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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도시에서 보낸 6일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원래는 2박3일 계획에서 3박4일이 되고, 베이징카오야의 미팅까지 지키기 위해 5박7일까지 늘어났다.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게 인생.


블랙프라이데이였던 금요일 밤, 짐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창밖의 오차드 로드는 여전히 헤드라이트와 빛 장식으로 현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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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도로로 나섰다. 이른 아침.

간밤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조용하고 확실하게 토요일의 해가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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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018년 현재 총 4개의 터미널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갈때는 자신이 이용하는 항공사가 속해 있는 터미널 번호를 차량 기사에게 밝혀주는게 좋다 (말하지 않으면 그들이 먼저 물어본다). 

Terminal 1, 2, 3는 무인셔틀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나마 실수를 만회할 수 있지만, 대한항공이 속한 Terminal-4는 다른 Terminal 1, 2, 3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실수를 해도 인천공항 Terminal 1, 2만큼 멀지는 않지만).


Terminal 3 내부


우리는 중화항공이 위치한 Terminal 3로 갔다. 여기도 처음 개장 했을때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어쩌고 해서 친환경 건축물이라고 모두들 신기해 했었는데, 이제는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한 번도 못 가본 Terminal 4는 궁금하다. 원래 LCC 전용 터미널이었다가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정상적인' 터미널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탕공이 비정상적인 티켓 가격을 고수한다면 갈 일은 없을 듯.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는 수하물을 체크인 하기 전, 일반구역에서 부가세 환급(일명 택스리펀)을 승인 받아야 한다. 부가세 환급은 해외로 가져가는 물건이라는 조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칫 실물 검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모든 짐을 갖고 있는 상태이어야 한다. 단, 실제 환급(돈 받는 것)은 면세구역으로 넘어간 후 이뤄지게 된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싱가포르 관광청


여하튼 나는 그 실물 검사 대상자가 되었다. 다른 건 아니고, 바로 애플스토어에서 산 아이폰XS 때문에. 

아마도 아이폰은 재판매가 쉽고 활발하기 때문에 실물을 검사하는 것 같다. 주얼리나 명품(Hermes급?)은 아마 이렇게 검사 대상자가 될 것 같다.

실물 검사에 어려운 건 없고, 애플스토어에서 받은 아주 긴 영수증과 아이폰을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검사원이 영수증과 아이폰의 시리얼 번호가 일치하는지 검사하게 된다(아이폰 설정화면을 보여줘야 함). 


이렇게 하면 부가세 환급 승인서를 주는데, 이걸 들고 면세구역의 환급 카운터로 가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계좌로 받게 된다. 싱가포르의 VAT (부가세)는 7%이고, 수수료 및 부대비용을 제하면 약 5% 가량을 환급 받는다. 유럽과 달리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받는 환급액에 차이가 없어서 머리 굴리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그리고 환급 직원들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안 들어도 돼서 좋다!


일반구역과 면세구역을 나누는 곳. 여기를 넘어가기 전에 부가세 환급 승인을 받고, 넘어간 후에 환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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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가방을 부치고, 보딩패스를 받고 세관을 통과했다. 이날은 외국인 대상으로 무인 신고기 테스트가 있었는지, 나는 반강제적으로 기계에게 출국심사를 받았다..


면세구역으로 넘어오니 갑자기 졸음이 엄습해 왔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하니까. 부가세를 돌려 받고, TWG에서 집에서 마실 티백을 샀다 (Grand Wedding 추천). 

비첸향 육포도 사려고 했는데 이곳에는 없었다. 원래 있었던 거 같은데... 대신 Tasty Singapore였나 뭐였나 하는 곳에서 비첸향과 같은 스타일의 육포를 팔고 있어서 아쉬운대로 여기서 양가에 드릴 것들을 샀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양가 모두 비첸향 맛이 아니라며 안 먹고 있다는 비보. 

