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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도쿄에 간 이야기 첫 번째 편.
 
이번 출국에는 에어프레미아 YP731편을, 귀국에는 대한항공 KE714편을 예약했다 . 도쿄 도심에서 가까운 하네다 공항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러자고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더 먼, 그리고 주차하기도 힘든 김포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인천-나리타 쪽의 티켓값이 더 저렴하다.


드디어 11월 17일. 도쿄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에어프레미아 YP731편은 오전 8:25 출발이라 서둘러 집을 나와야 했다. 거기에 터미널 간 이동이라는 변수도 있어서 4시에 집을 떠났다. 5시쯤 차를 맡기고, 바로 2 터미널 교통센터로 들어와서 오전 5:15분 공항철도 첫차를 타고 1 터미널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1 터미널에서 어마어마한 인파를 마주하게 되었다. 특별히 연휴도 아니었는데 짐 검사와 여권 검사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넘어가는데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에어프레미아에 탑승하고선 깨끗하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신생 항공사의 새 항공기여서 그런지 정말 깨끗했다. 보잉 787-9기의 특징인 넓은 창문과 높은 천장 덕분에 비행기 특유의 답답함도 덜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델타의 것과 비교하면 베이직한 구성이었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넓은 모니터와 넓은 좌석 간격만으로도 아쉬움은 없었다. 영화도 볼 수 있었지만, 거의 잠을 안 자고 나온 터라 솔솔 졸음이 왔다. 
 

근처 게이트에 서있던 다른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 겨우 도쿄까지 가는데 기내식이 제대로 나왔다

 
인천-나리타 구간은 비행시간이 겨우 2시간 남짓인데도 제대로 된 기내식이 제공됐다. 밥이 안 들어가서 반 정도 남겼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승무원의 서비스도 괜찮았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로서 LCC와 확실히 차이를 두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줄타기 같은 가격정책일 것이다.
 
그나저나 미국 다닐 때 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타면 좀 편할 거 같은데, KAL 마일리지 노예로서 그럴 수 없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비행기에서 거의 다섯 번째로 내렸다. 공항에서는 습도 높은 공기와 어딘지 낡은 냄새가 콧 속에 들어왔다. 뒤에 있던 어떤 사람은 이를 "낡았는데 깨끗한 냄새"라고 표현했는데, 적확한 표현이었던 거 같다. 
 
입국장으로 나름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내 앞으로 두 여성이 지나갔다. 그때는 그들이 왜 뛰는지 몰랐는데 입국심사장에 가서 벌써 길게 늘어선 줄을 보자 현명한 사람들이었음을 깨달았다. 
 

<<중요>> 입국심사장에 가기 전에 Visit Japan Web에서 발급받은 입국심사용 QR과 세관신고용 QR을 핸드폰에 저장을 하던 프린트를 하던 준비 해야 한다 <<중요>> 

 
입국심사 줄 끝에서 Visit Japan Web에 접속하고 QR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리게 되면서 (미리 산 esim 등록도 안되고, Web 비밀번호도 잊어버리고!!!), 뒤에 나온 사람들이 줄 서는 걸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비자 완전 면제에 종이로 된 입국신고서만 작성하면 됐던 2009년의 기억을 품고 있던 나는 QR이라는 신기술에 일차로 무릎을 꿇었다. 아날로그적인 프로세스가 그리웠다. 


여권에 상륙허가 스티커를 받고 나오자 가방은 벌써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을 끌고 가장 먼저 세븐일레븐 ATM을 찾아 하나은행 트래블로그 카드를 넣고, 미리 환전해 둔 엔화를 인출했다. 편리한 세상이다.
 

티켓자판기

 

다음 관문은 열차티켓 끊기였다. 목적지는 니시신주쿠(西新宿) 역에 위치한 '힐튼 도쿄' 호텔이었다. 구글맵의 제안대로 나리타익스프레스(NEX)를 타기로 결정하고, 티켓을 끊기 위해 호기롭게 티켓자판기 앞에 섰다. 뭔가 화면을 우당탕탕 누르다 보니 티켓이 나왔다. 영수증 1장, 티켓 1장이 나오는 건 2004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다행이었다 (외국 여권 소지자는 저렴한 가격에 NEX 왕복티켓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이 글을 쓰는 지금 알았다).
 
플랫폼으로 내려와서 NEX를 기다렸다.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열차가 왔고, 도쿄역을 향해 출발했다. 
 

여차저차 도착한 전차역. 이곳에서 NEX를 탔다.

 

출처: jreast.co.jp

 
구글맵의 제안대로 도쿄역에서 내렸다. 여기서  마루노우치센을 타고 니시신주쿠까지 가야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구글이 나를 데리고 장난친 거 같다). 지하철 요금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애플월렛에 등록한 스이카 카드로 지불했다. 세상 편리하던데, 서울 교통카드는 이렇게 안 되나 싶었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열차를 갈아타고 총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니시신주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는 안 보이고, 에스컬레이터도 드문드문 있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호텔은 택시로 가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니시신주쿠역에 내리자 여기저기 보이는 힐튼 도쿄 표시를 따라갔다. 여기서부터 체크인까지는 무탈히 완수했다. 체크인 카운터에는 미국인 직원이 있었는데, 일본에 온 지 4년 정도 됐다고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배정받은 방은 18층이었다.

두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스러운 미닫이 창문이 바로 보였다. 힐튼스러운 넓은 침대와 안락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때까지 쌓인 피로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지금은 사라진 밀레니엄힐튼의 객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미닫이 문 열고 닫기

 
창문을 열자 도초마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비현실적으로 정돈된 거리. 짙은 아스팔트 색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하얀색 차선은 무슨 게임의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2004년, 2009년에 이어 2023년에도 도쿄의 인프라는 놀라웠다.
 


그렇지만 풍경만 즐기고 있을 순 없었다. 도쿄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에서 조금 쉬다가 길을 나섰다. 목표는 카페인 수혈이었다.

 
(1편 끝)
 
①  이때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두 항공사가 이용하는 인천공항 터미널이 각각 1 터미널과 2 터미널로 다르다는 것. 사실 이건 대중교통으로 공항에 간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자차를 타고 가는 상황에서는 이슈였다. 결론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바로 집으로 향할 수 있도록 2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공항철도를 이용해 에어프레미아의 1 터미널로 이동했다(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있지만 시간이 2배 정도 걸린다). 
 
②  esim의 등록이 안 되는 문제는 아이폰 재설정으로 해결했다. 아래의 방법대로 네트워크 재설정을 하고, 처음부터 esim의 QR코드를 사용하여 등록하면 된다.

설정 > 일반 > 전송 또는 iPhone 재설정 > 재설정 > 네트워크 설정 재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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