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둘째 날 아침. 암막 커튼 위로 하얀빛의 띠가 보였다. 맑은 날씨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날은 먼저 호텔에서 가까운 도쿄도청 전망대에 가고, 다시 신주쿠역 주변을 기웃거리며 집에서 받은 쇼핑리스트를 지워갈까 생각했다. 많이 걷고, 그러다 공원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도 싶었다. 전날 갔던 작은 커피집에 또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다. 이렇게 다시 도쿄에 올 이유를 만든다.
 


 
나가기 전에 조식을 먹었다. 일상에서와 다르게 여행 중에는 제대로 끼니를 챙기게 된다. 특히 호텔에서 주는 조식은 따로 돈을 내지 않음에도 “이건 얼마짜리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하기가 어렵다. 힐튼 도쿄의 조식은 로비 카운터 옆 식당에서 제공되는데, 여러 가지 음식이 있었고, 사람도 그만큼 북적였다. 인상 깊었던 메뉴는 오믈렛이다. 셰프 두 명이 붙어서 한 사람은 오더 접수와 오믈렛 재료 준비, 한 사람은 조리 담당이었다. 조리하는 분의 손목 스냅이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손목으로는 불가능한 업무일 것이다.
 

이 정도 먹으면 뱃속에서 "이제 한계야"라고 신호를 보낸다.

 
조식을 먹은 후 호텔 피트니스에 갔다. 수영장을 가운데 놓고 반원형으로 기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유산소와 프리웨이트가 있었고, 부위별 기구도 마련되어 있었다. 모두 테크노짐 기구로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운동하면서 천창에 보이는 하늘이 너무 맑아서 집중할 수 없었다. 빨리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가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샤워기 사진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워서 찍었다. 샤워기와 수온조절기, 바스켓 등이 타일 매지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했다. 이게 가능하려면 냉/온수관부터 제 높이에 있어야 될 텐데...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만난 수많은 업자들(모두 스스로 장인이라고 부르는) 중 누구도 이렇게 완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힐튼 도쿄의 외관도 찍어보고.

 

위 사진을 찍고 뒤로 돌면 도쿄도청이 바로 눈에 보였다.

 


 
무료 전망대로 유명한 도쿄도청 전망대. 도쿄의 건물은 높이가 전체적으로 낮고, 또 평야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날 유독 하늘이 맑았고, 공기도 투명하게 느껴졌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 대기줄에 오전 10시 40분쯤 도착했는데, 거의 기다림 없이 탔다. 반면, 45층 전망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침에 여유 부렸다가는 엘리베이터도 타기 힘들었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후지산이 보였다. 사진으로는 구름이 걸려서 잘 안보이는데 현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눈 덮인 산봉우리에 향해 있었다.

 
맑은 공기를 사이에 두고, 저기 후지산이 보였다. 멀리 홀로 서있는 후지산은 에도 사람에게, 또 도쿄 시민에게도 어떤 방향으로든 삶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도쿄도청에서 후지산까지 거리를 우리 집에 대어보니 거실에서 월악산이 보이는 것과 같았다. 어마어마한 거리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한국인 단체 관광 사람들과 함께 탔다. 내려오니 그들의 가이드가 나를 보면서 계속 다음 일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내 자기 그룹 사람이 아닌 걸 알아채고는 진짜 일행에게 “저분도 우리 일행인지 알았어요~”라고 했다. 내가 괜히 더 민망해진 상황. 걸음을 빨리했다.
 
 



도쿄도청을 떠나 신주쿠역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뚜벅이 여행이라면 저런 곳은 꼭 가봐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바로 플리마켓이었다. 오래된 옷, 장난감, 잡동사니 같은 걸 팔고 있었다. 말같지도 않게 거적 같은 옷과 완전 박스도 뜯지 않은 장난감이 혼재하는 매력은 여기서도 똑같았다.

여기서 아들에게 줄 토마스 기차가 그려진 머그컵과 손수건을 샀다. 판매자 부부는 자기 아들도 토마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스몰토크를 나누게 되었다. 육아로 대동단결!

 

토마스 손수건. 가격표대로 500엔을 다줬는데 네고 좀 할걸 그랬다

 

반듯반듯
신주쿠중앙공원 내에 있던 스타벅스. 커피맛은 서울이나 도쿄나 크게 차이 없었다.

 


 
쇼핑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간 곳은 신주쿠역 타임스퀘어 타카시마야 백화점이었다.


왜 여기였냐면, 구글맵이 알려준 가장 가까운 꼼데가르송 매장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카디건을 하나씩 샀다. 계산대 직원이 백화점 할인카드를 만들어줘서 조금 더 아꼈다.

 


 
점심이 너무 늦어지면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속은 셈 치고 먹은 타카시마야 식당가 13층의 스시.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분당 정자동에 있는 어느 오마카세집보다 맛있었다. 가격은 절반.
 

13층에 있던 스시집 - 츠키지타마즈시(築地玉寿司)

 
30분 정도 웨이팅 후에 카운터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됐다. 마음 한켠에서는 와사비 테러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맛있게 먹었다. 추가 주문은 셰프에게 직접 했는데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어서(or 알아들어주어서) 신기했다.
 

스시집의 실력을 알아보려면 타마고를 먹어야 한다는데, 내가 주문한 메뉴에는 들어있지 않아서 추가시켰다. 타마고와 방어 2피스.

 


 
점심을 먹고 신주쿠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다음 호텔이 있는 시오도메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ザ ロイヤルパークホテル アイコニック 東京汐留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