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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가고 싶은 카페를 만난다는 것과,

나만 알고 싶은 카페를 만난다는 것은 도시생활자의 행복 가운데 하나다. 


일요일 오전


광화문 디타워 1층에 위치한 포비(FourB)가 그런 곳인데, 매장에서 구워내는 베이글과 훌륭한 커피가 있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매일 가기에는 멀리 있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가는 걸로 마음에 안식을 주고 있다. 

주말 아침에 시간을 내어 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일요일 오전, 조금 한가해서 좋았다


2년 전쯤, 우연히 이 카페에 들어갔다. 꽤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만난 당시 여친과 ‘조용해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간 것이었다. 

그때는 조용함이 중요했으니까. 그 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찾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왼쪽에 있는 ‘베이글 공장’과 커피바로 이어지는 심플한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바 앞에 스탠드바를 배치해 넓은 공간감을 구현하고, 높은 천장으로 개방감을 주었다. 모노클 지면의 한쪽에 나올법한 인테리어- (실제로 매장 책장에 모노클과 'Guide To' 시리즈가 비치되어 있다). 커피 메뉴에는 그리운 커피들이 손짓했다 - 롱블랙플랫화이트.



처음에는 이곳의 커피와 베이글 모두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아직 오클랜드에서 먹었던, 그리고 인생 베이글이라고 꼽는, 베스트 어글리 베이글’의 여운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보자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플랫화이트를 찾을 거란 기대도 없었기 때문에 이곳도 그냥 '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1인 1베이글은 식사가 될 만큼 배부르다. 그래서 보통 셰어하고 있다


나의 섣부른 생각은 포비에서 교정되었다. 이것이 지금도 포비를 찾게되는 이유인 것 같다. 서울에서 이 정도의 베이글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고, 여기에 곁들이는 생크림과 크림치즈로 만든 스프레드는 사치스러울 정도다. 쫠깃한 포비의 베이글은 오클랜드 베스트 어글리 베이글과 견줄 만하다. 이곳의 커피- 그 중에서도 플랫화이트는 '서울의 플랫화이트는 이곳에서 완성되었다'고 할 정도로 맛있다. 감사하게도 죽은 맛과 다름없는 한국의 우유로 최선의 맛을 완성했다. 


앞으로도 계속 맛있는 집이 되어주시길.


베이글에 덧붙이면, 최근에 캐나다인 동료와 이곳에 갔었는데, 그분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베이글이 구워지는 쪽에 놓인 밀가루 포대를 보더니 '서울에서 이런 밀가루를 쓰는 집도 있네'라면서 신기해했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좋은 회사의 좋은 밀가루'로 유명한 제품이라고 했다(그 회사 이름은 잊어버렸다..). 집에서 먹는 베이글보다 맛있다며 깨끗하게 끝냈고, 플랫화이트도 금새 바닥을 봤다. 


9oz잔 + 5oz잔


이런 곳도 완벽하지는 않다. 직원분들의 서비스 따뜻함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매장에 들어섰을 때나, 주문할 때 '환영받는 기분'을 받지 못한다고 하면 너무한가? 간혹 친절한 분들이 있기는 했다(캐나다 동료분과 갔을 때 계셨던 여자분처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쉬움이 남았다. 직원들의 도도한 태도가 포비의 컨셉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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