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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5집에서, '출발'. 이 노래로 비행기에서 평화를 찾아봤다.

 

시간대는 홍콩여행기 마지막에서 이어진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10시간 정도를 날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홍콩에서 저녁에 출발한 비행기였고, 모두가 창문의 햇빛가리개를 내리고 잠에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해 뜰 무렵부터 직사광선의 공격을 받는다. 하늘에서 방해물이 없는 햇빛은 살을 익힐 만큼 뜨겁다.

 

어쨌든, 나는 묘한 기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머릿속. 복잡해서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가슴은 두근댔지만, 눈은 앞을 볼 수 없었다.

 

뉴질랜드 시간으로 새벽 5시쯤 됐을까, 살짝 올린 햇빛가리개 사이로 어두운 구름 사이를 삐져나온 태양이 보였다. 그 위로는 아직 별들이 있었는데, 태양이 하늘을 파랗게 밝히며 그들을 떠밀어내고 있었다.

경이로움. 윌리암 터너의 그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이 보여 준 경이로움과 공포가 보였다. 비행기가 아무리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얼마나 빠르다해도 떠오르는 태양을 피할 수 없고, 다가오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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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ibal Crossing The Alps - J.M.W. Turner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때도 김동률의 출발을 듣고 있었다. 횟수를 세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계속 들었다. 비행기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이 한 곡만 넣고 계속 재생시켰으니까.


아침이었다. 태양이 비행기보다 높이 떠서 괜찮았다. 그림 같은 구름들이 태평양 위에 떠있었다.

 

 

창문 밖으로 미지의 땅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뉴질랜드다. 땅 위에 사람의 흔적은 없고 나무만 있거나, 90마일짜리 해변이 눈에 들어오거나 (비행기로 지나가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 하면, 그곳이 바로 내가 '시간이 멈추는 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뉴질랜드다.

 

 

뉴질랜드 최대 테마파크인 레인보우즈 엔드(Rainbow's End). 자연농원 초창기도 이보단 화려했으리라.

 

 

뉴질랜드의 하늘은 낮다.

 

시내 중심부에서 불과 15분 정도 거리.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위에서 보면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꼭 구더기 같다.

 

그렇게 비행기는 착륙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시작.

낯선 고향

날씨는 맑았다. 오랫만에 보는 청명함. 친구 말에 따르면 한 일주일 정도 계속 비가 오다가 이날 멈췄다고 한다.

 









오클랜드의 야경도 홍콩 못지않게 멋지다!!


오클랜드 생활 본격 재시작.

 

묘한 기분과 마음의 안정은 이로부터 약 3주 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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