옷을 입고 있거나, 제품 보존 명목으로 스치로폼 그물을 쓴 배를 생각하면 나도 몰래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었다. 과일을 살 때 자동적으로 '톡' 끊어쓰던 비닐봉지 없이, 야생상태 그대로 쇼핑카트에 넣고 계산을 하러 가면 점원들은 그것들을 마치 화성에서 온 것처럼 대하고 나를 화성인 처럼 바라보았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는 항상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포장된 음식을 먹었었는데, 되돌아보니 그런 곳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가 하루에 수도 없을 것임은 너무나 자명했다. 끼니는 식당에 앉아서 포장되지 않은 것을 먹었다. 이외에 음료수는 물이나 차로 대체했고, 과자나 기타 등등은 과일로 해결했다.

스스로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런 나를 보며 '너하나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라며 콧방귀 뀌는 친구들은 약간 날 신경쓰이게 했었다. 내가 비웃음거리가 되어서라기 보다,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너네도 같이 하면 바뀔거 아니야'.

-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실패했다. 변기 옆에 있는 엠보싱휴지를 대체할 것은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 같다. 외부 화장실에 종종 있는 페이퍼타올은 평소에 3장씩 쓰던 것을 한 장으로 줄였다. 손은 덜 말랐지만 분명 아직 벌목되지 않은 나무를 몇 그루 구했으리라 본다.

- 아, 또 커피를 살 땐 개인 컵에 담아달라고 할 것이다
커피를 안마셨다.

- 이 외에 여러가지를 행동으로 옮겨보려 한다.

이것들도 지키는데 힘들었다...

포장되지 않은 음식을 찾아 간 곳은 '지역 직거래 장터'다. 내가 사는 곳 주위에 이런게 있었나... 했지만 내가 너무 무관심했었다. 이러한 장터는 주위에 '널려'있었다. 

어느날 토요일 이른 아침 시내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에 갔다. 'Farmers' market'이란 이름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린다.

카메라가 없어서 폰으로 찍어봤다. 노키아 폰의 저질 화질...

여유로워 보였던 섹소폰 연주. 마켓 중간에 매주 다른 뮤지션이 와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다른 나라 같은 느낌. 오 샹젤리제 오 와레버.

그러고보니 천막이 자유 평등 박애의 색깔이다. 계획적일까? 우연일까? 아니면 제조단가가 가장 싼 색들인가??

지도상 정중앙 오렌지색으로 된 부분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Farmers Market이 열린다. 평소에는 그냥 저런 주차장일 뿐이다.


No Impact 생활에서 뜻밖에 얻은 수확은 체중감량. 18일째를 넘긴 어느날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독소가 빠지고 새로운 생활패턴이 도운건 아닌지 생각한다.

두부를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엄마손잡고 재래시장에 갔을 때(약 20년전) 가게 앞 큰 통에서 물에 잠긴채 팔리던 두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집 냉장고는 어느날부터 플라스틱 용기에서 질식사한 두부가 점령했고, 이것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도 비슷했으리라. 오클랜드에서 플라스틱 통이 아닌 그냥 노출된 상태로 두부를 살 수 있는 곳은 (20일)이 되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 허름한 채소과일가게의 냉장고 바닥칸에 옛날 모습 그대로 팔리던 두부. "오랜만이야"

한동안 슈퍼마켓에 가는게 불편했다. 입구와 함께 제일 먼저 보이는 농산물 코너 한가운데는  미국산 복숭아라던가 호주에서 온 귤, 남태평양 어딘가에서 온 패션후르츠가 보이고, 거길 넘어가면 빵 말고는 포장안된게 없다. 수입된 과일들이 내 눈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료를 태웠을지 생각하게 되고, 과자를 사려다가도 이중삼중으로 된 포장을 보면 왜 꼭 저렇게 포장해야 했나'라고 중얼거린다. 지금은 수입된 과일을 거의 안사고 있다. 아무거나 집어먹고 싶은것 역시 사실이지만.


이러한 내 행동에 대해 딱히 어떤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나는 내가 믿는대로 행동했지만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다. 나는 환경주의자도 아니고 뭐 어떤 주의자도 아니다. 그냥 주위를 보면 너무 무책임하게 과대포장된 상품들이 많지 않은가? 왜 초코파이는 종이박스 안에 또 플라스틱으로 포장되고, 키세스 초코렛은 플라스틱 포장안에 알루미늄으로 포장되러 종이로 만든 꼬리까지 넣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이해되는 날 그것들을 다시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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