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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뉴욕에 왔을 때는 UN본부 바로 앞 호텔에 있었는데도 그곳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었다. 알고 보니 UN본부는 모두에게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 많이 아쉬웠는지 이번에는 UN투어의 티켓이 오픈되는 날에 예매를 해버렸다 (http://visit.un.org/content/guided-tours). 오기가 났던 것 같다. 티켓 오픈은 투어 당일 기준으로 한 달 전부터 가능 한 것 같고, 여러가지 언어로 진행이 되는데, 한국어도 (물론) 있다.

  

1st Avenue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찍은 UN본부. 날씨가 진짜 좋았다. 맑은 하늘과 적당한 바람, 차가운 공기. 한참 지났는데도 기억나는 날씨다. UN 앞 길가를 따라 모든 회원국의 국기가 걸려있었는데, 그 날의 알맞은 바람에 모든 국기가 잘 보이게 펄럭였다.

 

 

UN 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중삼중의 보안 검사를 거쳐야 했다. 비행기 타는 것보다 훨씬 많은 단계를 거쳤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면 더 이상 '미국인'은 보이지 않고, 하늘색 UN유니폼을 입은 경비원들이 보인다. 티비에서만 보던 UN평화유지군의 유니폼 색과 같다.  

보안 검색대를 빠져나온 직후의 맨하탄 거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UN사무총장은 반기문 총장이다. 역대 가장 무능한 사무총장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한국인 중 한 명임은 틀림 없다. 

 

UN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역대 사무총장들의 초상화(사진 아님)가 거대한 프레임에 걸려있다. 솔직히 이때만큼은 한국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어떤 선언문 발표 (같은) 행사가 진행중이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다. 이곳을 막 지나가는데 주UN한국대사의 참석을 감사한다는 말이 들렸다. 안타깝게도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작년 북한인권관련 발표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분이라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투어가 시작되는 장소로 가는 길은 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복도의 한 쪽은 1번가를 따라 유리창으로 되어있었는데, UN에서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는 보는 기분이 든다.

 

투어가 시작되면 가이드가 나타나고, 그는 미리 받은 명단에 따라 대기중인 사람들을 인솔해 간다. 나는 13명 정도의 사람들과 일본인 가이드를 따르게 되었다. 투어가 시작되기 전에 그녀는 여러가지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사진촬영은 되지만 동영상 촬영은 안된다 - 이런 것들이다. 

 

투어는 UN의 여러 회의장을 둘러보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회의장 구역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3~4층 정도 높이의 커다란 창이 있고,그 밖으로는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정원 중앙에는 '일본 평화의 종'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 매년 평화의 날과 지구의 날에 타종식이 열린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각국에서 선물한 조형물과 공간들이 있으므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가볼만한 장소다.

 

뉴스에서 자주 보는 UN 본회의장. 회의장에서 회의가 진행중일 때는 투어가 힘들다던데, 이날은 조용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었다.  

 

 

 

 

안보리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한국 뉴스에는 북한관련 이슈들 때문에 본회의장보다 이곳이 더 많이 나오는 거 같기도 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곳이 뉴스에 덜 나왔으면 하는 바람.

  

 

  

투어가 끝난 후 지하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UN 머그잔을 사고 (반기문 총장의 초상) 엽서도 샀다. 엽서는 솔직히 살 생각이 없었는데, 계산대 아줌마가...

아줌마 : (동유럽 억양으로) 어디서 왔어?

나 : 한국이요

아줌마 : 사무총장 한국인이잖아! 좋아좋아

나 : good on him

아줌마 : 엽서 안 사?

나 : 왜 사요

아줌마 : 꼭 사야지. 만약 우리 나라에서 사무총장이 나오면 나는 꼭 살텐데

나 : ...오...오케이.

 

3장 구매. 감사합니다.

 

아, 제일 중요한 것. 기념품점 옆에 UN 우체국이 있는데, USPS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인 이곳에서 엽서를 발송하면 UN소인이 찍혀서 나가게 된다. 나는 이날 우리집으로 엽서를 하나 보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그 엽서를 받게되었는데, 선명하게 찍힌 UN소인이 그곳의 공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었다. 신기하고 여행의 기분이 조금 연장되는 것 같았다. 투떰즈업.

 

같은 장소에서 여권을 주면 여권에 UN스탬프를 찍어준다. 이건 꼭 받아야 한다, 기념도 기념이지만 여권의 격이 상승한다. 이날부터 약 한 달 뒤에 런던에 갔었는데,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익히 알려진 히드로 공항이지만, 내 여권에 선명히 찍힌 UN스탬프를 확인한 심사관이 'Oh, you've been to UN? Cool' 이러면서 영국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나보다 먼저 먼저 먼저 먼저 먼저 입국심사대에 간 사람보다 내가 먼저 통과를...감사.

 

 

백팩에 기념품 봉다리를 찔러넣고 밖으로 나왔다. 공기는 여전히 찼다. 조금 더 천천히 UN이라는 공간을 누리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약속시간이 가까워져서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가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UN본부 가까이에 지하철이 왜 없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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