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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에는 기준에 따라 195~249 개의 국가가 공존하고 있다. 오차범위가 꽤 넓지만 기준이 다르다니까... 
참고로 UN 가입/옵저버 국가는 195개로, 가장 보수적인 집계라고 본다. 


지인으로부터 'A Different Sky'란 책을 소개 받아 읽게 되었다. 한글 번역본이 없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원서로 읽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싱가포르의 'Meira Chand'라는 작가가 쓴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영어권 책은 거의 영국이나 미국 것이어서 싱가포르 책이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작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참 잘 쓰인 팩션을 만났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싱가포르는 인구 54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지만, 세계적으로 그 존재감은 상당하다. 경제적으로나 인지도로 보나.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 나라의 평판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로서는 비교되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다.
이 이상으로 이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물론 나도 그런 경우였다.




작가는 '메이란'과 '하워드', '라지' 등 세 명의 주요 인물을 통해 1927년부터 1956년까지의 싱가포르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유한 중국인 집안에서 자란 메이란(Meiran), 영국인 아버지와 현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워드(Howard), 그리고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고자 고향 인도를 떠나 바다를 건넌 라지(Raj)...

소설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 개인의 영역을 넘어 그들이 속한 집단, 즉 부유한 중국인, 유라시안이라고 불리는 유럽인과 현지인 사이의 혼혈인, 인도 노동자를 대표하기도 한다. 



소설 초반에는 영국식민지 시절의 싱가포르와 당시 식민지를 휩쓸던 공산주의 운동이 한차이던 풍경이 노스탤직(nostalgic)하게 펼쳐진다 (동시에 백인우월주의 사회에 대한 어두운 면도 부드럽지만 강한 언어로 그려낸다).

이어서 소설의 중반 즈음엔 일본의 진주만 침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세 주인공들도 싱가포르와 함께 각자 그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여기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1) 영국이 싱가포르에서 퇴각함으로 일본에 굴욕적인 항복을 했고,
2) 여기서도 일본 군인들은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과는 상관없이) 일본은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터무니 없이 빨랐다는 점 등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이야기가 끝나는 1956년까지는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그들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을 시적으로, 또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겁고 어두운 표정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단단히 일어서고, '새로운 하늘' 아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최후의 마침표를 찍는다.




참 잘 쓰인 팩션이다. 이 책에 나왔던 역사적인 장소들을 가보고 싶어졌다. 싱가포르는 작은 국가니까 반나절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싱가포르 방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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