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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억이 가물가물...





참 운 좋게도 정월 1월 1일을 타이완에서 보낼 수 있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금은 두 번째로) 건축물이었던 '타이베이 101'에서 1월 1일에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했다.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한 KBS 지구촌뉴스에서 몇 년 전엔가 봐서 익히 알고 있었다. 더욱이 2011년은 중화민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한다며, 불꽃놀이 앞에 '사상 최대'란 수식어를 붙여 기대감도 최대였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보다. 노긍정 선생의 말대로,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다른 사람 머릿속에도 있다'고, 신주에서 타이베이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기차표는 이미 구할 수 없었고, 그냥 기다리면 시내버스 타듯 탈 수 있었던 시외버스도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했다. 고속도로는 꽉 막혀서, 보통 1시간 이내면 도착하던 타이베이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 타이완에서 버스로 여행한다면, 반드시 각종 동전을 부지런히 모아야한다.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버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는 타이완 77원을 내야했는데, 동전이 없어서 100원 짜리를 냈다. 물론 노 거스름돈. 23원은 이렇게 사라진 것이다... 한국돈으로 900원.. 아까워.


어쨌거나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일단 타이베이에 도착하자, 평소와는 다른 타이베이101이 눈에 들어왔다. 무지개빛 조명으로 외벽을 감쌌다. 



신기하게도 건물 내부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어떻게 했을까? 아마 미리미리 협조를 구했을 것 같다.

대충 이때가 8시 정도였다. 사상 최대의 불꽃놀이는 1월 1일 0시에 시작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시내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려야 했다. 강남역에서 시간이 남으면 교보문고에 가듯, 이날은 타이베이 시내에 24시간 영업하는 서점(Eslite 혹은 誠品)에 가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정확한 위치는 둔화남로. 台北市敦化南路一段245號로, 구글맵은 알고 있다.



뭐, 일본어 버전과 거의 다른 점이 없던 1Q84 3권의 표지. 어지러운 선들은 번데기 주름입니까?



이것도 뭐 똑같은데 한글이 한자로 풀이되어 있어서 그런지 뭔가 자꾸 들여다 보게됐다.

이날 알게 된 사실로, 타이완에는 많은 한국 책이 번역발간되어 있었다. 진짜 산속에 있던 옥산소학교에도 '교육적인 만화'책이 애들한테 꽤나 인기가 있었다. 


11시였나... 슬슬 타이베이 101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은 거리는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타이베이 시청에서 기념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문제의 콘서트 현장. 



이날, 영화 적벽대전으로 한국에서도 얼굴이 알려진 타이완 모델/배우 린즈링(36세)이 허접한 댄스를 선보였다. 한 브라질 아이는 자기가 저것보단 더 잘 춘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오던 응급차.
기대감 상승.




옆 골목에서는 튜닝형님들 등장. 게임 이니셜D(?) 실사판.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타이베이 101의 조명이 변했다.


클로즈업.



100 R♡C 



한 3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 시작!!

시작됐다. 자료화면을 구해서 올린다.



참... 잘 찍었다. 타이베이 101 바로 앞에서, 로얄석이라고 생각해 강추위 속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후 보는 불꽃은... 이러지 않았다고 -_-.

분하다.

'로얄석'에서 보는 타이베이 101은 대충 이런 장면의 연속이었다.







며칠 뒤, 유력신문 머릿기사에 이것들과 흡사한 사진이 올라왔다. "타이베이 101 대폭발"
각종 현지 언론에서 이날의 불꽃놀이 혹평을 쏟아냈다. 읽어보면, 중화민국 건국 100주년인데, 불꽃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말부터, 연기밖에 못 봤다느니, 타이완판 9/11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우연히도 전부 이날 같이 구경했던 친구들끼리 나눴던 얘기들이다. 역시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다른 사람 머릿속에도 있다'




조금 실망스러웠던 행사가 끝난 후의 타이베이 101.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2011년이 된 순간이다.



좋은 구경이 끝나고, 우리는 갈 곳을 잃었다 ;;
사람들에 치이다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1시가 넘었고, 집까지 돌아가는 차편은 없었다.

그래서 간 곳.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

맥도날드, 요즘 세계 이곳저곳 번화한 곳이면 24시간 문을 여는 것 같다. 








사람들로 바글바글

엎드려 자고, 수다 떨고, 새해벽두의 진풍경.
맥도날드의 실내 음악, 의자 등등 모두 오래 머물기 힘들게 디자인됐다고 생각난 것도 이때다. 

맥도날드에 온 김에...

먹었다, 몇 달만에 햄버거, 감자튀김과 콜라

2011년 첫 식사는 빅맥세트 @ 타이베이
  


왠지 집밥이 그리워졌다.


이후 세 시간. 밖으로 나왔다.



2011년의 첫 태양이 천천히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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