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맛기행 순위배틀

정말 엄청 먹었다. 타이완은 명불허전 식도락천국이다. 대륙요리가 대륙보다 맛있고, 내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타이완 김치만두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 타이완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식재료와 원주민, 대륙인, 일본인, 심지어 타이완섬을 잠시 지배했던 스페인인과 네덜란드인 등으로부터 다양한 맛을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시아에서는 역사적으로 외국과 문물교류가 있었던 곳의 음식이 대체적으로 맛있고 다양한 것 같다. 싱가폴과 홍콩, 일본 등등. 지독하게 쇄국했던 우리나라는 음식도 조금 배타적이다.



각설하고, 약 두 달 정도의 타이완 맛기행의 최종화격인 순위배틀에 들어간다.
미리 밝히는 바, 이곳의 순위는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 잣대로 평가했다.

여기까지는 2011년 1월 28일에 작성한 글..................................................
.................................................. 지금은 2011년 4월 11일. 뒤늦게 글을 이어본다.

안타깝게도 음식순위배틀 노트와 메모가 담긴 책이 옆에 없어졌다 (-_-).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작성한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히도 음식의 순위만은 미리 적어놓았다. 후후. 
 
 

일품배틀

5위 臭豆腐 - 춰더푸

 

타이완하면 야시장, 야시장하면 코를 찌르는 똥냄새. 그 근원은 바로 이 녀석. 춰더푸.
한자 그대로 냄새나는 두부다. 광범위적으로 퍼지는 악취는 시큼한 똥 냄새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여기서 양념치킨 맛이 난다.
냄새때문에 마지막까지 먹지 않고 있었는데, 타이완 친구가 출국 전날 밤 사다줬다.
정말 양념치킨 맛과 흡사하다. 여행이라면 꼭 먹을 것.

4위 排骨飯 - 파이구판

 

돼지고기에 감칠맛 나는 튀김옷(?)을 얇게 입혀 튀긴, 돈까스 같은 것. 타이완 서민 음식의 대표격이라고 한다.
학교 급식으로도 자주 나왔고, 사진과 같이 식당에서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식당에서 먹으면 거의 비슷한 구성으로 나오는데, 흰밥, 양배추반찬, 달걀간장조림, 파이구판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고기는 집집마다, 가게마다 조리비법이 달라서 매번 먹어도 다른 맛이었다. 구글 참조. 
사진의 메뉴는 한국돈으로 한 1500원이었나?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 그립다.

이쯤에서 한숨 돌리며, 가이드북에 없었던 타이완 별미도 간략히 올린다. 

과일차?


2010~2011 타이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하던데,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한 신주는 체감온도가 훨씬 낮았다.
어느 추웠던 날, 학교식당'이모'가 만들어 준 과일차?다. 모과, 오랜지, 유자 등등 여러 과일을 한데 끓인 일품이었다.
향도 좋고, 일단 맛이 달콤한게 완소일품.  
  

 

한국풍김치궈톄 김치군만두

사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찍었나보다. 앞서 말한데로 한국에서 먹었던 김치만두보다 맛있었다.
타이완에서 먹은 만두류는 만두피가 기본적으로 맛있었고, 김치의 육질과 맛도 충실하고,
또 김치+고기의 비율이 딱 맞았다. 국내 만두 업계 여러분 미안해요.

돼지귀

돼지귀를 족발과 비슷하게 조리한다.
돼지귀라는 명칭에 괜한 거부감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사실 한국인과 친숙하다면 친숙한게 이것이다.
돼지귀는 순대국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부산물 중에 하나이기 때문!
생강채와 고수잎(Coriander)을 곁들여 먹는다. 고수잎이 좀 역할 수 있다. 그럴땐 그냥 먹어도 맛있다. 족발과 비슷한 맛.

야시장 스테이크
 

말이 필요없다. 저만큼에 타이완화 100원이다. 한국돈으로 2500원?
큼직한 스테이크에 정체불명 파스타도 수북히 쌓여 온다. 달걀후라이도 좋다.



