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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Flora Expo를 나온 후 나머지 시간의 이야기)
평화롭지 못한 동아시아 3국은 모두 한자문화권. 어디서든지 각 한자의 뜻은 같다고 해도 될 정도로 비슷하다.
예를들어 性感:성감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性感의 뜻은 섹시함.
심지어 문화도 많이 공유돼있어서
어디를 가던 "관우 = 롱수염"이다.
한국에서 각 날을 일컫는 방법: 월, 화, 수, 목, 금, 토, 일 + 요일
일본에서 각 날은 일컫는 방법: 게츠, 카, 스ㅇ, 모ㅋ, 키ㅇ, 니치 + 요유비
그래, 우리 한자문화권에서는 발음만 다를 뿐 다 같은 단어를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던 나. 큰 오산이었다. 물론 한자는 어디든 한 글자 한 뜻이므로 간단한 대화는 필담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차이가 나는데, 예를 들면 요일 시스템.
중국에선 월화수~시스템이 없는 듯 하다. 대신 싱치티엔(星期天),싱치이(星期一)~이라는 생소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아이들과 필담으로 월요일(月曜日)이라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거였다.
어쨌든 이렇게 사소한 차이가 있다는 것과는 아무 관계 없이 이어지는 일요일의 이야기.
사람으로 미어터지던 화훼박람회를 나와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송산공항으로 향했다.
특별한 목적으로 간건 아니고, 그 곳이 박람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MRT역이었다.
MRT를 타고 가다가 또 다른 랜드마크에 가기 위해 어느 역에선가 내렸다.
바로 이곳에 가기 위해.
리빙몰.
이곳에 처음 가본 건 약 6~7년 전의 일이다. 물론 간접체험으로.
바로 이곳에서,
심시티!!
심시티에서 리빙몰은 랜드마크 중 하나로 등장. 가격 55000 시몰레온에 상업기여율은 80. 가격대비 높은 효과를 자랑하는 녀석. 한때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몰입한 심시티에서 감히 인구 1000만을 이루었다는 오타쿠적 전설도 있다. 더 이상 말하면 잉여 인간이 될 것만 같아 여기서 그만. 여하튼 그런 심시티에서 가봤던 리빙몰.
이번엔 리얼로 가보는 거야! 리얼이야 리얼.
이번에 들고 온 타이완 가이드북에도 나와있는 곳. 이렇게 나왔었다.
-구체 모양의 빌딩에 가게들이 있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이곳에 대한 기대감은 끝을 모르고 높아져만 갔다.
근데 MRT로 갈 수 없다는 점 발견
「분명 고급 백화점이라 다들 자가용으로 가서 그럴꺼야!!」라고 생각.
하지만 그런 사치따위 부릴 수 없는 자원봉사자 신분, 게다가 택시는 비쌌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결정. 덕분에 만만치 않은 거리를 걸어갔다. 전혀 호화로워 보이지 않는 거리, 고가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 살짝 교도소 담벼락 같은 곳을 지나며 약 40분을 걸었다.
아무것도 없는...이라고는 할 수 없고. 굉장히 낙후된, 딱 서울 북부 재개발 바로 전의 변두리 풍 길, 그리고 상점들. 그런 것들 사이에 띡 하고 서있는 똥색 건물. 그것이 리빙몰이었다... 이 이름은 심시티에서 나왔었는데, 사실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여기선 京華 球라고 했던 것 같다. 해석하면 City Ball? 와우, 도시의 알. 타이베이의...? 여기서 그만.
어쨌든 고도로 실망스러웠던 실제 방문.
대단히 공들여서 지은 건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느낌상
1. 죽어가는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지음.
2. 재개발의 꿈을 품고 지었지만 이 지역이 재개발에서 제외됨.
두 가지의 경우 중 하나 때문에 지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쉬워, 아쉬워!! 너무 아쉬워.
내부 가게들은 어딘지 모르게 부실해 보이고, 뭐 그렇게 좀 실망.
인셉션이란 영화를 보면 디카프리오의 아내가 림보에서 깨어나지만 그 꿈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실을 포기한다.
난 이곳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림보, 아니, 심시티 리빙몰이 더 좋았다... 난 항상 쇼핑 중심에 이것을 세우곤 했었지.... 날 실망시키지 않는... 나의 심시티
경화구에서의 大실망에 여행은 급격히 페이스다운.
게다가 배까지 고파졌다.
다음 식도락을 위해 이동했다. 목적지는 딩타이펑.
