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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청나게 맛있는 차(茶)가 마시고 싶다!!"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의 국민답게, 일상에서는 커피가 더 가깝다. 

하지만 여행이라던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맛있는 차를 만나면 집에서도 이렇게 끓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나와 차의 인연이라고 하면 이때부터 제대로 시작된 것 같다. <여기>. 이후로도 맛있는 차는 몇 번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건 뜬금없이 마시게 된 차들이다. 정말 뜬금 없는 곳, 예를 들면 중화항공 비행기에서 만난 차는 엄청났다. 딱 마시기 좋은 온도와 향. 

나중에 그것이 티백 차였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었는데, 티백 차는 맛이 없다라는 내 선입견을 처참히 부섰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대로 차 우리는 법을 모르겠다. 제대로 우리는 법이란게 있기는 하는지 모르겠다. 

'다도'라고 해서 '전문가'님이 굉장히 멋지게 우려준 차도 맛있지만, 솔직히 타이완에서 대충 슉슉 이렇게 저렇게 내려주는 차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내 입이 저렴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요즘 비밀스럽게 티백으로 맛있는 차 내리기를 연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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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싱가포르에 갔을 때, TWG에서 티백을 사왔다. 항상 선물로만 사던 건데, 이번에는 온전히 내꺼. 아멘

 


먼저, Jasmine Queen Tea.

흔히 알고 있는 자스민차. TWG에서는 그린티 혹은 녹차로 분류되어 있다. 

탕수육의 친구.



그 다음은 Grand Wedding Tea. 이름이 거창해서 좋다. 

홍차에 다양한 과일향이 블렌딩된 차인데, 과일향이 차 향을 방해하는 주객전도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최적의 발란스라고 본다.

Black Tea로 분류되었는데 한자와 일본어로도 블랙티(黑茶)라고 되어있다. Black Tea는 홍차라고 알고 있는데?


TWG에서는 이렇게 통으로 포장된 차를 팔기도 한다. 

모양이 예뻐서 사게되면, 찻잎 제품이라 도무지 잘 안마시게 된다... 선물해도 장식장으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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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차 우리기.


TWG 티백은 순면 티백을 사용해서 만들어졌다. 

흔히 마시는 현미녹차의 종이티백과 다르다. 이걸로 맛이 달라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튼튼해서 티백 끈이 끊어지지 않고, 찻잎 찌꺼기가 거의 남지 않았다. 고급진 느낌도 굿.


Grand Wedding Tea로 낙점.


끈에 달린 종이를 보면 차의 이름과 찻물의 온도, 컵과 주전자에 맞춰 우리는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디테일하다. 나는 여기서 알려주는 95도보다 낮은 85~90도 사이의 물로 내리고 있다.


김이 날 정도로 뜨겁지만, 차가 완성될 즈음엔 바로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온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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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샀는데, 모양은 좋은데 실용성은 좀 모자라다. 제대로 된 주전자도 없는 열악한 생활환경이다. 


차의 맛은 물 온도에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끓으면 차가 금방 떫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차면 향이 충분히 우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온도가 85~90도.


전기주전자에서 85도에 물이 어떤 상태인지 찍고 싶었는데, 렌즈가 가까이만 가면 김이 서려서 찍을 수가 없었다. 

작은 기포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대충 85~90도가 되는 것 같다. 큰방울이 나오면 95도 이상인 듯.


티백 위치로.


물 투하


마구마구 붓는다. 끓는물은 약 450ml 정도 부었다.


뚜껑을 닫고 3분 동안 기다렸다. 찻잔에서 우리면 2분으로 충분하다

티백이 아까워서 오랫동안 우려내면 쓴맛이 너무 강해지다 못해 떫어진다. 과유불급.


타이머는 핸드폰 타이머를 이용한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유용하다.


타이머가 울리면 티백을 건져올린다. 아깝다고 스푼으로 꾹꾹 누르거나 하면 차 맛을 버린다. 절대 금물.


준비된 찻잔에, 조금 높은 위치에서 차를 따른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것도 디켄팅이라면 디켄팅.



콸콸콸


완성된 Grand Wedding Tea 홍차.


열악한 장비와 함께 했지만 꽤 정돈된 맛이다. 

하오 흐어.

스콘을 부르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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