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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벌써 한 달 전) 소설 '당신에게'는,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구라시마 에지'는 사별한 아내가 고향의 작은 우체국에 맡긴 유서를 찾아가는 여행길을 그리고 있다. 유서를 찾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 아내의 마지막 깜짝선물을 찾아서 주인공 구라시마는 아내를 위해 만든 캠핑카를 홀로 몰고 짧지 않은 길을 떠난다.  

 

혼슈 도야마에서 큐슈 서쪽 끄트머리의 작은 어촌 우스카까지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이 소설을 위해 직접 그곳들을 답사했다는 작가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흔히 가는 유명 관광지보다 구불구불한 일본의 지방도로를 달리는 주인공. 그런 풍경들이 아내를 잃은 그의 복잡한 마음을 담담하게 나타내는 것 같았다.

 

무지개 곶의 찻집을 읽는 독자는 찻집의 손님으로써 위로를 받는다. 이 소설에서는 반대로 주인공 구라시마가 되어 길 위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빈차털이범, 늙은 어선의 선장과 그의 손자, 그리고 그의 약혼녀 등등. 각각의 인연은 서로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구라시마의 부인인 요코의 좌우명이자, 이 책이 남기는 한 문장이기도 하다. '지금'을 받아들이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아닐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책의 곳곳에서 받은 울림이 하나의 깊은 종소리가 되어 울리고 있었다.

 

참고로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가 있다. 하지만 책과 내용이 상당히 다르므로, 주의할 것. 영화가 후지다는 게 아니라, 그냥 책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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