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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것의 끝일까? 과학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는 반면, 세상의 많은 종교들은 각자 다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신(神)이 되는 등 여러가지가 그 옵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후세계를 주제로 한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Les Thanatonautes)]. 총 두 권으로 나눠진 이 짧지 않은 소설을 1년 전에 사놓고 구경만 하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언젠가 베르베르의 한국 방문 중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바로 이 [타나토노트]를 꼽았다고 하는데, 명불허전 많은 준비와 심혈을 기울인 플롯이 돋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신', '웃음', '제3인류' 등등 이후의 소설들이 이것과 똑같은 플롯을 따라간 느낌이지만..!).


천국을 향해 갑시다


 

제목 '타나토노트'의 의미는 '영계탐사대'란 의미로, 원래 있는 단어는 아니고 이 소설을 위해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죽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타나토스 Thanatos'와 항해자를 뜻하는 'nautes'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제목과 주제만 놓고 보면 호러물이나 어색한 삼류소설같다. 하지만 짜임새있고 유머러스한 스토리로 이루어져 가볍게 읽기 좋은 대중적인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2060년대 즈음이다. 소설 초반에 프랑스 대통령 뤼생데르에 대한 암살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때 뤼생데르는 암살범의 총에 맞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임사체험 (NDE)'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자신이 죽음을 경험한 것이란 사실을 확신하며,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이 '타나토노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타나토노트의 최초 멤버는 죽음 전문가 '라울 라조르박 (Raoul Razorbak)'과 간호사 출신 '아망딘 (Amandine)' 그리고 라울의 오랜 친구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카엘 팽송 (Michael Pinson)'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한 교도소에 실험시설을 갖추고 영계탐사를 희망하는 무기징역자나 사형수들을 모집하여 영계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게 된다.


소설책 자체의 삽화는 아니고, 나중에 출간된 만화책 버전의 그림이다. 왼쪽부터 '아망딘', '미카엘' 그리고 '라울'이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첫 영계탐사를 성공하게 되고,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이후로도 '평탄하다고는 못할 과정'을 거쳐 영계의 더 깊은 곳까지의 탐험을 성공하게 된다.

 

베르베르가 소설 속에서 창조해놓은 영계는 총 7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계는 '천계'라고 부르며, 청색 - 흑색 - 적색 - 주황색 - 황색 - 녹색 - 백색 순으로 이어진다. 처음 청색 천계에서 영계로 이끌려오고, 백색 천계에서 천사들에게 '심판'을 받게된다. 그 사이의 천계는 각자 다른 목적이 있다. 이 영계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기독교, 회교, 불교, 티벳, 그리스, 이집트, 인도 등 수 많은 신화와 경전들을 섞고 버무려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쩐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종교의 대화합 장면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착한사람'이 된 세상이 나오는 장면이다. 종교 대화합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 소름이 돋았었다. 특히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의 적대행위가 미디어에 뜨기 시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타나토노트는 이런 의자에 앉아서 영계를 향해 '발진'한다.


'착한사람'들만 있는 세상은 모든 사람이 맹목적으로 착하게 산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한 장면인다. 처음에는 전쟁과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이거야말로 유토피아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후 아무 집에나 아무렇게나 들어가서 마음대로 냉장고를 열고 맥주를 꺼내 마시는 부랑자의 모습에는 실소가 터진다. 천국은 '착한 사람만 사는 곳'이란 얕은 생각에 대한 베르베르의 발칙한 일침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베르베르는 신이 있다고 믿는 유신론자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이는 이전에 읽은 그의 또 다른 소설 '신'을 읽으면서도 들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가 유신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의 작품 속에 쓰인 신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문장이었다. '신은 선이자 악이다. 결국 신은 모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유신론 對 무신론의 싸움에서 한 철학자의 글을 인용하며 유보적인 대답을 한다 (정확한 문장은 나중에 찾아보겠다): '신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인간은 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지각이 있지 않다'라는 내용의 인용구였다. 


이 소설은 '천사들의 제국'과 '신'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처음으로 알려져있다. 나는 '신'을 먼저 읽었고, 앞으로 '천사들의 제국'만 읽으면 이 시리즈의 끝을 보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신'까지 읽어야 다 이해할 수 있는 시리즈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타나토노트만 읽어도 될 것 같다고 얘기할 것이다. 이 소설은 시리즈의 부분이 아닌 단독으로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생각 없이, 색다른 주제의 책을 찾고 있다면 '타나토노트'를 추천한다. 특히 이번 여름에 방콕이 계획이라면..!


다음은 이 소설 주인공들의 일러스트다. 감상하면서 포스팅은 마무리.


주인공 미카엘 팽송. '셜록'에 나올법한 악당같이 생겼다..?아망딘. 소설 초반에 여주인공이었다가 점점 비중이 적어진다. 소설에서는 대단한 미녀로 묘사된다.


라울. 악역같은 주인공이다.영계탐험에 최초로 성공한 '펠릭스 케르보즈', 대스승(?) '프레디 메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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