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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마카오의 마지막밤도 게임장에서 보냈다.

마무리는 슬펐다. 이날도 많이 땄지만, 순간의 욕심으로 다시 거지가 되었다.

마카오에 머무는 동안 손익을 따져보니 겨우겨우 제로였다. 이게 어디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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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받은 체크아웃 덕분에 천천히 일어났다. 이전날과 똑같이 Grand Orbit에서 조식을 먹고, 같은 건물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마셨다.

스타벅스 가는 길 한쪽에 경비직원들이 모여있고, 주변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도박중독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사람이 투신이라도 한줄 알았는데, 복도 천장에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려서 그런 거였다. 건물이 큰만큼 누수의 스케일이 달랐다. 정말 폭포였다.


사실 이날은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전날 밤부터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역시 남국의 비는 무서운 것 같다.


밤새 몰아친 비바람은 체크아웃 때는 물론, 호텔셔틀버스를 타고 타이파 페리터미널(Taipa Terminal)까지 가는 길 내내 멈출 생각을 안 했다. 

험궂은 날씨에 페리가 캔슬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든 페리가 예정대로 운항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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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이 센트럴에서 타이파 터미널까지는 정말 가까워서, 셔틀버스로는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일찍 도착했다. 셔틀버스가 여기저기 들르면서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호텔에서 바로 터미널로 가버리는바람에 아주 일찍 도착하게 됐다. 


↓덕분에 터미널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홍콩 바베큐. 메이웨이


우리는 Taipa Terminal ~ China Ferry Terminal(침사추이 위치) 구간을 이용했다.

이번에도 역시 여행플랫폼에서 사기엔 늦어서,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 예약했다. 1인에 160MOP (22,000원 정도).


↑ 안녕 마카오.


배가 피어에서 떠날 때에 날씨는 잠잠했다. 잠깐 잠잠했다. 하늘을 꽉 채운 먹구름은 언제라도 터질 준비가 되어있었다. 

멀미왕인 나는 불안불안했다.


사람이 멀미를 하면 여러가지 증상이 있다는데, 잠들어버리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는 배가 출발하고 이내 잠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우리가 탄 페리선이 공중부양했을 때 잠에서 깼다.

순간 배 안에 깨어있었던 사람들이 "꺆~~~"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구명보트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다시 찾아봐야 했다.

몇 일 뒤에 간 홍콩디즈니랜드의 어떤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했다.


↑ 홍콩에 가까워질수록 배가 많아졌다. 흔들흔들


↑ 한 시간쯤 가니 홍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페리는 카오룽(九龍) 침사추이쪽 차이나 페리 터미널에 내렸다.


홍콩이 가까워지고, 중국은행 빌딩이 보이기 시작할때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 구석에서는 태양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아무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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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홍콩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홍콩에서 머문 첫 호텔은 몽콕에 위치한 힐튼가든인(Hilton Garden Inn MongKok).

몽콕이란 지역은 잘 모르는 곳이었지만 야시장도 있고, 쇼핑할 곳도 많대서,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을 보고 결정했다.


↑ 우리가 받은 방에서 본 풍경. 홍콩이다.


요금이 저렴한 대신 아쉬운 점이 좀 많았다. 일단 대중교통 이용으로, 가장 가까운 MTR(지하철)몽콕역에서 거리가 좀 있었다. 걸어다닐만한 거리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더우면 많이 힘들것 같다. 또 밤 9시 정도가 넘어가면 역에서 호텔까지 오는 길이 어두워지는데 경우에 따라 신경이 쓰일 수도 있겠다. 


방 상태는 깔끔했다. 단, 에어컨이 좀 이상는데, 냉기 습기가 같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에어컨이 망가져 있었던 거면 차라리 다행이다. 제습이 안된 우리 방은 축축해서 옷과 책이 눅눅해졌다. 제일 싫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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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한숨 돌리고, 밖으로 나왔다.

홍콩 관광지 중에서 가장 붐비는 곳을 향했다. 비가 막 그쳤으니까 사람이 적을 거라는데 베팅했다.

