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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면서 또 다시 꿈을 꾼다.
꿈을 꾼다는 건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라고 들었다.
왜?
그 꿈에는 오래된 장소가 나타난다.
집보다 낯익은 곳 -
그곳이 곧 나의 일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변했는데, 오로지 그곳만 모든 것이 그대로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표정, 손끝의 움직임, 목소리, 눈빛 -모든 것이 그대로다.
그들이 나를 환영해준다.
따스한 공기, 스팀, 둔탁한 소리 -모든 것이 내가 그리워하는 그 모습 그대로다.
이윽고 그것이 나타난다. 굉장히 밝고 어두운 것이.
세상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빛을 잃는다.
동시에 무언가 대단한 무거움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무거우니 어서 치워달라고, 치우라고 화라도 내고 싶은데 그저 땅바닥만 보고 서 있다.
마치 자신의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아이처럼 그렇게.
처음부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혹자는 소리없는 말로 '미안해'라며 사과한다.
시간이 한참 흐르면 그것이 떠나고 주변은 다시 밝아진다.
지친 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곳을 나선다. 사람들이 작별인사를 보낸다.
왼쪽으로 돌아 낯익은 골목길을 지난다. 공기는 어느새 갈색으로 변해 있다.
그리고 침대 끝자락에서 위태롭게 널부러진 왼쪽 팔을 움직여본다. -아직 살아있다.
가장 강렬한 악몽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꿈에 머물고 싶다.
오래된 인박스를 열어본다. 쫑알거리는 메아리만 있을 뿐, 그곳엔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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