다시 순위배틀.

3위 香腸 - 샹창
 

영어로는 '타이완소세지'라고 한다. 소세진데... 그게, 참 맛있다.
독특한 향이 있어서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홍콩, 싱가폴, 요즘은 명동에서도 구할 수 있는 '그 육포'를 좋아한다면 샹창의 향도 괜찮을 것 같다.
타이완 말고는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그리고 또 먹고 싶은 일품.

2위는 대단했다.

2위 杏仁豆腐 - 행인두부
 

할렐루야.
이게, 이것이 바로 그 살구씨(아몬드인가? 모르겠다)로 만드는 디저트다.
이름이 ~두부지만 그건 단지 비슷한 식감 때문이고, 살구씨(아몬드? 영어로는 전부 아몬드라고 써있었다)가루와 한천으로 만든다고 한다. 약 5년 전, 일본매체를 통해 알게된 후, 이제까지 무슨 맛일지 궁금해하기만 했었는데, 타이완에서 결국 맛보았다. 

타이완에서는 꽤 자리잡은 메뉴같았다. 디저트의 볼모지 한국에서는 이것도 확실히 존재감이 없다.
냉정하게 보통의 한국인이 싫어할만한 두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1) 푸딩같은 물컹물컹한 식감과, 2) 먹기 전부터 코를 공략하는 강한 향.
대체 무슨 향인지 궁금하다면, 가까운 바디샵 매장에서 아몬드 핸드크림 뚜껑을 열어보면 된다.
바로 그 향이 난다. 여하튼 나에게 이것은 천국의 맛이었다. 행인두부 한 스푼 한 스푼이 황홀했다.

1위를 고르기가 좀 힘들었는데, 옥산국소 급식 메뉴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걸로 골라봤다.

1위 滷肉豆皮 - 타이완식 돼지고기 조림(?)

리얼타이완에서 일품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이거라고 말할 것이다.
간장을 기본으로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와 유부를 조린 밥반찬이다.
굳이 비슷한 한국음식을 찾으라면 장조림일까? 타이완 원주민 중 하나인 하카족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옥산국소 급식으로 자주 나왔는데, 후에 알고보니 그 지역이 하카족 밀집지역이었다.
하카족을 한자로는 客家로 썼던 것 같고, 네덜란드 지배 시절엔가 농장의 노동력 보충을 위해 대륙 광동성에서 이주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주로 먹는 메뉴라고 한다. 국물을 밥 위에 뿌려 비벼 먹는게 별미다.

이제까지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했다면, 여기부터는 유감스러운 맛 순위배틀
 

쏸라탕 (산라탕)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영어로 Sweet and sour soup이라고 하는데, 녹말을 풀어 걸쭉한 갈색 국물에서 정체불명의 신 맛이 난다. 여러가지 건더기가 들어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채썰린 간. 첫 입부터 뒷 맛까지 불편했다.

내용물 박힌 토마토

또 사진이 없다. 방물토마토의 중심을 뚫어 장아찌(?)를 넣어서 판다. 짜고 신 장아찌 맛이 너무 강해서 입에 넣자마자 뱉고 말았다.

고기완자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요리. 돼지고기만두(라고 추정되는 물체)가 걸쭉한 똥색 육수에 담겨 나온다.
되게 이도저도 아닌 맛이다. 가격은 싸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타이난 요리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쩝. 그저 쩝이었다. 비추.



콩빙수



맛고장으로 유명한 타이난의 전통 깊은 과일+빙수가게에서 먹었다. 사진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물체다. 원래 종합과일빙수를 먹고 싶었고 그걸 시켰다고 믿고 있었는데, 역시나 한자 독해에 실수가 발생해 사진과 같은 물체가 나왔다. 솔직히 맛은 좋았다. 평소 밥에 박혀있는 콩에도 소름이 끼치는 나에게, 얼음에 콩만 있다는 비주얼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유감스러운 맛 순위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