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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며칠 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여행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최근 이어진 뉴스를 보면 곧 누구나 (돈만 있으면) 달나라에 갈 수 있게 될 것만 같다. 같은 시간 지상의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소설 '클라라와 태양'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에 보편화한 Artificial Friend (AF), 즉 '가상 친구'라는 어린이/청소년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의 클라라는 주인공 AF의 이름이고, 스토리는 클라라의 시점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는 구조다. 클라라는 전시장에서 다른 AF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이 나타나서 '구매되길' 기다린다. 어째선지 클라라는 다른 AF보다 인간의 말과 행동에 관심이 많고, 나아가 그들의 감정을 통찰하려고 한다. 어느 날 조시라는 소녀가 나타나 클라라를 데려가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 작 'A.I.'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전 소설과 같이 영상을 글로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에선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마치 영화를 소설화한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영상이 흔해진 시대에 어울리는 필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 소설은 벌써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분위기의 영화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 'A.I.' 스타일은 아니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그 영화의 음침한 분위기가 참 싫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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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사실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반복해서 던져지는 질문들이 많지만, 이렇게 마주치지 않으면 일상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주제이기 때문에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수평 vs. 수직)
  •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마저 구현하게 된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도구 이상의 존재로 존중할 것인가? ("쓸모없어져도 버리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가?"라고 바꿔도 좋을 것 같다)
  •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 오는 (발생하는) 것인가? 그것은 과연 인간 고유의 능력인가?
  • 믿음이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컴퓨터의 연산 작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도 그러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믿음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면 믿음을 가진 인공지능은 무엇인가?


이야기의 마지막은 잔잔하게 표현되었지만, 나에게는 꽤 놀라웠다. 여기서 한줄평을 덧붙이면 “영화 A.I.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콜라보”라고 하겠다.

좋은 소설이었다. 잘 읽혔고, 다 읽고 며칠이 지나도 생각이 난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법한 스토리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즈오 이시구로 최고의 작품은 아니었다. 만일 이 작가가 처음이라면 '남아있는 나날(책로그 리뷰)'을 먼저 읽고 '클라라와 태양'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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