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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아침식사를 했다. 점점 비어가는 냉장고.

오후에 장을 보러 갔다.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선 입구에는 야채와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 토마토를 몇 개를 주워 담았다. 비닐에 담지 않고, 곧 바로 바구니에 담았다. 바나나를 사려고 앞에 갔다. 필리핀에서 온 바나나라 포기했다. 브로콜리를 집었다. 그 옆에 있던 파프리카도 집고, 그 옆에 보이던 오이도 하나 집었다. 모두 따로 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생산된 것들이었다. 이후로 빵코너에 갈 때까지 아무것도 살만한게 없었다. 모두 플라스틱(비닐)과 종이박스로 별도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빵 쪽으로 왔다. 공장에서 나온 식빵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질서정연하게 진열되고, 수퍼마켓 자체에서 만든 빵도 그랬다. 나는 한 구석에 '내가 원하는 대로 비닐봉투에 담을 수 있는 코너'에 가서 시커먼 빵 하나를 집고 바구니에 넣었다.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바구니가 더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더러울테지만 난 죽이진 못할 것이다. 빵 코너 너머엔 냉동식품이었고 이 다음이 계산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동고를 주욱 내려봤다. 살 수 있는게 없다. 그대로 계산대에 갔다. 브로콜리와 오이, 파프리카는 갯수도 몇 없고 잡기 쉬워서 그냥 계산했다. 이후 토마토를 계산하는데 점원이 토마토들을 비닐봉투에 담는 친절을 배푸려고 했고 나는 정중히 사양했다. '야생상태'의 야채와 과일, 빵을 지푸라기 장바구니에 집어 넣고 수퍼마켓을 나왔다. 
 


집에 와서 오늘 산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봤다. 사진마저 건강하다. '신선코너 비닐봉지'를 안쓰니 담기가 불편해서 그런지 딱 먹을 양만 사게 된다. 봉지에 넣었다면 '하나더'였을 것이다. 전에는 그랬고, 종종 마지막 한두 개는 버렸었다. 또 집으로 오는 내내 지푸라기 장바구니 밖으로 빵냄새가 풍겨왔다. 비닐에서 해방된 빵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제품 포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감자칩이 있다. 감자칩을 담은 포장은 그 감자칩에 '캐릭터'를 주고, 사람은 그것을 보고 자신의 카트에 그 감자칩을 담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감자칩의 포장은 그것을 바삭바삭하게 유지시켜 주고, 작은 공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진열되도록 해준다. 현대사회가 그렇게 바라던 효율성 극대화의 표본인 것이다. 선진국에 거주하는 총인구 중 1억명만이라도 포장된 물건을 안사면 변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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