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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1월 30일자 기사 - "South Korea Stares Into The Deflationary Abyss" <기사원문보기>

 

니체는 "When you stare into the abyss the abyss stares back at you"라는 말을 했다. 무언가를 깊이 바라보면 자신이 그것처럼 된다는 말이었다. 이번 블룸버그에서 한국 경제를 다루면서 이 쿠오트를 갖다붙혔다 (다음 부분은 "the deflationary abyss stares back at South Korea"일 것이다). 이것을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심연을 들여다보다"라고 내 맘대로 옮겨봤다. 이 기사의 제목을 통해 블룸버그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결국 디플레이션에 빠질 거라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형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 

 


 

이 기사는 우리 경제가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의 가치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 수출업계는 심각하게 고통받고(suffering), 국내물가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stalling)'고 썼다. 여기서 stalling이란 표현은 원래 항공용어로, 비행기 기체가 상승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 국내물가도 인플레이션 안정화 노력을 하지만 이에 비해 힘을 얻지 못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2014년 12월 소비자물가는 0.8%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한국 물건이 비싸짐), 국내 주요 수출업체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4년 순이익이 14% 하락하여 2008년 이후 최대낙폭을 보였다. 같은 집안인 기아자동차는 동기간 순이익이 22% 하락하며 4/4분기 수익이 54%나 떨어지고 말았다. 비단 자동차 뿐만 아니라 소매업계의 상황도 눈에 띄는데, 실제로 지난주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10년만에 처음 판매율이 하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대로 일본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한국업계와 직접 경쟁하는 도요타 자동차 및 소니 같은 업체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이러한 일본업체들의 공세에 대항하여 공격적인 가격을 내걸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업체보다 더 싼 가격에 내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에서 '덜 받은 가격'을 국내에서 채우려는 것일까? 소비자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정부통계에 비해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는 불친절하다.

 

좌측부터 1) 100원당 엔 환율 2)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3)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율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

  

이러한 상황으로 국내 소비자들 또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기업들의 자본투자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취업률 둔화, 임금상승률 저하 등이 일어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돌입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가추어지고 있다. 또 다른 폭탄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이다. 한국 가계부채 규모는 GDP 대비 87%로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IMF시절 대기업의 부채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국민개개인의 부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민들은 오매불망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8%, 한국은행은 3.4%라며 불협화음만 만들고 있다. 한편 민간 부문의 삼성증권은 3%, BNP PARIBAS는 2.8%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시선을 고수하고 있으며 정부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갤럽에서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최저치인 30%로 나타났다. 이는 분명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고 본다. 같은 날 이완구라는 사람이 새로운 국무총리로 임명되었는데,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해봐요). 한국 정부는 이미 375조원 규모의 경제부양책을 발표했다. 이 재원은 교육, 국방, 복지예산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은 2012년 7월 이후 5번째로 기준금리(benchmark lending rate) 인하를 단행, 2%로 낮추었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부에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나의 의문이 시작된다. 금리를 낮추어서 시장에 돈이 흐르게 하는 건 그 끝이 절벽인 줄 알면서 달리는 전차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정부는 [금리인하 > 아파트 분양유도 > 건설경기 활성화 > 낙수효과] 이런 '경제활성화방안'밖에 모른다고 생각되는데, 어차피 주택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주택이 부족해서 더 짓는 전통적인 건설경기는 살아날 수 없다. 금리인하로 전세값은 더 오를 것이고,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전세를 찾지 못해서 대출을 받고 강제적으로 주택을 산다고 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차라리 내수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대책이 아닐까 한다... 내수가 힘들다면 가까운 북한에라도 갤럭시랑 소나타를 팔아야 한다. 돈 앞에 적은 없다. 수출경기에 국민생활이 휘청이는 이 구조는 우리나라의 분명한 고질병이다. 이 상태로는 이 나라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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