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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9월의 언제까지 더웠었는데, 어느날 아침부터 울자켓을 꺼내 입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10월에 신청해놨던 마라톤도 모두 참가했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날씨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날씨와 함께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격랑에 빠진듯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어떤 오래된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각자의 직업과 위치에 따라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기고, 친한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눈에 보이는 지리적인 거리가 생겼다. 이렇게 주변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그게 큰 변화가 되는 것 같다. 

 

일요일, 서울의 아침. 마라톤 뛰러 가는 길.

 

팔당댐 근처에 있던 도토리요리점

 

요새 청첩장을 정말 많이 받는다. 일주일에 두세 통은 받는 것 같다. 항상 축하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받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청첩장이 있는데, 그건 며칠 전에 참 가까운 친구한테 받은 것이다. 인간관계를 기지방어개념에 빗대어 봤을 때, 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순서대로 1지대-2지대-3지대로 나눈다면, 그중 1지대에 속한 소중한 친구다. 

 

그 친구의 결혼소식을 듣고선 '아니 벌써?'란 생각이 들었지만, 곧 '정말 잘됐다'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청첩장을 받고 조용히 몇 마디 나눴다. 나는 "시원섭섭하네"라고 말했고, 친구는 "그러게, 흑역사를 함께 보낸 사이인데"라며 답해주었다. 축하한다, 친구야.

 

가을하늘 공활한데,

 

차가워지는 공기를 맡으면서 나의 20대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서른이 되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지만, 이 야릇한 불안감과 초조함과 흥분됨은 그들도 느꼈을 것이다. 뭔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안 잡히고,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요즘이다. 그렇게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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