결국 내가 먹어치우게 될것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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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를 산 후에는 바로 라운지로 향했다. 중화항공 제휴 라운지인 dnata라운지... 좀 별로였다. 그냥 아주 베이직한 라운지라고 하겠다. 기내식 회사답 음식이라도 잘 갖춰놓으시지. 그래도 개인용 화장실과 샤워실은 갖춰져 있더라. 더 넓은 공간에서의 휴식은 PP카드 쓰고 Ambassador나 SATS 이용하는게 나아보인다. 둘 중 어느쪽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락사를 끓여주는 셰프와 마사지의자가 있었다. 


dnata 라운지에서 본 풍경


이곳 공항의 의자 배치를 보다가 공간활용이 비효율적이라 좋아보였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불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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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출발 45분 전 쯤에 라운지를 나와서 게이트로 갔다.

창이공항의 특이한 점은 탑승게이트에서 X-ray와 휴대품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항보다 빨리 게이트로 가라고 안내 한다. 

면세 쇼핑은 게이트로 가기 전에 마쳐야 한다. 게이트에서 짐검사를 받은 후엔 나가기 힘들어지니까. 


이렇게 일반구역과 면세구역 사이에 보안검사장이 없어지면 각 구역이 넓어지는 게 장점이겠는데, 보안검사장이 더 많이지니까 인건비도 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나저나, 창이공항과 타오위안공항에 모두 가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두 공항은 정말 많이 닮아있다 동선과 활주로 위치마저도. 왜지?

이건 마치 홍콩 첵랍콕과 인천공항이 비슷한 수준을 넘어서는 비슷함이다 (홍콩과 인천은 설계자였나가 같은 사람이라 그렇다고 함).

이런 쓸데없는게 궁금한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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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탑승해서 30분 정도 지나니 문이 닫히고 탐승교가 멀어지는게 보였다. 이제는 안녕.



싱가포르 항공 꼬리 날개를 보면서 집에 간다는 걸 실감한다거나...



우리 비행기 CI752편은 타오위안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환승에는 아무 탈 없기를 기도하며. 



기내식이 나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와 똑같은 메뉴로 정했다. 파이구판과 샹창. 샐러드는 오리고기(찜?)과 퀴노아. 새콤짭자름해서 맛있었다.

식기로 이마트에서 판매할만한 대나무 젓가락이 나오는데, 젓가락 포장지에 보면 가져가서 여러번 사용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가져와줬다. 어제 저녁도 저 젓가락으로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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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752편은 예정시간에 타오위안에 내렸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공항이었던 곳에서 1시간 20분 가량의 환승시간이 주어졌다. 

여기 중화항공 라운지가 좋다던데, 기내식 때문에 배도 부르고 환승이 짧아서 그냥 패스하고, 아내가 궁금해한 오리지널 버블티를 마셨다.

푸드코트에서 목 놓아 외쳤다. 짠주나이차아~ 7년만에 외쳐보았다. 

역시 타이완 버블이 맛있다. 태어날 때부터 버블 삶기 기능이 탑재된 사람들이다.


면세점에서는 사랑스러운 대만 과자들을 샀다. 펑리수는 너무 흔해서 패스하고.

타이중 태양병(타이양빙)과 망고젤리, 금문고량주(선물용)을 샀다. 똑같은 과자도 타이완에서 만들면 맛있다.

난 타이완이 좋은데, 타이완은 올 때마다 사건이 터진다... (눈물의 환승기 참조)


여기서도 비행기는 정시 출발.


우리의 마지막 비행인 타오위안발 서울행 CI162에 탑승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좋은 항공기가 걸렸다. 아마 중화항공 B777 비즈니스에서는 이게 제일 좋은 자리일 거라고 생각해버렸다. 대한탕공 A380 프리스티지와 비슷하다. 기내식은 더 맛있고. 중화항공에서 신기종인 A350도 이 노선에 가끔 투입된다고 하는데, A350자체가 워낙 좋다는 말이 많아서 궁금하다.



별거 없음. 일반적인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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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집에 잘 들어갔다.

토요일에 도착했고, 일요일엔 집에서 뻗게 되었다는 여행기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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