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오랜만에 싱가포르에 다녀온 이야기. 2018년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의 기록.




거의 매년 다녀오는 싱가포르지만 이번만큼은 ‘처음’이 많았다.


처음 중화항공을 탔고,

Klook을 통해 구매한 현지 심카드를 사용하고,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관광지 입장권을 구매해 봤다.


먼저 중화항공과 함께한 여정을 적어보고 싶다.


-----


먼저, 중화항공과 함께한 여정의 이야기다. 이 항공사의 영문명은 China Airlines로, 이름이 주는 직감과 다르게 타이완 국적기이다.

이번은 출장이어서 직항 위주로 알아봤는데, 대한항공은 지나치게 비쌌다 (이코노미 왕복 85만원!). 

한편 싱가포르 항공은 63만원 정도에 요금확정이었으나, 스카이팀 마일리지의 노예로서 스타얼라이언스를 감히 탈 수 없었다. 


대만강아지



한푼이라도 아껴보고자 카드사를 통해 티켓을 검색하면서 스카이팀으로 필터링을 해보니 중화항공이 눈에 들어왔다. 왕복 41만원. 

타오위안 공항에서 1회 경유가 있었지만, 치명적 매력의 가격이었다. 

순간, 그럼 비즈니스석은 얼마야?라는 호기심에 찾아보니 81만원이 나왔다. 대한항공 이코노미보다 싼 가격. 대한항공 왜 그러니.


충분히 고민을 해보고, 중화항공 비즈니스석을 예약하게 되었다. 

서울>타오위안>싱가포르 여정에서 타오위안 8시간30분 경유는 여전히 마음에 걸렸지만, 터미널 내에 라운지 겸 호텔이 있다고 하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구석에서 나타난다. 이 경유가 나를 국제미아의 문턱까지 데리고 가게 된다...


-----


비행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기체는 많이 낡았지만 청결했고,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프로페셔널했다.




기내식도 맛있었고, 무엇보다도 홍차ㆍ백차ㆍ녹차 상관 없이 차(茶)가 정말 맛있었다. 


문제는 타오위안 공항에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아내의 한국식삼계밥. 훌륭했다.

나의 파이구판과 샹창 위드 라이스. 귀국하면서 찍은 사진이지만, 메인의 구성은 똑같았다. 그리웠던 타이완의 맛.


출국을 하루 앞두고 타오위안 공항에 있는 플라자 라운지에 룸을 예약해두고 아무 걱정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8시간 반의 환승 대기시간은 평화로운 휴식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처음에 좀 의심스러워서 중화항공 서울 CS에 전화했는데, 그곳 직원이 타오위안 공항은 24시간 운영한다고 했기에 의심은 1도 없었다. 


비행기는 예정대로 11시50분에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곧바로 라운지로 가기 위해 환승게이트를 찾아갔으나 있어야 할 검색대 직원들은 퇴근한 상태였다. 

(아직 남은 비행 일정이 잡혀 있는데 어째서 퇴근한 거니.) 우리는 입국 면세구역에 갇힌 상황이었다. 

이때 인천에서부터 가져온 액체면세품이 없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수도 있다. 입국장으로 나갔다가 다시 출국장으로 들어오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도합 3리터 가량의 액체가 있었고, 버릴 수 없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타오위안 공항 생존기는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하겠다. 


-----


이날 이곳 공항 세관직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그들은 웃으면서 왜 중화항공을 탔냐고 물어봤다. 

나는 이름에 "중화"가 들어가니까 너네 나라에서 제일 좋은 항공사인거 같아서 탔다고 했다 (한국의 "대한"처럼).

그랬더니 직원이 EVA가 더 좋은 항공사고 이런 일이 있을때 승객을 더 잘 챙긴다고, 다음부터는 EVA를 타라고 했다... 응?

전반적으로 타이완에서 중화항공이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았다 (한국의 "대한"처럼).


결론은 우리는 결국 라운지 룸까지 갔고, 평생의 가장 비싼 4시간을 보내고, 액체 면세품도 챙길 수는 있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항공 여행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다시 겸손하게 만들었다. 항상 조심하던 초심을 잊지 말자.


-----



-----


정리하자면...


중화항공 싱가포르행 장점

- 가성비가 좋다 (시즌별로 달라질 수 있음)

- 차와 기내식이 맛있다 (음식에선 타이완 특유의 향이 나긴함)

- 시간이 여유로울 경우, 긴 환승 일정(20시간 이상도 있었다)을 골라서 타이베이 투어를 할 수 있다.

- 정시운항

- 스카이팀 마일리지


단점

- 한국사무소 직원의 CS 수준이 최악이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적기인데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외항사 CS 특성상 예의 없는 건 그렇다쳐도, 베이스 공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다니. 중국동방항공 CS가 나을 정도. 공항의 환승카운터가 00시에 폐쇄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 환승승객에 대한 책임감이 0에 가깝다.


FACT

- 타오위안 도착시간이 0시에 가까울 경우 입국장에서 노숙하는게 가장 좋은 옵션인 것 같다.

- 기내에선 언어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타오위안 공항의 지상직원과 의사소통 하기 위해서는 영어 소통이 자유롭거나, 기초적인 중국어(한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 반대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유리하다. 타이완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하기 때문이다.


-----


인천-타오위안(TPE) CI163... 절대 잊지 못 잊겠다.

다음번 싱가포르 여정에서 중화항공을 타게 된다면, CI163은 피할 것 같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