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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놓고 이제서야 읽은 책이다. 

'로랑 베그'라는 프랑스의 사회심리학 교수가 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책은, 무엇이 도덕이고 아니냐를 가르거나 하지 않고 선악에 대한 인간의 판단이 행동방식에 미치는 사회심리적 영향들을 분석해보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는 영미권 책들이 편중적으로 많이 번역되는 것 같다. 그만큼 다른 언어의 책들은 접하기가 쉽지 않아서 크게 아쉽다. 영미권에서만 새로운 생각과 지식이 탄생하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해오던 터라 프랑스에서 왔다는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곧바로 주문했던 것 같다. 책 내용은 번역도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이쪽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단, 이런 주제의 책들은 재미가 없다는 점이 기본 옵션이다. 

 

주된 토픽으로는 사회적 통제에 대한 민감성, 소속에 대한 욕구, 관찰에 의한 모방 기능과 학습능력, 정의와 공감 그리고 반성 능력, 무의식 중 일어나는 도덕적 평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에 의한 영향, 주변 상황으로 인한 도덕적 사유(생각)와 행동의 불일치 등이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한국판
 제목과 이어지는 부분은 챕터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성실한 인격'은 학업 성적과 직업적 성공과 직장에서의 근무 태도에 두루 영향을 끼치고, 더 건강하여 평균수명이 다소 길지만, 동시에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잘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이 책에서 인간은 자기자신이 도덕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타인에게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이유도 '우리의 사회'를 위한 이타적 행위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도발적으로 들리는 책의 제목은, 약간 모호한 문장같다. 처음에 보고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하면 왜 사회가 나빠지는지 말하는 것 처럼 보였다. 프랑스어 원제를 보면 'psychologie du bien et du mal'라고 쓰여있다. 선과 악의 심리학 정도로 직역이 될 것 같고, 이쪽이 책의 내용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로 내용과 제목이 미스매치함을 보면, 출판사에서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제목을 원했던 것 같다. 이런 경우가 흔하디 흔하지만, 한껏 절제되지 않은 제목에 기대하였다가 내용에 실망하고, 책 전체에 실망해버리기도 한다. 책이 좋을 수록 그런 점이 아쉬운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바른마음'과는 비슷한 영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서로 비슷하거나, 겹치는 사례가 쓰이기도 한다. 결론까지 이르는 길은 서로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역지사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논지도 뒷부분에선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퍼온 문단이다. 이 책의 핵심이 압축되어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의 연구가 지난 20년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그건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깨달음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한 바는 인간의 선행과 악행, 그 모든 행동의 첫번째 동기를 인간의 사회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호모 모랄리스'의 진정한 동기이다. 게다가 그러한 행동이 인간에게 심리적 충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도덕의식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p.305)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저자
로랑 베그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선과 악의 무대 뒤편을 실험사회심리학 분야의 지식으로 조명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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