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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임팩트' 생활 1일째.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놀랍게도 정말 모든 것이 플라스틱 용기나 봉지에 담겨있었다. 모두 멀리서부터 온 식재료들 아니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완제품들이었다. 
일단 이미 있는걸 버리는건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니 먹어치우기로 결정...! 종이팩에 든 두유와 종이박스 속 비닐 안에 담겨진 씨리얼을 꺼냈다.  이것들을 사기 그릇에 담고 아침을 때웠다. 




밖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하루였다. 점심은 먹지 않고 과제를 하기 위해 학교에 왔다. 집을 나오기 전, 작은 수건과 젓가락을 챙겼다.
너무 배가 고파서 학교와 가까운 수퍼마켓에 들렀다.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가자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손에 잡던 상품들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손질이 끝난 후 비닐에 예쁘게 포장된 샐러드,
미국에서 온 복숭아,
종이팩에 담긴 주스,
비닐에 담긴 식빵.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사지 못했다.


그저 옆 도시에서 온 사과 4개와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장바구니를 샀다.
평소같았으면 과일 판매대에 걸려있는 비닐롤에 담았을 사과를, 그냥 계산대 위에 그냥 올려놓았다.
'No Impact Man'에 나온 그 수퍼마켓의 점원처럼 나를 보는 점원은 방임된 사과와 내 얼굴을 오락가락 했다. 그렇게 산 사과를 짚푸라기로 된 장바구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꺼내 먹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내 계획을 공개한터라 그것을 본 주위 인물들로부터 예상됐던 비아냥과 회의감 깊은 반응들을 억수같이 받았다. 평생 할거 아닌데 왜 하냐는 말부터 지구온난화가 이 행성의 주기적인 현상이라는 반응까지. 모두 시각에 따라 유효한 논점들이다.
평생할거 아니냐는 말은 나 하나 변한다고 이 세상이 변할거 같냐는 말이고, 사실 주위 거의 모든 사람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분명 이 행성의 주기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나도 불과 한 달 전까지 이 논리에 모든 것을 미루었었다. 하지만 인간이 생산하는 공산품의 98.5%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은 분명 이상한 현상이며 고쳐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 할당된 100% 중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시키고 싶다. 특히 이 행동을 하기로 다짐한 기간만큼은 내가 버리는 포장용기의 양을 0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
지구헌장(The Earth Charter)은 자연환경에 심각한 해를 입히거나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입힐 수 있는 행위는 그 가능성조차 피해야하며 설령 그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미완이어도 그래야 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그러한 행위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편에게는 그것을 명확히 증명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한다. 


학교에 와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안먹으려 했지만, '오늘만!'이라는 변명아닌 변명으로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긴 음식을 샀다.
함께 딸려오는 플라스틱 포크는 정중히 사양했다.
가방에서 미리 챙긴 젓가락을 꺼내 밥을 먹었다.


1일째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을 사 먹었다.
-자동차를 몰았다.

-비닐에 담기지 않은 빵은 있다, 하지만 어떻게 담아야 하지?
-이제 요플레는 물건너 간걸까
-주스도 끊어야할까
-버거킹에 플라스틱 통을 가져가서 햄버거를 담아달라고 하면 담아 줄까?
-김치도 물건너 갔다
-라면도, 다행히 난 라면을 원래 안먹고 안좋아한다.
-변기휴지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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