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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란 책의 후기를 올렸었다(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는 건 새삼 놀랍다).
그때 적은 대로, 빵과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제목에 이끌려 산 책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빵을 좋아한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의 후속작이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예전과 같은 출판사(더숲)와 같은 옮긴이의 이름을 보고 안심했다.


전작을 읽고 '다루마리' 빵집에 흥미가 생겨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폐점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책의 성공과 언론의 관심을 받는 시점에 돌연 폐점한다는 게 놀라웠다. 이후 돗토리현 지즈초에 새로 오픈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직접 만든 맥주 양조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책에서는 오카야마의 다루마리 폐점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SNS보다 더 자세하다.


이 책은 전작과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전작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구체적인 내용은 세월에 희미해졌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란 고전에 자신의 일과 생각들을 비춰보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이번 '균의 소리를 듣다'에서 저자는 자기 일상의 경험을 풀어내고,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적고 있다. 어쩌면 책 제목이 이미 그런 내용임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균은 저자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존재이자, 그의 생업에 없어선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균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있다. 다루마리에서 만드는 빵과 맥주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누룩균인데, 저자는 전작에서 자신이 찾는 야생 누룩균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오래된 전통 가옥뿐이라고 꽤 강하게 주장했었다. 하지만 지즈초로 옮긴 후 그는 생각이 바꼈다고 성찰한다. 이유인즉, 지즈초에서 다루마리는 원래 보육원이었던 건물에 자리 잡았는데, 전통 가옥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누룩균을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리모델링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함유된 건축 자재는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책에서 인정하고, 더 중요한 건 깨끗한 환경과 균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같은 '추상적인' 요소들이 아닌가 쓰고있다. 이 부분에선 그에게서 철학자의 모습이 보였다.

한편, 일관된 점도 있다. 몸집이 불어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일어난 폐해(예를 들어, 획일화된 맥주 맛)에 대한 불만 가득한 목소리 같은 것이나, 과대 생산, 과대 소비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다루마리는 여전히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실제로 이전 책을 읽고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한국인도 많았다고 한다. 언젠가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때까지 영업이 지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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