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Z’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전 대륙에 걸쳐 정체불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그것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 주인공(브래드 피트)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의 유행 때문인지, 요즘 TV에서 자주 보인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자를 좀비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대륙을 넘어 빠르게 전파되고 있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염된다. 또, 현실에서도 영화처럼 국가간 입국차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영화의 바이러스는 아픈 사람을 피해 가지만, 코로나19는 아픈 사람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을 비틀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특이해 보일 정도다. 출퇴근 운전길에 차가 조금 줄었다. 또, 대학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병원에 사람이 정말 없어서 조금 놀랐다. 그동안 환자 말고, 그곳에 없어도 될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재택근무라는 시스템이 생활 가까이, 급진적으로 다가왔다. 한국 기업들은 다른 서구 선진국에 비해 재택근무를 그다지 활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재밌는 기사를 봤다. 20대에서 30대까지 상대적으로 어린 직원은 윗사람의 잔신부름이나 쓸데없는 업무가 없어져서 업무 효율이 늘었다고 만족했다고 한다. 40대는 담배타임이 사라진 것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고, 50대 이상은 방에만 있어야 하는 게 죽을맛이고, 퇴근 후 소주 한잔이 사라져 재미가 없다고 한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한국 남자들이 집안일에 얼마나 관심이 없고,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젊은 세대, 젊은 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는 재택근무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꼰대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친밀해질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주말이면 붐비던 도로, 상점, 식당 등등. 거의 모든 곳에 사람이 줄었다. 1/10 수준이라고 하면 과할까? 만약에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장기간 지속되면 축소사회가 올 것 같다. 덜 쓰고, 덜 모이고, 어떤 행위든 신중해지는 사회. 팽창에 기대어, 멈출 수 없는 기관차처럼 달려온 사회에 반대되는 그런 사회 말이다. 그런 변화는 경제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지만, 많은 학자들이 예견한 미래가 조금 더 빨리 도래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산업활동이 둔해지자 우주에서 바라본 중국 하늘이 맑아졌고, 우리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초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 지난주 비가 그친 후, 위례에서 바라본 잠실 롯데타워는 손이 베일 듯 날렵했고. 남산타워는 손을 찌를 듯 뾰족했다.
이런 재난 상황조차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이 경멸스럽다. 대표적으로 이 질병을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 정권이 중국에 대해 굴욕적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특정지역과 병명을 연결시켜 제노포비아라는 선거용 무기를 만들었다. 공적 집단에서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의적인 명칭을 쓰는 건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기사). 미국 보수 언론에서도 이것은 한국 일부집단이 현 상황을 총선용 전략으로 이용한다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끝없이 국론 분열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려는 몸부림이 경멸스럽다. 그들이 중국을 때릴 때, 그곳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몹시 불편해질 것이다. 핑크색을 돼지의 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기돼지 베이브 말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그런 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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