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이번에 읽은 '볼테르(Voltaire)*'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Candide, ou l'Optimisme)'.
1759년에 쓰였단 사실과 저자의 이름부터 어려운 느낌이지만, 막상 읽어보니 해리포터보다 읽기 쉬웠다.
짧고 강렬한 작품이었다.

('볼테르'는 필명이고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François Marie Arouet)'이다.)


볼테르는 이 소설을 통해 당대의 정치 뿐만 아니라 철학과 종교, 왕가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내용은 꽤 신랄하고 파격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쓰고도 용케 늙어 죽을 때까지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때리려고 하는지 아는데는 지장이 없고, 오늘날에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런 책을 오늘 바로 이곳 서울에서 쓴다면 국정원에 잡혀가고 말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주인공 '캉디드'가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순수한 '툰더 텐 트롱크' 성에서 쫓겨나고, 사랑하는 여인인 '퀴네공드'를 찾으러 세상을 떠도는 것으로 이어진다. 캉디드란 이름 자체가 '순진함' 및 '순박함'이란 의미라던데, 소설에서 캉디드는 툰더 텐 트롱크 남작의 성에서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함께 '팡글로스' 선생으로부터 '세상은 최선을 향해 나아간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대로 순수한 영혼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볼테르는 낙관주의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일종의 세뇌처럼.

  

문학동네판 '미크로메가스'와 '캉디드' 합본.


작가는 이 소설에서 스스로 순수한 영혼이라고 지칭한 낙관주의를 의심하고 공격한다. 낙관주의자 캉디드는 전쟁, 고문, 살인, 마녀재판, 강간, 강도 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불행을 겪지만, 그때마다 '그래도 세상은 최선을 향해 나아간다'며 웃어넘기고 만다. 캉디드에게 닥치는 시련들을 읽고 있으면 너무 한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볼테르 특유의 유머에 웃음이 터진다. 어쩌면 남에 고통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의 본성을 끌어내는 장치라고 생각해본다.
여하튼 그런 캉디드마저도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배에서 바다로 밀어버리거나, 죽이고, 늙어버린 자기 애인을 경멸하기도 한다. 세상이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향해 나아간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낙관주의자가 스스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살인도 낙관적으로 넘길 수 있다는 뜻인가? 결과적으로 낙관주의자들도 비관주의자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지옥처럼 만들고 있다.

 

캉디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또 도무지 낙관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츰 자신이 믿고 있던 것으로부터 멀어지지만,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스승 팡글로스가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그럼으로써 캉디드는 흔들리는 마음들 다잡고 낙관주의의 길로 돌아간다. -소설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볼테르는 과연 낙관주의 혹은 비관주의의 손을 들어줄까? 아니면 제 3의 길이라도?


나는 항상 우리가 '누리는' 이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이 낙관적인 생각을 축으로 삼아 굴러간다고 생각해왔다. 원래 의심이 많고 이것저것 따지는 성격이라 의식적으로 낙관론에 비중을 두고 귀기울여 왔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 그중에서도 주식시장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이 없으면 굴러가지 못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것 외에 모든 면에서 낙관적으로 보려고 무리해서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부러 낙관적으로 보기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각하 박이 잘해내주리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낙관적으로. 캉디드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다. 팡글로스의 유령이 떠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캉디드가 떠돌아 다닌 경로. 엘도라도가 눈에 띈다.

 

끝으로 책quote.

"우리는 우리의 정원(jardin)을 가꾸어야 해요"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란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일도 좋은데, 휴가 좀..!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