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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좋은 차를 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여러사람에게 질문했다. 하루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 두 명이 답했다, '우리 동네..!'. 그 둘은 타이베이 북동쪽에 있는 핑린(坪林)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루 맘 먹고 핑시로 향했다.

우라이 갈때같이 신디안역에서 핑린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차 직후 풍경사진이 없는게 좀 아쉬운데, 글로 묘사하자면 아주 조용하고, 사람도 없고, 차를 파는 가게만 있는 마을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조용해서 놀라웠던 기억.

그중 아무 찻집에나 들어갔다.



가게에는 아줌마 한 분이 있었고, 입구에서 머뭇머뭇 거리던 나를 보고, 일단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게로 들어갔다. 짧디 짧은 중국어로 철관음(鐵觀音)차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없다고 했다. 대신 이 동네 명물이라며 포종차(包種茶)를 보여주었다. 

이때는 그냥 샀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포종차, 우롱차 계열(?)로 타이완에서만 나는 고급차였다... 하하

여하튼, 구매하기까지 망설이는 나를 보며 다도기 옆으로 불러 앉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차를 끓여주기 시작했다. 날은 추웠고, 차는 따뜻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얘기가 막힐때는 다행히 필담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고, 신주현 산속에서 머문다고 했더니 신기해했다. 이때 마신 차의 종류가 참 다양했는데, 동방미인이란 차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향이 깊었다.

참고로 내가 필담으로 '臺灣第一人氣茶 (타이완제일인기차)'라고 써서 보여주자 아줌마가 알리산 고산차라고 했다. 이것도 또 우롱차와 좀 비슷했던 것 같다. 

이 찻집을 나오면서, 친절했던 아줌마와 사진을 남겼다.
 




차는 충분히 마셨고, 이젠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한 식당에 찾아갔다. 
가게 입구에는 미리 조리된 음식들이 쌓여있었다. 신기해던 점 - 모든 음식에 어떻게든 차가 쓰였다.



요 볶음밥. 찻잎이 그대로 들어있다. 싱싱해 보이진 않고, 같은 가게에서 파는 차 시음 후 남은 찌꺼기를 넣은 것 같다. 찌꺼기라고 하면 어감이 더럽지만, 더러운 재료는 아니다. 그나저나 볶음밥이 이 식당에서 그나마 먹을만 했다.



가장 기본적인 타이완 도시락. 음.
뭔가 향이 있었다. 진한 향. 구리구리한 향. 뭔지는 모르지만, 별로였다.




주인 할머니. 호기롭게 중국어로 호객하는데, 말이 통한다. 'ㅋㅋㅋㅋ'



진짜 조용한 마을이었다. 가게에는 주인 아줌마가 의자에 앉아서 수면중.
그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크라이스트처치 친구 (식사 도중 합류했다)




조용하고 평범한 지역을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노력은 타이완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타이완도 관광산업이 (예상외로) 약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만큼 성장함에 맞춰, 타이완도 관광자원 개발에 열심이다.

그런데, 이런 다리 난간에 찻주전자 모형 




찻주전자 모양 가로등. (이거리의 이름은 new old street였다. 지독한 형용모순)




아무리 노력해도, 심심하다.



내 눈엔 그저 예산낭비로밖에 안 보인다...
역사와 전통을 하루아침에 만들려는 헛수고. 한국이나 타이완이나. 압축성장국가의 공통점?


이날 여행에서 두 번째로 즐거웠던 것.

티타임.



여기는 인도네시아 친구가 머물던 집에서 운영하는 찻집이었다. 요 앞을 지나가던 우리를 이곳에서 차를 나누던 동네 어르신들이 불렀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차를 부어줬다. 부어라 마셔라. 가게 한켠의 티비에서는, 제목 모를 한국 사극에서 송일국씨가 중국어로 유창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차는 계속 마셨다. 술을 이정도로 마셨다면 아마 급성 간경화로 죽었을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재밌었다.


타이베이시내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석양.



버스에서 내려 정말 좋은 장소에 갈 수 있었다. 비탄(碧潭). 수변공원이었다. 자연스러운게, 청계천보다 나았다.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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