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다. 몇 년 만에 처음 일반인이었다.
일 년의 시작에선 멀게만 보이는 내 생일인데, 어느날 소리없이 찾아오고만다.
이렇게 빨리 돌어오는 걸 보면, 시간은 분명 어느 시점에선가 과속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반칙이지만, 할 수 없다 - 시간이야말로 갑甲이다. 이날이 지나면 '새해'가 다 끝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내 귀지는 원래 마른 귀지였다. 한국인 거의 대부분은 마른 귀지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촉촉한 귀지가 나온다 --- 백인들이 거의 촉촉한 귀지를 갖고 있다던데?
내 안에 숨은 서양인이 꿈틀대는 느낌이다.
서양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언론에서는 그쪽의 경제상황 악화로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가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다수는 독립하여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과 실상은 항상 괴리가 있게 마련이니까). 나의 귀지가 촉촉해지면서부터 독립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거리는게 새로운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이 나라는 참 살기 비싸다...
독립에 대한 얘기를 가까운 친구와 나눠보았다. 친구 말이 '너는 혼자 사는 게 어울린다'고 했다. 응?
무슨 의미였을까? 혼자 사는 게 어울리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나눠져 있는 것일까? 마치 녹차와 홍차처럼.
사실 나는 혼자 사는 게 더 익숙한 인간인건 맞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혼자 지냈으니까.
익숙함이 어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개의 케익에, 세 번 촛불을 불면서 소원을 담았다. 간절히 바랐다.
케익은 모두 맛있었다. 케익 그 자체도 맛있었지만, 거기에 담긴 고마운 맛은 형용불가하다.
감사합니다.
내년까지 건강합시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Silverlining
엄마 고생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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