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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타에서 시간을 보내고, 밀리지빌(Milledgeville)로 이동했다. 아틀란타에서 약 160km 떨어진 밀리지빌은 작은 시골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남도 장흥 같은 시골. 인구는 18,000명 정도로... 3층을 넘어가는 건물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남북전쟁 시대에는 주도(州都)로서 역사에 남아있다.

 

 

아래 사진은 밀리지빌 다운타운의 풍경이다. 자동차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환경으로, 다운타운을 벗어나면 인도가 아예 없는 도로도 많다. 더 평화로울 수 없는 것 같은 곳이지만, 각자 '호신용'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무시무시한 동네다.

 

 

아무리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이런 대학교도 있고, 심지어 조지아주에서는 나름 괜찮은 학교라고 한다. 한국 유학생도 있을지 궁금했다.
이 밀리지빌이란 곳은 백인과 흑인밖에 없어 보였다. 미국에 많다는 라틴계는 물론 동양인도 흔치 않아서 (없어서) 나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밀리지빌의 유적 같은 곳이라는 로커리 식물원 (Lockerly Arboretum)의 대저택, 혹은 맨션. 1839년에 지어졌다. 이 건물을 보고 옆에 있던 런던에서 온 일행이, "미국은 역사가 짧아서 어디서나 역사를 찾는군"이라며 매우 영국스러운 멘트를 남겼다. 여하튼 우리가 이 건물을 찾은 이유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먹은건 여러가지인데, 남은 사진은 이것 뿐이다. 부페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릴에 구운 각종 채소, 그래비를 곁들인 로스트비프, 필라프, 포테이토 웯지, 구운 닭 등이 있었다. 미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건강한 메뉴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그릴에 구운 콩깍지와 브로콜리가 맛있었다. 로스트비프는 야들야들. 


케이터링은 지역주민들이 밀리지빌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자랑하는 오브리레인(Aubri Lane's)에서 준비했다고 한다. 그 식당은 이틀 뒤 찾아가게 된다. 

 

  

김영언(@eonkimu)님이 게시한 사진님,

 

건강한 식사 다음에 서빙된 디저트. 브레드푸딩. 빵 위에 커스타드 크림, 말린 크랜베리(였을 것이다) 등을 함께 얹어 구워 내고, 메이플 시럽으로 마무리 한 메뉴였다. 이게 진짜 맛있었다. 푸딩 세계는 커스타드 푸딩 말고도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일품이었다. 브레드 푸딩 한 입에 포트와인이나 모스카토 한 모금을. 

 

 

브레드 푸딩을 만난 다음다음날. 다시 밀리지빌 다운타운을 찾았다. 어떤 식당 입구에 한자가 막 보이길래 봤더니, 스시집이란다. 알파벳으로 쿠로시마라고 써놓고, 한자는 쿠로야마미치라고 써놓은 건 미스터리다. 한참동안 주인의 의도를 생각해봤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족발전문 아웃백을 보는 기분이라 찝찝했다. 게다가 손님들 테이블 위에는 물고기보다 소고기가 더 많은 것도 독특했다. 오카시이~

 

 

오브리레인 본점에서 브레드푸딩과 나는 재회했다. 역시 본점. 케이터링으로 먹을 때와 비주얼부터 달랐다. 대단한 크기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딱. 섹시하게 얹혀 나왔다. 브레드푸딩 자체도 더 따뜻했다. 더 따뜻하니 더 폭신폭신했고, 그만큼 더 부드러웠다. 

빛나는 은수저로 브레드푸딩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함께 떠 입 안에 넣자 아이스크림의 차가움이 입안을 스치면서 녹아버렸다. 절묘한 경헙이었다. 덩어리를 다 먹은 후 접시에 남은 커스타드 크림과 메이플 시럽과 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긁어 먹고 있었다...
앞사람과 옆사람이 한 큰술씩 퍼갔다. 역시 참을 수 없는 일품임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행여나 평생 밀리지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브레드푸딩을 절대적으로 추천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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