서울에도 몇 군데 있는 중화요리점으로 타이완이 원조라고 한다.
경화 구에서 약 1시간 가까이 걸어 타이베이 중심부로 돌아왔다. 정말로 택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버스라도 타고 싶었지만 같은 이유로 결국 도보... 후에 남은 건 사진과 벌레물림과 물집 밖에 없었다는 눈물의 이야기.
그 정도를 걸어 아직 이른 5시 쯤 딩타이펑에 도착했다.
딩타이펑과의 첫 만남이라고 할 것 같으면, 명동 우체국 빌딩 옆에 있는 명동점에 갔을 적이다. 앰네스티 인턴생활을 끝내고 뉴질랜드로 돌아가기 전, 4개월간 거의 매일 보고, 도움도 많이 받았던 분들과 함께 '최후의 오찬'을 위해 갔었다. 그때 기억으론 세트를 시키고 이것저것 더 시켜서 괜찮게 먹고 나왔던 기억으로, 원조에 대한 기대감은 또 다시 최고치를 향해 치솟고 있었다.
가게 문 밖에서부터 마중나오는 점원이 있다.
- 일단 일반 야시장같은 샤오츠는 아니다. 역시 딩타이펑이야
- 말도 안되게 비싼 거 아니야?
자리에 앉았다. 첫 눈에 한국사람임을 알아 봤다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따라오는 차와 한국어로 된 메뉴.
어...
어......
메뉴... 더 없어요?
가짓 수가 없었다.
분명 탕수육 계통의 음식은 확실히 없었다.
그래도 원조니까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다, 나갈 수 없었단 말이다. 그래서 정석대로 그 유명한 소룡포(샤오롱바오)를 주문. 식사로는 우육면과 챠오퐌.
생강에 초간장을 섞는 딩타이펑 시식법.
띵호아, 샤오롱바오. 후후 역시 명성대로 맛있었다. 만세~
뒤이어 나온 식사류.
볶음밥과 우육면
볶음밥. 맛 있고 저렴. 하지만 길거리 샤오츠에서 파는 챠오퐌도 충분히 비슷한 맛에 가격은 더 저렴.
타이완에서 기본적으로 볶음밥은 다 맛있다고 보면 된다.
우육면. 요리 설명을 읽어보면 딩타이펑만의 스페셜 소고기 어쩌고 그렇게 써 있다. 타이완 인기메뉴 같다.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근데 이거 내 혀에 맛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눈물 흘릴 정도로 맛있거나 하진 않다.
맛을 표현하자면... 좀 이도저도 아닌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운 것도 아니고, 짠 것도 아니고 그런 어중간한 맛. 밍밍한 타이완 음식의 연장일테지. 여기 컵라면도 맛이 흡사하다. 어쨌든 괜찮다. 타이완에서 한번 쯤 먹어봐야 한다.
난 몹시, 굉장히, 엄청 배고팠다.
시식!!!!!!!!!!!!!!!!!!
배가 좀 찬 뒤에 주위의 사물들이 모였다. 이건 특선메뉴를 꼽아두던 집게. 안에는 서핑하는 샤오롱바오맨이 있다. 겉에는 딩타이펑이라고 써있고. 하나 살 수도 있는데, 레스토랑 옆에 있는 딩타이펑 기념품점에서 120원(한화 약 4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다시 걸었다. 딩타이펑을 나와 타이베이역까지 걷는 것으로 타이완에서의 두 번째 주말은 마무리.
한 한 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힘들지 않았다. 어쩌면 분위기가 좋았는 지도.
리빙몰만 빼면 괜찮았던 첫 타이베이.
밤 늦게 신주에 돌아왔다. 다시 그 트레이니하우스로.
씻고 자고 다음 날 아침, 손가락 3개가 모기에게 물려 거의 절단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되었다.
(ㅠ_ㅠ)
하지만 그때 방의 어딘가에서 모기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왠지 임신한 것 같이 무거워 보이는, 그래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둔하게 움직이던 모기를 발견.
간단히 잡았다. 완전했던 모기의 보디를 세븐일레븐 영수증 사이에 넣고 진득히 찌부시켰다.
단 한 번 들린 경쾌한 소리. 「톡!」
마치 하얗게 농익은 여드름이 튀어 거울에 부딪히는 소리.
내 피. 아무리 봐도 내 피다...
맛있었나요?
이로부터 2시간 뒤, 나는 유산소학교에 돌아왔다.
보름달이 떳다. 나의 타이완 체류기간도 지체없이 흘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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