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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의 이야기.


이날도 비가 그칠줄 몰랐다. 사실 이날 비가 제일 많이 내린 것 같다. 주륵주륵.

그래서 액티비티는 포기. 


대신 시내에서 가보고 싶었던 유적지(?)에 가기로 했다. 바로 Fort Canning Park. 

Fort란 이름처럼 과거에 요새였던 곳이다. 영국 극동사령부가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군에 항복한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 치면 창경궁 정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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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 Canning Park까지는 오차드 로드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와 MRT는 MRT역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해서 이용했다. $17이었고, 그중에 $10 카드 보증금이었다. 대중교통이 비교적 저렴해서 $7로 꽤 오래 썼다. 

교통카드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길어서 다음에 또 쓸 수 있겠다. 

이건 싱가포르 현지에 가서 사는게 저렴하다. 클룩 같은 곳에서도 판매하고 있지만, 잘 계산해보면 1원도 싸지 않다. 오히려 환차손이나 안 보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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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내려 호텔포트캐닝까지 가는 길


버스는 'Aft Haw Par Glass Twr (08019)' 정거장에서 내렸다. 

여기 내려서 왼쪽으로 나있는 보도를 따라가면 호텔 포트캐닝이 보인다. 우리는 호텔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정원 계단이라 가파르지 않아서 편하게 올라갔다. 


하필 이때 비가 오다가 그친 타이밍이라 엄청 습해지기 시작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올라오는 김을 콧구멍 아래에 둔 듯한 습도. 

에어컨 바람이 절실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호텔까지 올라가는 계단


살기 위해 에어컨 바람을 찾아 호텔 건물을 통과했다. 건물 안을 지나는 동안은 짧은 천국같아. 


호텔 로비를 나오자 배틀박스(Battle Box)라는 곳이 보이는데 영국군이 쓰던 땅굴이다. 이 안에 박물관처럼 꾸며놓아서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 개별 관람은 안되고, 정해진 투어 시간에 가이드와 함께 가야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로 다음 투어까지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포기했다. 마지막 저녁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배틀박스 출구. 여기로 잘못 들어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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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곽을 걷듯이 포트캐닝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요새의 성체와 벽, 대포들을 볼 수 있다.

개인 취향을 타는 곳일 거 같은데, 나는 재밌었다. 


열대 식물들이 우거져 있어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하며, 음악 축제도 많이 열린다고 한다.


옛날에 쓰던 포가 보존되어 있다


포트 캐닝에 영국인들이 자리 잡기 전에는 14세기 쯤 말레이족 왕이 터를 잡고 타마섹(Tamasek)을 지배했다고 한다. 타마섹은 당시의 싱가포르를 부르던 명칭이고, 포트 캐닝은 부킷 라랑간(Bukit Larangan)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말레이어로 금지된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말레이 왕의 성과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으나, 14세기 말 시암족(태국)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고, 건축물도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도 없다. 


타마섹에 대한 기록은 원나라 사람 왕대연(汪大渊)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10세기 송나라 동전이나 14세기 일본식 장신구는 그때도 해상무역이 활발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뭔가 공사중이었던 Fort Canning Arts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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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캐닝파크를 둘러보고 클락키(Clarke Quay) 쪽으로 빠지기로 했다.

포트캐닝이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가는 길은 오히려 수월했다. 그렇지만 이때 목말라서 웬지 힘들게 내려갔던 기억이...



클락키에서 시간 좀 보내고 다시 오차드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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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싱가포르의 대미를 장식한 저녁식사는 북경오리였다.

Orchard Road의 Paragon 쇼핑몰 안에 있는 Imperial Treasure Super Peking Duck Restaurant. 이름부터 강력하지 않은가?

식당 간판에 Super를 써 놓다니. 전투적인 식사가 될 것 같았다.



이날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Orchard Road가 유난히 북적이길래 무슨일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블랙프라이데이였다. 모두가 무언가를 사러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런 사실에 무지했던 우리. 쇼핑 좀 해야겠다고 생각. 


일단 식사부터.



슈퍼 베이징덕 식당 입구. 고급스럽다.

쇼핑몰 안에 있어서 그저그런 식당이라고 생각했다면 일생일대의 실수다.


어째선지 유독 한국에서는 쇼핑몰 안 식당이 별로인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일행 옆 테이블에는 한국인 일가족이 앉아 있었다. 8~9명 쯤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놀러 온 것 같았다. 그쪽 테이블에서도 "마싯다" "마시따" 하는 걸 들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리얼 맛집으로 인증합니다. 


그나저나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약 2만 명이라고 한다. 진짜 많다, 그 작은 도시에.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 말을 들으면, 코리안은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한다. 고소득 주재원, 그리고 비교적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 다 화이팅하시길.



다시 저녁식사.


우리를 초대해준 분들과 대화하느라 먹느라, 마시느라 찍은 사진이 없다. 


그 와중에 한 장. 초반에 찍은 것 같다.

영롱한 오리껍질의 윤기. 

베이징에서 먹은 베이징덕보다 더 맛있었다.

이것이 중국음식의 매력이랄까. 중국음식은 오히려 중국 밖에 더 엄청난 맛집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느 나라에서 먹던 새로운 경험이 된다.

"김치찌개는 어디서 먹어도 한국만 못 해!"라거나 “거기까지 가서 햄버거 먹었냐”같은 룰이 중국음식에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뉴욕에서 소룡포를 먹었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오리 고기를 오리 모양 접시에 놓는 건 좀 잔인하잖아요.?


싱가포르에서 색다른(?) 음식을 찾는다면 추천합니다. 별점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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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했다. 짐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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