그곳은 바로, 피크 트램(Peak Tram). 이 트램을 타고 '더 피크'라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피크 트램으로 가기 위해 먼저 센트럴역으로 갔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몽콕(MongKok)역에서 센트럴까지는 환승 없이 바로 갔다. 센트럴역까지 3~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홍콩의 지하철인 MTR을 타기 전에, 교통카드(Octopus Card)를 사야했다. 교통카드는 각 MTR역에서 살 수 있다. 

여행플랫폼에서 사전구매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금액차이가 별로 안나서 게을러도 손해보지 않는다. 

이 교통카드는 홍콩여행에서 필수[각주:1]라고 생각한다. 이건 2010년이나 2019년이나 똑다. 


↓ 센트럴역에 내리니 추억의 HSBC 건물이 환영해주었다.


↓ 센트럴역 부근의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피크 트램 탑승장이 나온다.


이번에는 운 좋게 눈치게임에 성공했다.

티켓 카운터는 비어있었고, 트램은 다섯 대 정도 기다린 후에 탈 수 있었다(20분 쯤 기다렸다). 


보통은 이렇게 긴 줄을 서야한다. 사진은 2009년의 피크트램. 요즘은 더 붐빈다고 한다.


↓ 피크트램은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올라가는 중에도 야경이 보인다.

대부분 서울 아파트와는 달리 홍콩의 아파트는 스카이라인이다.

야경이 보이기 시작하면 트램에 탄 사람들이 일제히 '와~'하고 핸드폰을 든다.


↓  비온 다음이라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구경했다. 홍콩여행은 2월에 가야하나보다.


불편한 이야기도 있다.

피크에는 한국에서 온 죽순이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피크의 가장 좋은 곳에서 죽치고 사진을 찍어댔다. 마치 전세 낸 듯이.

그곳에 온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은 위치에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을텐데, 밤새 사진 찍겠다는 기세는 소름끼쳤다. 

외국에 오면 배려심이 사라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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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트램은 나름 한산했지만, 피크 전망대에는 사람이 많았다.

이 중식당의 웍(Wok)을 형상화한 건물은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건지.


↓ 기가 빨린 우리는 배가 고팠다. 전망대 아랫쪽에 있는 Bubba Gump란 미국에서 온 식당에 갔다.

새우전문점을 표방하는 집인데, 다른 시푸드 요리와 육류 요리도 여러가지다.



↓ 식당은 9시가 넘어서도 꽤 바빴다. 다행히 창가쪽 테이블로 안내 받았다.

식당 창문 너머로 보이는 스카이라인도 볼만했다.


이날 저녁을 간단히 먹자며 간 식당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다. 

피크 건물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비싸게 형성된 것 같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야경도 한 번 더 즐겼으니 만족했다.

(음식 사진은 다음번 포스팅에)


↑ 다른 Bubba Gump 식당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티셔츠와 후드, 인형, 컵 등등.

사진에 보이는건 Bubba Gump의 상징(?)인 새우인형. 평범한 인형인줄 알았는데 머리통이 자석인 걸 집에 돌아와서 알게 되었다.


↓ 티셔츠도 샀다. Bubba Gump 로고에 '홍콩'이라고 써있는게 맘에 들었다. 가격은 2만원대로 기억한다. 저렴!!


다시 피크 트램을 타고 내려왔다. 걸어서 센트럴역까지 가서 숙소로 돌아가는 MTR을 탔다.

↓ MTR역에서 자주 봤던 포스터. 'Trump on Show'라는데 만담쇼인지 뭔지? 


마카오에서의 마지막 & 홍콩에서의 첫날도 마무리 되었다.


다음편



  1. 신용카드가 안 되는 집도 대부분 교통카드는 받아준다. 특히 자판기, 편의점, 카페, 군것질거리를 사먹을 때 용이하다. 또한 디즈니랜드 음식 가판대에서도 쓸 수 있다. 현금을 사용하면 동전 거스름돈이 많이 생기는데, 특히 소액 동전들은 자판기에서도 쓸 수 없다. 이것이 교통카드가 필수인 이유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홍콩공항역에서 교통카드를 정산+환불 받을 수 있으니 금액을 충분히 넣어도 좋다 (나는 홍콩돈 $500씩 넣고도 모자라서 더 넣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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