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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갔을 때 싱가포르는 우기[각주:1]였다. 

하늘은 아침부터 우중충했고, 시도 때도 없이 비를 쏟아부었다. 비가 그치면 잠깐 선선하다가 소룡포 찜기처럼 후덥지근 해졌다. 그리고 또 비가 쏟아졌다. 11월의 싱가포르는 분명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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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싱가포르 코어. 진짜 싱가포르에 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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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이스트코스트베이. 점보시푸드 식당 바로 앞의 풍경이다.



저녁식사는 초대 받은 장소인 '점보 시푸드' 이스트코스트베이점에 갔다. 장소를 정할 때 우리의 호스트였던 분(영국인)이, "이 식당은 테이블이랑 의자도 플라스틱이고 아주 캐주얼한 분위기인데 정말 괜찮겠어?"라고 자꾸만 물어봤다. 자꾸만 물어보길래 우리동네 연탄구이집처럼 덜컹거리는 스댕 원형 테이블에 포장마차 의자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칠래크랩을 못 먹어본 우리는 그래도 좋다고 "Go"를 외쳤다.


JUMBO Seafood EAST COAST SEAFOOD CENTRE. 싱가포르 가이드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당.



막상 가보니 깔끔한 식당이었다. 플라스틱 테이블이었지만, 흔들거리진 않았고, 그 위에 리넨을 덮어서 손님 맞이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포쉬한 영국사람들의 기준에선 아닐지도 모르겠다만.


야외 테이블이 매력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아 실내에 앉았다.


칠리크랩은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서빙되기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그 전에 몇 가지 메뉴가 먼저 나왔는데, 사실은 그중에 칠리크랩보다 맛있는 것들이 있었다.


여하튼 먼저 칠리크랩에 대한 소감부터 쓰자면...
음... 찐 게에 칠리소스였다.
게는 게다. 크기가 클 뿐. 먹기도 힘들어.
하지만 얻어 먹는거니 게딱지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갈증에 시달린건 비밀).


별점 3/5점.


칠리크랩! 요리에 쓰는 크랩은 스리랑카에서 잡는다고 들었다



자- 그럼 진짜 맛있었던 건, 이 친구들이다(얘네 때문에 칠리크랩이 평가절하 됐을지도!).

솔티드 에그를 뭐라고 하나... 염장계란?옷을 입힌 새우 튀김. 이건 진짜 맛있었다. 짭조름. 오동통, 파삭파삭. 냠냠. 새우 알레르기가 없어서 다행이다...
영국분도 이건 처음 시켜봤다는데, 모두가 행복해지는 맛이었다. 음식으로 세계 평화. 4.5/5점


이거슨 대구살을 살짝 튀겨서 특제소스를 끼얹은 일품이었다. 이것도 역시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맛. 4.5/5점


다음에 점보시푸드에 가게 된다면 기본 볶음밥솔티드에그 새우 튀김과 대구요리를 시키고 타이거 비어만 시킬 것 같다.

칠리크랩은 미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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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출근시간 직후인 9시 반에 호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선텍시티. 호텔에서 선텍시티까지는 Grab으로 $10이 나왔다. 확실히 일반 택시보다 저렴하다.


이날도 비가 왔다.



선텍시티는 업무시설도 많지만 대형 쇼핑몰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업무를 마치고 아랫층 쇼핑몰을 둘러보았다. 유니클로에서는 패딩도 팔고있었다! 너무 덥지 않아??
가격은 한국보다 꽤 비쌌다. 예를 들어, 세일하는 남자팬티는 한국에서 같은 제품을 제값 주고 사는 것과 같았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센토사에 가볼 계획이었지만, 폭우가 오락가락해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목적지를 옮겼다.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마침 비가 그쳐서 걸어갔다. 20분 정도, 딱 걷기 좋은 거리였다.


마리나 베이까지 걸어가는 길에서 마주친 메뚜기. 거대한 녀석이었다. 성인남자 손바닥만 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가기 위해서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 연결된 육교를 지나는 길이 빠르다.
점심은 마리나 베이 샌즈 TWG 찻집(?)에서 해결했다.


작년까지는 운하 위에 떠 있는 지점과 조금 큰 면적의 지점 두 군데가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운하 위에 있던 곳은 없어진 상태였다.
거기가 나름 분위기 있었는데 장사가 안 됐는지, 메인 지점에 몰아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점심을 먹은 TWG 찻집 겸 샌드위치 맛집


오매불망 샌드위치. 아이스티는 유리잔에 서빙된다. 뒷쪽은 따뜻한 Grand Wedding.


우리의 두 샌드위치 중 랍스터 샌드위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또 거기대로 이야기가 있어서 다른 포스팅에서 다뤄야 할거 같다.
싱가포르 여행 중 뭔가 시원한 액티비티를 하면서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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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친구와 만났다. 그는 싱가포르에 살면서 일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얼굴 보기로 한 것이다.

요즘 싱가포르 핫플에서 보자고 했더니 MBFC[각주:2]쪽에 있는 LeVeL33으로 인도했다. 

이름처럼 MBFC 건물 33층에 위치한 바 & 레스토랑으로, 로비에서 33층까지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올라가는 동안 "도대체 어떤 곳이지?"란 기대감이 자라났다. 우리가 갔을 때는 저녁 9시 정도에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핫한 곳이긴 했다.


그나마 바테이블 코너에 자리가 나서 조용하게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2시간 쯤 지났을까. 다음날을 위해 짧은 만남을 마쳤다.


짧은 만남만큼 아쉬웠던 것은 날씨!! 그날 저녁에 다시 비가 와서 발코니석에 앉을 수 없었다. 너무 아쉽다.
날 좋은날 발코니 테이블 때문에라도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주가 맛있었으니 메인도 맛있을거라 믿는다).


LeVeL33은 여행중에라도 분위기 내러 가기 좋을 것 같다. 언제까지 핫플일지 모르지만, 최소 2019년 상반기까지는 예약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Level33 발코니석에서 바라본 야경


친구와 헤어져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더 성공해서 다시 만납시다.





  1. Monsoon 시즌. 통계적으로 싱가포르 강우량은 11월과 12월에 가장 많다. 가장 적은 달은 2월과 6월. [본문으로]
  2. Marina Bay Financial Center. 찾아가는 길은 DownTown역에서 내리면 MBFC Tower 1으로 연결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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