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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차는 아주 무난히 지나갔다. 주말이 껴있어서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여러가지 할 일들을 해결하며 휴식을 가졌다. 친구들이 맥주 한잔 하자며 부르는 자리에도 3주간만 이해해 달라고하며 정중히 피했다. 냉장고 안엔 전에 먹던 음료수나 과자가 있을리 없는데 자꾸만 열어보게 되었다. 끝 없는 한숨은 나 자신이 얼마나 수퍼마켓의 노예로 살아왔는지 절실히 느끼게 했다.공장에서 예쁘게 포장되어 수퍼마켓에 무한히 진열된 상품들을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우리 세대는 인류 역사상 전무한 수준으로 마케팅되었다고 한다 - 이것을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현대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온갖 광고에 노출되어 살았고, 광고가 곧 삶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그렇지만 그 것을 깨닫지 못하는 그런 세대라고 한다. 일례로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고를 그래픽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래의 건물 색으로 바꾸자 그것을 본 사람들이 어딘지 몰라봤다고 한다. 우리는 그 정도로 광고에 노출되어 있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그 광고들이 우리가 지금 타는 자동차는 낡고 느리며, 화장품은 피부개선에 아무 도움이 없다는 둥 지금 우리가 갖은 것은 보잘 것 없고 새로운 '우리 회사' 제품을 사야된다고 끊임 없이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고, 나부터 그렇다고 생각한다.

딜레마는 랩에서 시작되었다. 랩-Wrap-을 말하는 것이다.

랩.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했었는지. 남은 밥을 보관할 때, 그 밥을 전자렌지에 돌릴 때. 또 샌드위치 도시락을 쌀 때 등등 부엌의 역꾼 랩. 비닐봉지의 친구 비닐랩은 서로 닮아서 분해되는데 2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노임팩트 생활을 시작한 후 스스로 랩 사용은 잘 피해왔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했고, 남은 밥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보관했다.

딜레마는 5일차 되는 날 찾아왔다. 이웃에 사시는 한국분이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음식을 가져다 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랩에 쌓여 있었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친밀감의 표현이 아니었는가? 이것을 거절하면 나는 뭐 그 시점으로 그 분들과 단절을 선언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난 그 음식을 맛있게 먹었고, 아직 그 랩을 처치하지 못하고 식탁위에 펼쳐 놓았다. 아직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오늘은 한 소규모 음식점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곳의 음식을 좀 포장해서 주었다. 일부러 날 생각해 준 친구의 마음은 정말 따뜻하다. 하지만 그걸 주는 친구의 한 마디: "이건 거절 못하겠지 이 새키야" 참 따뜻하다 ^^.

내일은 7일차다. 드디어 일주일 포인트를 찍는 날이다. 내일은 정육점에 가보려고 한다. 내가 준비한 통을 들고 가서 스티로폼 포장 대신 그 통에 넣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다. 그럼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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